페르시안 마켓 - 웨스트 밴쿠버
페르시안 마켓 - 웨스트 밴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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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는 길은 대충 하나로 정해져있지만 퇴근하는 루트는 서너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출근 시간은 다양한데 퇴근 시간은 특정 시간대에 몰려서 그런 현상이 일어납니다. 퇴근 시 선택지 중에 요즘 비중 있게 선택하는 루트는 마린 뒤쪽 한적한 동네 길을 타다가 캐필라노 쯤에서 마린으로 접어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루트도 수요일이나 목요일에 밀리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왜 수요일이고 목요일인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 주 수요일이었던 걸로 기억을 합니다. 그 날도 이 루트로 퇴근을 하면서 마린으로 좌회전하는 순간 검은 닛산 승용차가 마린 길가 한 스토어 앞으로 꺾어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페르시아 말이 적혀있는 전당포같은 가게에 들어가는 사람이 누굴까 궁금하여 보고 있는데 아는 사람입니다. 마트 앞에 차를 세우고 내리는 사람은 제가 일하는 딜러의 아줌마 여직원입니다. 이란 사람입니다. 마린이 밀려 차가 움직이지 않는 덕분에 그녀가 차에서 내려 가게에 들어가는 것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들어간 가게는 머니 마켓입니다. 간판에 페르시아어가 쓰여져 있습니다. 페르시아어 간판이 쓰여진 머니 마켓, 이런 가게가 노스 밴쿠버와 웨스트 밴쿠버에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저는 처음에 이게 아랍쪽 애들 전당포인줄 알았습니다. 그런 선입견으로 역시나 후진 나라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이란 사람들을 위한 사설 은행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런 가게들이 생긴 것은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 때문입니다.
이란의 금융망이 막히는 바람에 외국에 나와 있는 사람들이 공식 은행의 해외 업무망을 통하여 이란으로 돈을 보내거나 받을 수가 없습니다. 이란의 돈 가치가 폭락하고 있기 때문에 그걸 빼내어 캐나다 달러로 바꾸려는 수요도 있을 것이고, 이란의 돈이 휴지조각이 되어 먹고 살기 힘들어진 가족들을 위하여 송금을 해주는 수요도 있을 것입니다. 정식 은행을 이용하여 이란으로 돈을 보내거나 받을 수 없어서 다른 비공식 루트를 통하여 돈을 보내주고 받는 업무를 이런 사설 마켓이 맡아 하면서 이란인의 은행 역할을 해주는 것입니다.
노스 밴쿠버와 웨스트 밴쿠버에 이런 사설 은행이 많은 것은 노스밴쿠버와 웨스트 밴쿠버에 돈 많은 이란인들이 몰려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이란인 인구가 밀집되어 있다보니, 이란인을 위한 페르시안 마켓도 여럿 있습니다. 처음에는 웬 페르시안 마켓? 궁금했는데, 좀 살고보니 이해가 되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란인을 상대로한 레스토랑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서 이란들에게 인기 좋은 페르시안 레스토랑은 존 라슨 파크가 내다보이는 벨레뷰 길가에 있는 Miraas라는 식당입니다. 이 식당이 원래 인도 음식 레스토랑이었는데, 2년 전에 페르시안 식당으로 바뀌었습니다. 인도 식당이었을 때는 분위기도 별로고 손님도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이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이란 커뮤니티에 음식 잘한다고 소문이 난 모양입니다.
이란 페르시아 음식으로 잘 알려진 것은 양고기 캐밥인 쿠비데(Koobideh)와 쌀누룽지 요리인 타디그(Tahdig), 그리고 이란식 보양식으로 알려진 국수가 들어간 걸쭉한 스프인 아쉬 레쉬테(Ash Reshteh)가 있습니다. 아쉬 레쉬테에는 시금치, 파, 고수, 콩 들이 들어갑니다.
아쉬 레쉬테는 스프입니다. 한국의 찌개나 찜급의 요리는 이란 요리에서는 스튜인데, 스튜로 유명한 이란 국민 음식은 고르메 사브지(Ghormeh Sabzi)라는 것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이 김치찌개 좋아하는 만큼 이란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보면 되는데, 그만큼 좋아한다는 이야기지 김치찌개 맛이 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그리고 위에 누룽지 요리 이야기가 나왔는데, 페르시아 레스토랑에서 밑의 누른 밥이 아니라 위쪽의 고슬고슬한 밥 요리는 사프란 라이스(Saffron Rice)라고 합니다. 한국과 달리 밥에 사프란 향을 입혀 요리를 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쿠비데 케밥 양고기를 먹을 때, 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 적당한 요리를 주문하면 좀 세련되어 보일 수 있습니다. 두그(Doogh)라는 음료를 시키면 되는데, 짭잘한 요쿠르트 음료입니다.
예전에 밴쿠버 다운타운의 교통을 막고 이란 국기를 날리며 데모하는 사람들 보면서 욕이 나왔는데, 전혀 은행같은 모습이라고 할 수 없는 후진 구멍가게 같은 사설 은행으로 들어가는 이란 사람을 보면서 그 사람들이 겪는 불편함이 그저그런 정도의 불편함이 아니라 인생이 통째로 옥죄이는듯한 고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저녁밥 사먹을 돈이 없는 부모님에게 돈을 보내야 하는데, 그렇게 쉽게 보낼 수 있는 돈을 마치 특공작전하듯 보내야 하는 현실이 그들에게는 얼마나 참담한 현실일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데모하던 사람들이 그냥 이스라엘이나 미국만 규탄하는 것이 아니라 이란의 독재 정권도 같이 규탄한다고 볼 수도 있고, 그보다는 이란 국민들 좀 제발 살려달라는 절규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의를 잃은 악한 권력자들의 이기적 욕심이 나라를 어지럽게 만들고 세상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기독교든 이슬람이든 폭력적인 권력과 독재 정권이 개입된 것은 옳은 길이 아닙니다. 종교적으로 이단이고, 정치적으로는 파시스트입니다.
이스라엘을 지워버리겠다고 선언한 이란의 이슬람 신정정치 독재 세력, 그에 맞서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부패 정권, 마귀같은 것들이 세상 사람을 괴롭히고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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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비데와 두그 이야기를 하다보니, 문득 장어와 복분자 생각이 납니다. 그 맛, 환장할 아는 맛이지요?
❤️감사합니다❤️
미흡한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주신 성의와 시간 내어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밴쿠버의 시원한 바람처럼 기분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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