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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버섯, 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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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버섯, 사슴 금요일, 평일에 뒷산 사이프러스(Cypress Mountain)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타운에서 보면 산 위에 눈이 내린 것이 보이고 타운에는 아직 비밖에 내리지 않지만 산 위에는 눈이 내렸다 비가 내렸다 하고 있는데, 산 위에 눈이 어느 부분까지 내렸는지를 가서 보고 싶었습니다.  집에서 차로 출발하여 싸이프러스 스키장 주차장까지는 20분 정도 걸립니다. 평일이라 올라가는 동안 우리 차 외에는 오고가는 차들이 한 대도 보이지 않습니다. 스키장에 도착하여 산을 올려다보니 스키 슬로프 위쪽에만 잔설이 남아 있습니다. 트레일로 들어서니 트레일 주변에 잔설이 남아있는 것이 보입니다. 주차장 인근에도 눈이 내리긴 내렸는데, 이내 따라 내린 비 때문에 스키장 베이스에 내린 눈은 죄다 녹은 것입니다. 잔설 옆에 솟아난 조그만 눈버섯(snow mushroom)들이 예쁩니다.  호젓한 산길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중에 터덜터덜 심심하게 도로를 따라 올라오고 있는 엘크 한 마리와 마주쳤습니다. 눈빛과 움직임이 세상 초월한 허무주의 표정입니다. 사슴이 저렇게 의욕없는 몸짓을 하고 있는 것은 또 처음 봅니다. ‘쟤가 전도서를 잘못 읽고 실존주의 철학적 영감을 얻었나?’ 제 블로그 홈페이지를 열면 블로그의 모든 글들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vancouver-story.blogspot.com   https://www.youtube.com/@vancouver-story

버섯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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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의 제왕 오늘 또 웨스트밴쿠버를 출발하여 씨투스카이를 타고 스쿼미쉬로 향했습니다. 엘리스 레이크에 차를 세우고 트레일로 들어서니 비 온 뒤라 버섯이 대폭발을 했습니다. 트레일을 돌면서 각종 버섯 사진만 수백장을 찍었습니다. 찍은 버섯 사진들이 너무 예뻐서 버섯 사진전이라도 한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후 내내 숲속을 어기적거리며 숲의 향기에 녹아들었습니다. 버섯이 만개한 숲은 양질의 식량 창고입니다. 이 놈은 안됩니다. 땅콩 부스러기를 뒤집어 쓴 섹시한 모습이지만, 독버섯입니다. 벌목된 나무 둥지 위에 소인국 버섯 시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예쁩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Xbox 게임기에서 전쟁게임하는 것이 유행입니다. 그 유행이 숲의 버섯놈들에게도 퍼진 모양입니다. 한 놈은 스나이퍼(저격수)처럼 은밀한데 숨어서 트레일을 지나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습니다. 숲에서는 조심해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 버섯이 쏘는 독화살이 날아올지 모릅니다. 사는 게 뭐 그리 힘든 일인지 버섯도 사람만큼이나 삶이 역경인가 봅니다. 90분 풀타임 뛴 축구선수처럼 땀으로 범벅되어 힘들어 하는 녀석도 보입니다.  뒷골목 개구장이처럼 전쟁놀이하는 꼬맹이들도 보입니다. 지들이 무슨 개선장군이나 되는 듯, 개선문에 올라 으스대는 놈들이 보입니다. 오늘의 대박, 랍스터 버섯을 발견했습니다. 지난 몇년간 가끔 이 트레일을 돌았지만, 랍스터 버섯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십여년 전, 이곳에 랍스터 버섯이 몇 났었는데, 어떤 무식한 한국 할머니가 싹쓸이, 씨를 말려 버린 이후로 사라진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밴쿠버를 떠난지 오랜 세월 후에 고맙게도 이 숲에 다시 나타난 것입니다. 낙엽들 사이로 붉은 무엇인가가 살짝 보여서 위쪽을 살살 걷어내보니 “심봤다!” 랍스터 버섯입니다. 조심스럽게 버섯 주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