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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버섯, 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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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버섯, 사슴 금요일, 평일에 뒷산 사이프러스(Cypress Mountain)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타운에서 보면 산 위에 눈이 내린 것이 보이고 타운에는 아직 비밖에 내리지 않지만 산 위에는 눈이 내렸다 비가 내렸다 하고 있는데, 산 위에 눈이 어느 부분까지 내렸는지를 가서 보고 싶었습니다.  집에서 차로 출발하여 싸이프러스 스키장 주차장까지는 20분 정도 걸립니다. 평일이라 올라가는 동안 우리 차 외에는 오고가는 차들이 한 대도 보이지 않습니다. 스키장에 도착하여 산을 올려다보니 스키 슬로프 위쪽에만 잔설이 남아 있습니다. 트레일로 들어서니 트레일 주변에 잔설이 남아있는 것이 보입니다. 주차장 인근에도 눈이 내리긴 내렸는데, 이내 따라 내린 비 때문에 스키장 베이스에 내린 눈은 죄다 녹은 것입니다. 잔설 옆에 솟아난 조그만 눈버섯(snow mushroom)들이 예쁩니다.  호젓한 산길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중에 터덜터덜 심심하게 도로를 따라 올라오고 있는 엘크 한 마리와 마주쳤습니다. 눈빛과 움직임이 세상 초월한 허무주의 표정입니다. 사슴이 저렇게 의욕없는 몸짓을 하고 있는 것은 또 처음 봅니다. ‘쟤가 전도서를 잘못 읽고 실존주의 철학적 영감을 얻었나?’ 제 블로그 홈페이지를 열면 블로그의 모든 글들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vancouver-story.blogspot.com   https://www.youtube.com/@vancouver-story

두 계절 사이,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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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계절 사이, 10분 새해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꽃피는 춘삼월입니다. 밴쿠버에는 봄기운이 느껴지는데, 밴쿠버보다 훨씬 밑에 있는 미국 네바다 씨에라에는 눈이 3미터나 내린다고 하니 지구촌 기상이변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세계 곳곳이 홍수에, 폭설에,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에, 재난이 장난이 아닌데, 밴쿠버에서는 아직 그런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겨울에 눈이 예년에 비해 너무 내리지 않아 여름 가뭄과 산불이 걱정이었는데, 그 걱정이 하늘에 닿았는지, 3월 초에 노스밴쿠버 뒷산 그라우즈 스키장에 이틀동안 눈이 53cm나 쌓였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베란다로 나가보니 영하는 아니지만 영도에 가까운 낮은 기온이라 냉기가 확 느껴집니다. 산위를 보니 산위에는 눈이 내렸고, 산위 부잣집 지붕들도 하얗게 눈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바닷가로 나가보니, 사람들이 가벼운 차림으로 해변을 산책하고 있고 필드에서는 여자애들이 반바지 차림으로 필드하키를 즐기고 있습니다. 봄과 겨울, 두 계절이 한 눈에 들어오는 기가막힌 풍경입니다. 산위로 올라가보니 피클볼 코트가 눈에 덮여 있습니다. 산위쪽은 영하의 기온이고, 바닷가 타운은 산위쪽보다 5도 정도 높은 기온입니다. 고도 차이 때문에 차로 10분 떨어진 거리에 두 계절이 공존합니다.

Snow Barbe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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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 Barbeque 올겨울 들어 타운에 두번째 눈이 내렸습니다. 첫눈은 한시간 남짓 내리고 그쳤는데, 이번 두번째 눈은 모두가 잠든 깜깜한 새벽부터 시작하여 오후까지 하루종일 내렸습니다. 적설량이 25센티미터 정도니 동네 뒷도로의 눈은 제설이 되지 못한채로 하루가 넘어갔습니다. 2024년 1월 17일, 함박눈이 온 천지를 덮으니 사람들이 왠만하면 밖에 나가질 않습니다. 차 위에 눈이 한뼘 이상 쌓였습니다. 오후에 눈이 그친 다음 밖에 나가보니, 부지런히 눈을 즐긴 사람들의 흔적이 보입니다. 바다에도 눈이 내려 바닷속 게들은 싱거워진 물 때문에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갔을 것 같습니다. 눈이 많이 내려 기차 운행도 없었나 봅니다. 레일 위에 눈이 그림같이 쌓여있습니다. 눈이 와도 먹어야 삽니다. 이 눈속에서 또 구웠습니다. 눈속 바베큐 파티. 거의 미친. 그래도 구우니 참 맛있습니다. 저녁이 되어 산위쪽을 보니 산너머 허연 불빛이 보입니다. 사이프러스 스키장에서 사람들이 신나게 야간 스키를 즐기고 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