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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코브에서 던드레이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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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코브에서 던드레이브까지 밴쿠버는 태평양 연안 도시지만, 태평양의 거센 풍랑을 구경할 수는 없습니다. 남한의 3분의 1만한 크기의 길쭉한 밴쿠버 아일랜드가 밴쿠버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밴쿠버에 와서 태평양의 거센 스톰 파도를 보려면 밴쿠버 아일랜드로 건너가서 서안의 토피노(Tofino)로 밴쿠버 섬을 가로질러 먼 길을 가야 합니다. 따라서 밴쿠버는 태평양 연안의 바닷가 마을이지만 태평양으로부터 시도때도 없이 불어오는 거센 바람을 막아주는 밴쿠버 아일랜드 때문에 도시 앞의 바다가 호수같이 거의 늘 잔잔합니다. 바다가 있고, 산이 있고, 강이 있고, 호수가 있고, 거시기도 다 있는, 그것도 모두 다 지척에 가까이 있는 밴쿠버, 그중에서도 노스쇼어의 노스 밴쿠버와 웨스트 밴쿠버, 그곳의 바닷가를 오늘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한번 돌아보았습니다. 새로울 것 없는 더 이상 가볼 곳 거의 없이 모두 싸돌아본 곳이지만, 몇번이고 가보아도 또 좋은 곳, 그곳이 이곳 자연입니다.  노스쇼어의 동쪽 끝, 해안은 딥코브입니다. 물가를 따라 부잣집들이 지어져 있고, 집앞 해안에 자가용 보트를 접안시킬 수 있는 개인 피어(pier)까지 만들어진 호사스런 백만장자들의 집이 죽 늘어선 고급스런 해안이고, 부자들의 마을입니다. 북미에서 부자들의 집은 산꼭대기에 있거나, 바닷가에 있습니다. 강가에 있는 집들은 통상 별로 부자들의 집은 아닙니다. 딥코브, 여기는 주말마다 관광지입니다. 특히 여름이면 이곳 카약 렌트 하우스에서 카약을 배우기도 하고 카약을 빌려 타고 주변 해안을 일주하는 여행객들로 북적거립니다. 거기에 더하여 쿼리락(Quarry Rock)이라는 큰 바위까지 이어진 트레일을 트레킹하는 코스가 있어 거기를 걸으려는 사람들로도 엄청 붑빕니다. 이곳에는 여름철이면 주말마다 줄서서 밥먹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대박치는 식당이 있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스시집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 가게도 있고, 도넛 가게도 있습니다. 특히 도넛 가게는 유명하여

밀림 속의 도시, 도시 속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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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 속의 도시, 도시 속의 바다 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 퇴근하는 차와 사람들이 많은 시간, 어느 길을 타야 할지 잘 선택해야 밀리는 차들 속에 묻히는 걸 피해서 잘 퇴근할 수 있습니다. 밴쿠버의 노스쇼어(northshore: 노스밴쿠버와 웨스트밴쿠버를 일컫는 말)에서는 퇴근시간에 동쪽 방향 차선이 극심하게 밀리고, 웨스트 방향 고속도로는 막히지 않습니다. 로컬 도로를 샥샥 잘 통과하여 웨스트 방향 고속도로에 차를 어떻게 빨리 올리느냐가 퇴근길의 성패를 좌우하게 됩니다. 로컬 도로를 빠져나가는 길 중에서 자주 선택하는 길은 마린(Marine) 드라이브를 가로질러 해밀튼(Hamilton) 애비뉴를 타는 루트입니다. 이 길이 막힘없이 고속도로에 차를 올릴 수 있는 기가막힌 우회로입니다. 해밀튼을 타다 보면 오른쪽이 깊은 숲으로 이루어진 그린벨트 지역이고, 그 안에는 연어가 많이 올라오는 큰 시내도 있습니다. 워낙 트래킹을 좋아해 밴쿠버 인근의 숲속을 헤매지 않은 곳이 없지만, 이곳은 아직 들어가보지 않아, ‘숲이 얼마나 깊을까?’ 늘 지나치며 궁금해하던 곳입니다. 이곳을 지나는 시내는 맥케이(Mckay) 크릭(creek)이고 파크 이름은 헤이우드(Heywood) 파크입니다.  둘이 닮은 꼴, 바람 좋아하고, 싸돌아다니는 것 좋아하는 아내와 오늘 데이트 코스는 이곳 헤이우드 숲으로 정했습니다. 딸기철이 지날 즈음인데, 이곳은 숲이 깊고 그래서 그늘진 곳이 많아서 그런지 숲 트레일 초입에 이제 절정으로 익어가는 블랙베리가 보입니다. 예쁘기도 하고, 맛도 절정에 이른 맛입니다. 산안개가 드리운 밀림 속으로 들어갑니다. 밀림 속의 도시인지, 도시 속의 숲인지, 5분 거리 바닷가는 해가 쨍쨍한데 숲은 우림입니다. 숲으로 들어가 개천으로 내려가니, 수량이 꽤 됩니다. 11월이 되고 우기가 되면 연어가 많이 올라올만 합니다. 도심 속에 이런 우림숲이 원시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니! 밀림을

호슈베이의 한인 가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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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슈베이의 한인 가게들 웨스트 밴쿠버의 서쪽 끝, 바다입니다. 거기서 더 가고 싶으면 페리를 타야 합니다. 웨스트 밴쿠버의 서쪽 끝 땅끝 마을, 호슈베이입니다. 베이의 모양이 큰 배 대기 좋게 말굽 모양으로 생겼다고 동네 이름이 그리 지어졌나봅니다. 거기서 배를 타면 밴쿠버 아일랜드로 갈 수 있습니다. 밴쿠버 아일랜드는 남한의 삼분의 일 정도 크기의 큰 섬이고,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주도인 빅토리아가 있습니다. 빅토리아는 밴쿠버 섬의 남단에 있고, 위쪽으로 큰 도시로는 나나이모와 코목스같은 도시들이 있고, 고속도로로 이어져 있습니다. 섬에 고속도로가 있으니 섬이라고 하기에 좀 머쓱해지는 면도 있습니다. 밴쿠버는 오월부터 시월까지 휴가철입니다. 목숨 걸고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캐나다 각지에서 또 유럽 각지에서, 세계 각지에서 밴쿠버를 즐기기 위해 놀러옵니다. 밴쿠버와 휘슬러까지 둘러본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가는 곳이 밴쿠버 아일랜드입니다. 거기를 가기 위해서 페리를 타는 항구가 밴쿠버에 둘 있는데, 하나는 빅토리아로 바로 갈 수 있는 트와센이 있고, 나나이모로 연결되는 호슈베이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호슈베이에서 배를 타는 사람들은 밴쿠버 아일랜드의 나나이모에 떨어집니다. 나나이모에서 빅토리아로 내려가려면 차로 2시간 정도 잡아야 합니다. 밴쿠버 아일랜드는 그 크기가 남한의 삼분의 일이 되는 만큼 다 구경하려면 평생 둘러보아야 합니다. 더구나, 대도시 몇 빼고는 나머지 대부분의 땅이 원시림이고 또 큰 섬 주변에 경치 좋은 작은 섬들이 즐비하여 정말 그걸 다 보려고 하면 보트도 있어야 하고, 배낭 메고 목숨 걸고 탐험을 해야 합니다. 그런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기기에는 천혜의 요새(?)이고 정말로 그런 미친(?) 사람들이 트레킹을 즐기기 위해 몰려드는 곳입니다. 그리고 매년 조난 사건과 구조 활동이 벌어지기도 하는 그런 별천지입니다. 다시 호슈베이 이야기로 돌아와서, 호슈베이는 웨스트 밴쿠버에 속하는 작은 항구도시지만, 여름철이면 섬으로 가려는 차들과 여

무화과 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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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 필 무렵 8월말, 며칠째 흐리고 간간이 비가 뿌리는 그레이(grey)한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치 전형적인 밴쿠버의 겨울 날씨 같습니다. 밴쿠버가 원래는 겨우내 비가 내려도 여름이면 햇볕 쨍쨍 죽이는 날씨 때문에 밴쿠버의 여름은 그야말로 관광천국 놀다 죽을 것같은 곳인데, 올 여름은 완전히 아닙니다. 밴쿠버 놀러오려면 절대 겨울에는 오지 말고, 여름에 오라고 이야기하는데, 이제는 여름에 와도 되는 건지 장담을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밤새 비가 뿌렸는지 땅이 젖어있습니다. 바닷가로 아침 산책을 나섰습니다.  봄부터 날씨가 좋지 않아 일사량이 많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웬일로 무화과 나무에는 열매가 빼곡히 열려 있습니다. 블루헤론(blue heron)이 먹이를 노리다 기회를 포착하고 잽싸게 움직입니다. 뭔가 잡았습니다. 부리에 smelt(스멜트)가 하나 물려 있습니다. 8월은 스멜트들이 이곳 앰블사이드 비치에 산란하는 시기입니다. 손가락만한 스멜트가 많은 곳이라 seal(물개), otter(수달), cormorant(가마우지)들의 밥상이 되는 곳입니다. 물속이라 볼 수 없어서 그렇지 연어들에게도 중요한 먹이가 될 것입니다. 스멜트 금어기가 끝나면 그물을 걸어 스멜트를 잡는 사람들을 엠블 사이드에서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스멜트, 대짜 멸치보다 조금 더 크고 herring(허링)보다는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는데, 기름기가 많아 튀겨 먹으면 정말 고소합니다. 한국의 강에서 빙어를 잡아 튀겨먹는 맛 같은 것. 이곳에서 볼 수 있는 블루헤론은 집이 스탠리파크 테니스코트 옆 높은 나무에 있습니다. 거기 가면 나무 위에 지어진 대형 블루헤론 둥지를 볼 수 있고, 산란기에는 거기에 떼로 모여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냥은 곳곳에서 취향대로 하지만 웨스트 밴쿠버 해안을 선호하는 놈 몇마리가 있습니다. 흐리고 꿀꿀한 날, 브런치로 돼지

우리 동네 한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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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한바퀴 방 한 구석 소박한 장난(나름 작업) 공간입니다. 레이저 프린터도 있고, 호사스럽게 수퍼 탱크 잉크젯 프린터도 있습니다. 잉크 카트리지가 아니라 잉크 자체를 리필해가면서 쓰는 프린터라 잉크탱크에 잉크가 무지하게 많이 들어가는데, 정말 잉크 잘 줄지도 않고 오래 씁니다. 55인치도 작고, 70인치 TV를 보는 시대인데, 저는 24인치 제 눈높이에 맞는 TV를 쓰고 있습니다. 가소롭게 보여도 무려 스마트TV입니다. 거기에 구글TV 동글과 로쿠TV 동글을 꼽아 예능 프로그램과 골때리는 요즘 소식들을 보고 있습니다. 메인 작업 툴은 HP노트북이고, 보조로 갤럭시 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갤럭시 탭은 이북(ebook) 읽기와 골프 게임 용도로도 쓰입니다. 노트북은 13세대 인텔 i7 칩이 들어있고, 윈도11이 깔려있어 컴잘알못이 작업하기에는 분에 넘칠 정도로 환상적인 작업 환경입니다. 이제는 방구석 탈출할 시간, 트래커 세팅하고 동네 한바퀴 걸으러 나갑니다. 집을 나서자마자 바닷바람의 미소가 뺨을 간지르고 햇빛에 반사되는 시원한 바닷물의 재잘거림이 보입니다. 웨스트 밴쿠버의 보물 씨웍(Seawalk)을 여유있게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씨웍 주변에 블랙베리가 한창입니다. 정말 생명력이 강한 베리입니다. 지금 동네에서는 여름 패스티벌이 한창입니다. 별거 없는데 구경하러, 놀러온 사람들이 버글버글 합니다. 밴쿠버의 아티스트라는 사람들이 하는 아트가 뭔지 이곳에 설치된 부스들을 둘러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집에서 나와 씨웍을 따라 떨레떨레 걷다보면 여러 파크를 지난 다음에 앰블사이드 비치에 이릅니다. 여름에는 여기에서 벗어젖히는 겁니다. 이곳 바닷물이 무척 깨끗했는데, 수온이 오르고 밴쿠버 인구가 많아지면서 물이 좀 많이 탁해진 것 같습다. 그래도 게와 물고기들이 아직도 많이 살고 있습니다. 밴쿠버 사

롱춘숏하(長春短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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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춘숏하(長春短夏) 기후변화로 인해 전세계적인 재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캐나다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밴쿠버 일대에서도 산불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내륙에서 산불이 많이 있고, 바다 건너 보이는 밴쿠버 아일랜드에서도 최근에 산불이 일어나고 있는데, 나만 아니면 되, 다행인 것은 올해는 아직 인근 산불로 인한 매캐한 공기가 제가 사는 지역으로는 아직 한번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입니다. 지난 몇년 간 여름이면 산불로 인한 미세먼지와 냄새 때문에 며칠씩 고생하는 것이 두어번 있는 것이 연례행사였는데, 올여름은 아직 한번도 그로 인해 고생을 한 일이 아직은 없습니다. 기후변화가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는 밴쿠버의 올해 기후 특징은 길고 추웠던 봄, 늦게 온 여름에 3주 정도 이어진 폭염이 있었지만 그뿐, 짧아진 여름, 8월 7일이 입추인데, 7월말부터 가을 기운이 느껴집니다. 밴쿠버 기후가 정상이면 7월과 8월에는 작렬하는 태양의 열기로 인해 하늘에 구름이 생겨날 수가 없는데, 7월말에 구름이 가득하고 비까지 내리니, 완연한 가을입니다. 밭에 충분한 햇볕이 없었던 이번 여름 때문에 농부들은 농사를 심히 망치고 있습니다. 이맘때쯤이면 옥수수가 어른키보다 더 높게 자랐어야 하는데, 유치원생 키밖에 되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가을 기운이 느껴지니 산책하기는 더없이 좋은 때입니다. 이즈음 아내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 있습니다. 저녁 늦은 시간, 아내와 함께 바닷가를 같이 산책하는 것입니다. 바닷바람이 너무 좋습니다.  걷기 시작할 때 차지6(Charge 6)에 워킹 시작 세팅을 하고 걷기가 끝난 다음에는 세팅을 종료합니다. 그러면 걸은 궤적이 지도에 그려지고 스마트폰에 저장이 됩니다. 스마트 워치와 스마트폰의 GPS가 기능을 하는 것입니다. 그걸 보려면 구글 핏(fit)을 열어보면 됩니다. 언제 얼마나 어딜 걸었는지가 나옵니다. 저녁에 걸었다고 evening walk으로 제목이 붙여져 있습니다. 기계들이 하는 짓이 신통방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