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의 맥주 아야기

술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의 맥주 이야기

저는 술 맛을 잘 모릅니다. 소주 마시는 사람을 보면, 그걸 뭐가 좋다고 왜 마시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 했던 직장 생활, 뭐 스트레스 받지 않을 수 없는 일이지만, 반면 나름대로 참 재미있게 생활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중에 참 끔찍한 일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회식이었습니다. 거기서 그냥 고기 먹으면서 맥주 한 잔 정도는 괜찮았겠지만 한국의 회식문화가 어디 그러고 끝납니까?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서로 따라주고 소주를 컵에 따라 원샷하는 문화에는 아주 죽을 맛이었습니다. 그런 미친 짓이 밤 새고, 새벽까지 이어집니다. 그러고도 또 출근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게 싫어서 부장 진급을 앞두고 캐나다로 도망왔습니다. 직속 상관 이사님이 사직서 받아주지 않아서 본사 인사과에 연락하여 전화로 처리하고 그냥 도망 나왔습니다. 사표 내고 한 달만에 캐나다행 비행기를 타고 영광(?)의 탈출을 한 이력이 있습니다. 누구 돈 떼먹고 사기치고 도망 나온 것은 전혀 아닙니다.

그럼 캐나다 와서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나? 아닙니다. 술을 아주 잘 즐기고 있습니다. 마시는 술은 와인, 위스키, 맥주입니다. 이거 완전히 술꾼이네? 그건 또 아닙니다. 우유는 한 컵 벌컥벌컥 잘도 마시지만, 술은 그렇지 않습니다. 레드와인은 두어달 전에 사놓은 것을 완전히 비우지 못하고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느닷없이 와인 생각이 날때, 컵에 1cm도 안되는 높이로 따라 향을 느끼는 정도로 마시기 때문입니다. 와인 특유의 향이 코 안에 느껴지며 식도를 따라 뜨겁게 내려가는 그 순간적인 느낌이 꽤 괜찮습니다. 그 이상의 느낌은 필요하지도 않고, 더 마시면 오히려 느낌이 더 나빠지기 때문에 그걸로 끝. 이걸 가지고 술꾼이라고 하면, 정말 술꾼들에게 욕 먹을 일이지요.

위스키? 지금 한 병 있는 것은 아일랜드 산 크림 위스키입니다. 이것도 와인 마시듯 고기 먹을 때, 살짝 곁들여주면 느끼한 맛을 날려주어 좋습니다. 그런데 식사 때마다 마시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는 그게 있는지 잊고 있다가 어쩌다 생각하면 한 모금 홀짝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사온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 한참 많이 남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맥주, 가끔 한 번씩 들려 구경하는 곳이 있는데 바로 BC Liquor Stores입니다. 웨스트 밴쿠버 파크로열 몰에 있는 리쿼 스토어는 매장이 정말 크고 각종 브랜드의 술병들이 반짝거리며 화려하게 진열되어 있어 정말 구경할 맛이 나는 곳입니다.

거기에 가끔 들려 한 팩 사들고 나오는 것이 바로 맥주입니다. 집에 와인 한 병 있으면, 맥주만 사들고 나오면 됩니다. 그렇다고 집에 맥주가 끊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고 어쩌다 맥주 생각이 나면 여섯병들이 한 팩을 사옵니다. 그 병도 큰 병이 아니고 작은 병입니다. 그거 한 팩 사다놓으면 가끔 생각날 때 한 병씩 꺼내 먹기 때문에 6병 소비하는데, 2주 넘게 걸리는 것이 보통입니다. 

맥주도 맥주 맛이 좋아서, 그 맛에 중독되어서 마시는 것은 아니고, 밥먹다가 시원한 맥주 첫 모금은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음식과 어울리고, 음식에서 느끼는 느끼함을 정화해주는 그 맛이 좋아서 입에 대는 것 뿐입니다. 밥먹으면서 그렇게 두 모금, 세 모금 곁들이는 것이 맥주 마시는 것의 전부입니다.

이건 술을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아닌, 그냥 술에 지배당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고 그렇다고 술을 완전히 백안시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술을 자제하지 못하고 곤드레 만드레 되는 사람에 대해서는 자비를 베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고, 특히 음주운전하는 사람은 무기징역으로 엄중히 다스려야 하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같이 밥 먹으러 가서 다른 사람들 마시지 않는데, 혼자 소주잔 옆에 놓고 마시는 인종은 화성으로 보내버려야 합니다.

그건 그렇고, 맥주를 보면 브랜드도 다양하지만, spirit에 위스키, 꼬냑, 보드카, 데킬라, 럼 등 여러 종류가 있는 것처럼 맥주에도 뭔가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색깔도 맑은 것이 있고, 검은 것이 있습니다. 우선 맥주는 에일과 라거로 크게 양분되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좀 알아 보았습니다.

우선 라거와 에일의 차이, 두 맥주는 사용하는 효모의 종류와 양, 그리고 발효시키는 온도가 다릅니다. 라거는 적은 양의 효모로 저온 발효하고, 에일은 많은 양의 효모를 사용하면서 상온 발효를 합니다. 발효 시에 라거의 효모는 가라앉아서 맑은 맥주를 만들고, 에일은 효모찌꺼기가 위로 뜬다고 합니다. 그리고 에일이 효모를 많이 사용하여 강렬한 맛과 향을 가지게 됩니다.

다시 라거도 종류가 분화되는데, 라거의 대표적인 종류로는 페일 라거, 필스너, 둔켈 등이 있습니다. 

페일 라거는 가장 일반적인 라거 맥주로, 밝은 금색을 띠고 깨끗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입니다. 홉의 쌉쌀함이 적고 탄산이 강하여 청량감이 좋습니다. 하이네켄, 버드와이저 등이 이 부류에 속하는 대표적인 맥주입니다.

필스너는 페일 라거보다 홉의 풍미가 강하고, 쌉쌀한 맛이 더 느껴지긴 하지만, 색깔은 페일 라거와 같이 밝은 금색을 띠고 있습니다. 칼스버그, 캐나다산 코카니 맥주가 이 범주에 속하는 맥주입니다. 


둔켈은 라거에 속하기는 하지만, 맥주의 색깔이 검은 색입니다. 이유는 몰트를 강하게 볶아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캐러멜, 초콜릿, 커피와 같은 풍미가 느껴집니다. 반면 홉의 쌉쌀함은 적은 편입니다. 


이제 라거와 함께 맥주의 다른 한 큰 축을 이루고 있는 에일에 대해 알아봅니다.

에일은 많은 양의 홉을 사용하여 상온 발효를 하기 때문에 풍부한 향미와 묵직한 맛이 특징입니다. 미각이 뛰어난 아내가 그 맛을 알아차렸고,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라거와 에일의 맛의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취향은 에일보다는 라거입니다.

에일도 종류가 여럿으로 분화되는데, 에일의 대표적인 종류로 페일 에일, IPA가 있습니다.

페일 에일은 에일 중에서도 밝은 색을 띠고 홉의 맛과 향이 비교적 강합니다. 일반적인 에일에 비해 쓴맛이 더 느껴질 수 있습니다. 페일 에일에 비하여 IPA는 페일 에일보다 더 강한 홉의 맛과 향이 느껴집니다. IPA는 홉을 매우 많이 사용하여 쌉쌀한 맛과 함께 풍부한 아로마(자몽, 망고, 소나무 향)를 즐길 수 있습니다.

IPA는 Indian Pale Ale입니다. 이름에 인디언 이름이 붙은 것은 IPA가 생긴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인도의 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의 뜨거운 날씨 때문에 영국에서 배에 싣고 가져간 맥주가 쉽게 상했습니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홉을 엄청 많이 쏟아부었는데, 그렇게 하면 부패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홉을 많이 넣었기 때문에 향과 맛이 강한데, 영국에서 인도로 긴 항해를 하는 동안, 맥주가 잘 발효되어 맛이 부드러워졌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인도 페일 에일이 인도에서 만든 맥주가 아니고, 인도로 수출되기 위해 만든 맥주이고, 인도인이 아닌, 영국인을 위한 맥주였던 셈인데, 현대에 들어서는 인도인들이 선호하는 맥주가 되었고, 인도식 맥주가 된 셈입니다.

에일은 페일 에일, IPA가 있고, 그 외에 스타우트, 밀맥주등이 있습니다. 스타우트 맥주의 특징은 검은 색에 가까운 아주 짙은 색을 띠며, 볶은 맥아를 사용하여 커피, 초콜릿, 탄 맛 등의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목으로 넘어갈 때 뭔가 묵직한 감을 느낄 수 있고, 부드러운 거품이 특징입니다. 대표적인 맥주로 기네스 맥주가 있습니다.


밀맥주(wheat beer)는 맥아와 함꼐 밀을 사용하여 만드는 맥주입니다. 풍성한 거품과 함께 부드럽고 상큼한 탄산 맛이 특징이며, 과일향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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