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에게 당하면 바보다

바보에게 당하면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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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산업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어마어마한 산업입니다. 파급 효과가 지역을 넘어 국가 경제에까지 큰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조지아주에 현대가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자 조지아 주지사가 나서서 현대가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비행장을 건설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 자동차 공장 하나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제가 현대 자동차 울산 공장 연구소에 근무할 때, 울산에서 남쪽으로는 부산, 위쪽으로는 경주와 포항까지의 국도변에 현대 자동차 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가 줄줄이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작게는 볼트와 너트를 만드는 공장, 이명박이의 시트를 만드는 공장, 아줌마들이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기 와이어 키트를 만드는 공장까지 그 수도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공장들이 늘어서 있었고, 국도에는 그런 부품을 실어나르는 트럭들이 밤낮없이 바쁘게 오갔습니다.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은 면적부터 어마어마합니다. 건물 하나에 공장 하나 있는 것이 아니라, 5개 공장이 한 장소에 모여 있는 것이고, 이 다섯 개 공장에서 17종의 차종을 연간 140만대 생산합니다. 면적이 너무 넓어 걸어서는 이동할 수 없고, 자동차를 이용하던지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구내 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종업원만 3만명이 넘다보니, 여름에 점심으로 삼계탕이 나오는 날이면, 부산과 포항 사이의 양계장에 있는 닭들을 싹쓸이 해야 종업원들 점심을 먹일 수 있습니다. 현대가 종업원들 먹이는 것에는 화끈하여 삼계탕하면 국에 고기 몇 점 얹혀주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앞에 닭 한 마리씩 통째로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4인 가족 기준이면 삼사십이, 울산 현대자동차 공장에서만 12만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이고, 하청업체까지 합치면 자동차 공장이 수십만명의 생존과 관련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조지아 공장은 울산 공장보다 더 크다고 하니 그 규모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현대가 조지아에 짓는 공장은 어느 건설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현대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기술과 노하우로 만드는 것입니다. 현대공장 안에 자체적으로 시설관리부가 있어서 이미 수많은 자동차 공장과 라인과 시설을 만든 경험과 기술, 노하우, 인력을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기술과 설계로 점점 더 좋은 설비와 공장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독일 자동차 산업은 기울고 있는데, 현대는 더 도약하고 있으니, 일본 미쯔시비에 허리 굽혀 가며 동냥하며 기술을 배워가던 때를 생각하면 이런 천지개벽하고 경천동지할 일이 일어날 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온갖 재료들이 쓰입니다. 자동차는 쇠로 만든 제품이지만 가만 보면, 시트에는 천이 들어가야 하고 앞유리창을 만드는 유리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와이퍼와 타이어는 고무가 사용됩니다. 그리고 요즘은 자동차에 수십개의 컴퓨터 모듈이 들어갑니다. 그 중에 무게가 가장 많이 무거운 것은 뭐니뭐니 해도 역시나 금속 재료들입니다. 자동차에 많이 들어가는 철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철소가 필요합니다. 쇳물을 틀에 부어 엔진을 만들 수 있는 용광로를 가진 주조 공장도 필요합니다. 

이렇듯 자동차 공장은 온갖 종류의 산업을 돌아가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건 자동차 생산적인 측면에서만 본 것이고, 그 외의 파급 효과는 팔려간 자동차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납니다. 자동차 부품 산업과 정비업이 그 대표적인 애프터 파급 효과입니다. 그리고 그 자동차를 이용한 수송관련 사업도 있습니다. 세차 사업도 자동차 때문에 생긴 사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와 관련하여 수많은 사업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제가 별로 좋지 않게 보는 사업 분야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동차 악세사리 관련 사업입니다. 이 분야를 따로 자동차 애프터마켓 산업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부품으로 치면 자동차 공장에 납품되는 정품이 있고, 애프터 마켓에서 야매로 생산되는 애프터마켓, 즉 정품이 아닌 부품들이 있습니다. 이런 부품들 중에 가장 고가품에 속하는 것은 알루미늄 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쓸데없는 악세사리 부품들이 정말 많습니다. 저는 이 분야를 아주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자동차 때문에 생긴 기생충 사업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애프터마켓 제품 중에는 자동차 성능 향상과 아무 상관이 없는데, 퍼포먼스를 올려주는 제품이라고 사기를 치며 쓸데없이 돈을 낭비하게 만드는 제품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자동차에 대한 전문 지식까지 필요없고, 상식만 가지고도 그게 뻥인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는 쓰레기같은 제품을 사며 돈을 낭비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어이가 없고, 한심하기 그지 없습니다.

자기가 번 돈 자기 마음대로 쓰는데, 누가 뭐라 할 일이 아니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런 바보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어서 문제입니다. 오늘 제가 그 바보 때문에 바보가 된 날이었습니다.

체크엔진 경고등이 들어오는 문제로 2016년형 서버번(Suburban)이 들어왔습니다. 이 서버번은 샤시는 하프톤 픽업 트럭 샤시를 가진, 즉 트럭 크기의 대형 SUV입니다. 2열과 3열 시트를 접으면 뒷 공간이 어른 세명이 널널하게 누울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나옵니다. 거기에 두터운 이불 두세겹만 깔면 어디 캠핑 가서 호텔에 들어갈 필요없이 자동차 자체가 야외호텔이 되는 드림카입니다. 번거롭게 캠핑 트레일러를 끌고 다닐 필요도 없습니다.

이 차의 번호판을 보니, 요즘 새로 단 번호판입니다. 누군가 10년된 중고차를  산 모양입니다. 스캐닝을 해보니, 체크엔진 경고등을 들어오게 한 코드가 하나 보입니다. P2138 코드입니다. “Accelerator Pedal Position Sensors 1-2 Not Plausible” 메시지를 갖고 있는 코드입니다. 악셀 페달 쪽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2천년대 이전의 차들은 악셀 페달과 스로틀이 굵은 쇠줄 와이어로 직접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악셀 페달을 밟는데 따라 그 줄이 스로틀을 직접 열고 닫아 주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2천년을 전후하여 악셀 페달과 스로틀을 직접 연결해주는 와이어를 없애버렸습니다. 대신 악셀 페달에 센서를 달아 운전자가 악셀페달을 얼마나 밟았는지를 ECU(Engine Control Unit: 엔진 콘트롤 컴퓨터)에 전달하면 ECU는 스포틀에 연결된 액츄에이터를 작동시켜 스로틀을 열고 닫아주는 형태로 구조가 바뀌었습니다. 자동차의 온갖 장치들이 기계식과 유압식에서 점차 전자식으로 교체되는 과정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그 악명 높은 급발진 사고도 엔진 컨트롤이 전자화 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급발진 사고가 자동차 제조사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ECU가 내부 오류를 일으켜 운전자가 악셀페달을 밟지도 않았는데, 스로틀이 왕창 열려 급발진이 일어났다고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 서버번의 악셀 페달은 ECU와 6개의 서킷(circuit)으로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여섯 개의 서킷에 문제가 없는지를 먼저 체크했습니다. 그런데 ECU에서 악셀 페달로 오는 도중에 두 개의 커넥터가 있습니다. 커넥터 하나는 ECU와 같이 엔진룸에 있고, 다른 커넥터 하나는 운전석 밑쪽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육삼십팔, 18개 선들의 저항을 측정하여 끊어진 곳이나, 저항이 많이 걸리는 선이 없는지 체크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시간이 좀 많이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18개를 전부 체크한 것은 아니고, 일단 ECU과 악셀페달 사이, 즉 끝에서 끝을 측정해보니, 서킷 6개 중에 두 개에 큰 저항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그 두 개의 선을 체크해들어 갔습니다. 그랬더니, 실내 쪽에 있는 커넥터와 악셀페달 사이의 서킷에서 큰 저항이 걸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악셀 페달 커넥터에 꼽힌 커넥터가 오리지널이 아닙니다. 운전자가 뭔가 애프터마켓 제품을 악셀 페달 커넥터에 연결해놓았습니다. 즉, 애프터마켓 제품이 악셀페달에 설치되기 위하여 두 개의 커넥터를 가지고 있는데, 오리지널 커넥터를 애프터 마켓 제품의 한 커넥터에 연결하고, 애프터 마켓 제품의 다른 커넥터를 악셀페달에 연결한 것입니다. 

악셀 페달에 꼽은 그 제품이 성능을 향상시켜준다고 하는데, 악셀페달이 ECU를 통해 스로틀에 연결되어 스로틀을 작동시키고, 스로틀이 열린 정도를 ECU가 피드백 받는 그런 구조인데, 무슨 성능을 어떻게 향상시켜준다는 것인지? 개가 들어도 개소리같은 민망한 상식없는 바보같은 소리입니다. 

그런데 바보는 제가 더 바보입니다. 그걸 보았으면 애프터마켓 제품 뽑아버리고, 오리지널 커넥터와 ECU 사이의 서킷이 이상 없는지만 체크해보았으면 간단히 끝날 일을 왜 애프터 마켓 제품이지만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뻘짓을 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헛똑똑이였습니다.

속으로 욕이 나오고 원망의 소리가 나왔지만, 제가 좀 똑똑했으면 시간낭비를 하지 않았을 일입니다. 그렇게 했더라도 기본적인 확인으로 어짜피 쓸데없는 시간이 낭비되었을 것입니다. 기생충 같은 자동차 악세사리 산업과 상식없이 그런 쓰레기같은 애프터마켓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정비하는 사람들이 애매한 시간 낭비와 헛고생을 하는 일들이 수없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바보에게 당하는 게 바보입니다. 누굴 탓할 일도 아니지만, 이런 바보 차주인이에게는 수리비를 열 배로 청구해야 합니다. 그렇게 강심장을 가진 서비스 어드바이저나 서비스 매니저가 이 세상 어디에 있겠냐마는.

자동차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그 자체로 나름 예술품입니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이 수년간에 걸쳐 고심에 고심을 하며 설계하고 개발해낸 것이며, 최적의 부품을 적용하여 만들어낸 것입니다. 거기에 뭘 더하거나 빼내는 것은  헛 돈 쓰며 비싼 차를 망가뜨리고 고유한 생김새와 디자인을 뭉개버리는 일입니다. 제발 그런 바보짓들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돈 있으면 오늘 저녁 굶지 않고 밥 먹고 잠자리에 들어갈 수 있는 아이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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