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색이다

기타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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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일(?)이 없었으면 아무 느낌도 없었을텐데. 무슨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것만 보이는 뭔가가 생겼습니다.

그런 경험을 하셨을 겁니다.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던 차가 내가 캄리를 사서 몰아보니까 길거리에 캄리가 그렇게 자주 보인다. 뭐 그런 경험 말입니다. 사람의 눈에 자기 것은 잘 보이는 그런 특성이 있나 봅니다. 관심이 없는 것은 보이지 않고, 관심이 있는 것은 잘 보이는 법이지요?

아무일 없었는데, 무슨일이 생긴 것은 일렉트릭 기타입니다. 그걸 가지고 놀 계획이 전혀 없었는데, 이렇게 저렇게 타락하다(?) 보니, 매일 저녁 일렉 기타를 띵똥거리고 있습니다. 인생 첫 장만한 일렉 기타가 하이레벨은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비지떡도 아닙니다. 초보자용 중에서는 사양이 꽤 괜찮은 놈입니다. Yamaha Pacifica 112VM.

기타를 하나 사려고 맘먹고나서 마음에 둔 색상은 하늘색 계열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원하는 기종을 찾으니 그것에는 하늘색 계열이 없고, 아마존에서 살 수 있는 것이 그레이(gray)로 한 가지 밖에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기타를 받아들고 보니, 원래 원했던 하늘색 색상이 아니어서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었는데, 매일 만지면서 보다보니, 그런대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돌아다니면서 보니, 자동차 색깔이 기타 색깔과 같은 차가 눈에 제법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에서는 이 그레이 색이 폭발적인 유행을 타고 있습니다. 자동차에서 원래 이 색상은 스포츠카에 많이 도입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대중적으로 이 색상을 폭발시키기 시작한 것은 독일차 아우디입니다.

자동차에 이런 무채색 계열로는 실버와 짙은 쥐색이 있었는데, 기존의 그런 색은 메탈릭 컬러로 번쩍번쩍하여 차의 윤곽이나 볼륨감이 잘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솔리드 그레이 색상이 도입되면서 메탈릭 광택을 삭제하여 차의 볼륨감을 잘 드러나게 했습니다. 



아우디의 나르도 그레이(Nardo Grey)와 포르쉐의 크레용(Crayon) 같은 그레이 색상이 스포츠카, 고급차에 적용이 되고, 그 색이 고급스런 색상으로 각인이 되면서 이제는 거의 모든 자동차 업체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유행으로 그런 색상의 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 일렉 기타의 색상을 보면 유광처리된 그레이인데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연두색을 은은히 발하는듯한 색상으로도 보여 좀 오묘한 면도 있습니다. 그레이긴 한데, 보고 있으면 뭔가 고급스러운 기운이 나는 것도 같은 색감입니다. 얼마 전에 그런 색상을 보면 페인트 칠하기 전의 밑칠만 바른, 완성되지 않은 페인트 색상으로 보여 ‘뭐 저러냐?’ 싶은 생각을 했는데, 그런 색깔의 기타를 매일 만지고 있고, 사람들은 그런 덜 떨어진 것 같았던 색상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유행은 제멋이고, 제멋대로인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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