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언덕

앵무새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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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다큐멘터리에서 본 걸로 기억합니다. 중남미에 앵무새가 대규모로 서식하는 밀림의 풍경이었습니다. 그 귀한(?) 앵무새가 정말 저리도 많이 떼지어 살다니, 그 화면을 보면서 경이롭게 생각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앵무새가 사는 지역은 갖가지 동식물이 풍부하게 많이 서식한다고 합니다. 그게 뭐 앵무새 하나 때문에겠는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앵무새가 꽤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앵무새가 먹이를 먹을 때, 대충 먹고는 나머지를 그냥 버린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앵무새가 머물다간 나무 밑에는 먹을 것이 늘 있어 숲속의 작은 동물들에게 좋은 먹이가 되고, 그 동물들이 싸고 간 배설물이 숲을 울창하게 만들고, 숲이 또 열매를 생산하면 그걸 또 앵무새가 물고 가서 퍼뜨리고, 그렇게 연쇄적으로 좋은 일이 반복되어 숲이 풍성하게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앵무새와는 완전 딴판입니다. 한번 물고간 돈을 절대로 그냥 내놓는 법이 없습니다. 부자들이 돈을 질질 흘리며 재분배하는 일은 유사 이래 없습니다. 재분배는 커녕 그냥 벼룩이 간까지 쪽쪽 빼어먹고 빨아먹는 것이 부자들의 악마와 같은 습성이고, 돈이 만든 돈의 습성입니다. 그런 인간의 악한 본능이 금전 만능주의 자본주의 사회를 만들었고, 극심한 빈부의 격차를 만들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연봉이 4만불이면 빈곤층이라고 합니다. 아니, 한푼도 못 벌고 지금 당장 먹을 것이 없어야 극빈층이지, 4만불이나 버는 사람이 빈민이라고? 4만불이면 한 달에 3천불 이상 버는 것 아닌가? 그런데 미국은 돈이 엄청 많은 나라고 워낙 부자이기 때문에 4만불 소득이면 그냥 빈민이라고 한답니다. 

정말 뉴욕에서는 4만불 벌이로는 방 한 칸 얻을 수도 없으니, 극빈이 틀린 말은 또 아닌 것 같기는 합니다. 지금 알려지는 미국 상황은 말이 아닙니다. 트럼프의 칼에 휘둘려 일자리를 읽은 공무원들이 푸드뱅크를 찾아 줄을 서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비행장 관제탑 공무원들이 월급을 받지 못해 집에 가는 바람에 사람이 모자라 공항에서 비행기들이 뜨지 못해 지연되거나 결항되는 항공편이 폭주하고 있다니, 이게 나라인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하루 아침에 거지가 되어 거리에 나앉는 사람이 늘어나고, 당장 먹을 것이 없는 사람이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국가도 돈이 많고, 시중에도 돈이 많다는데 그 돈은 다 어디로 갔는지? 미국 정부는 국채 이자 갚기도 버겁다는데, 돈이 많다는 소리는 또 뭔소린지? 좌우지간 눈에 보이는 것은 없고 손에 잡히는 것은 없는데, 종이 돈만 마구 찍어 내고, 주식시장의 보이지 않는 물건에 천문학적인 돈이 구름같이 만들어져서 허황되게 부풀려지면서 세상은 제대로 망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이 망하면 돈을 손에 쥐고 있는 부자들은 돈을 더 많이 벌고, 가난한 사람들만 죽어나가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런 문제를 국가가 해결해주어야 하는데,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그 권력을 이용하여 자기들 돈만 더 불리고 있으니, 가난한 사람들의 인생에는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부자들이 돈 버는 방법을 배워 어릴 때부터 돈 놓고 돈 먹는 방법을 배우고 그렇게 살아왔어야 하는데, 온 인생을 순진하게도 열심히 일하면 일한만큼 보상 받을 수 있다는 어리석기 그지없는 신념에 쌓여 살아왔으니 제대로 쫄딱 망한 인생입니다.

배운 게 일하고 몸으로 떼우고 벌어먹는 것 밖에는 모르니, 오늘도 몸도, 몸 안에 있는 정신도, 땀 빼며 정신없이 일을 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이제 나이가 좀 들었다고, 금요일 하루를 빼주니, 나흘 열심히 일하면 사흘 쉬고 번 돈으로 맛있는 것 사먹을 수 있는 것입니다. 아직은 숨 넘어 가기 직전의 삶을 감사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목요일이 되면 내일, 금요일은 출근을 하지 않으니, 목요일 집에 가기 전에 끝낼 수 있는 일로 매니저들이 어레인지(arrange)를 해줍니다. 참 좋은 직장입니다. 

점심 먹고나서 일 하나가 노트북 스크린에 떴는데, 보니, 체크엔진들이 들어오고 심각한 경고 사인이 뜨는 문제로 온 캐딜락 XT5입니다. 코드를 찍어보니, P0128 00 코드가 뜹니다. 이건 정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주 유명한 코드입니다. 이 코드가 뜨면 통상 그냥 써모스탯(therstat)을 교체합니다.


그런데 SI(Service Information)을 확인해야 합니다. 혹시 추가적으로 있을지도 모를 문제를 확인해야 합니다. 추가로 확인해야 할 것은 냉각수 온도를 측정하는 센서입니다. 센서의 온도에 따른 저항값을 확인해보니 센서는 정상적으로 작동을 합니다. 써모스탯만 교체하면 됩니다.

스티어링 커뮤니케이션 코드도 같이 떴는데, P0128 코드가 야기한 코드입니다. 써모스탯만 교체해주면 저절로 해결되는 문제이지, 스티어링 쪽에 뭔가 고칠 일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써모스탯을 교체하려면 위쪽을 덮고 있는 부품들, 인테이크 매니홀드를 비롯하여 뜯어낼 것들이 있습니다. 공식 작업 시간은 3시간 이상 걸리는 작업입니다. 목요일 오후에 이 진단이 끝났으니, 작업에 착수하면 오늘 끝날 수 있을지 내일까지 이어질 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서비스 어드바이저가 와서 오늘 끝낼 수 있겠느냐고 묻길래, 아마도 힘들 것같다고 하니, 매니저와 상의하여 다른 테크니션에게 일을 넘기는 것으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대신 저는 간단히 끝낼 수 있는 일을 이어서 했습니다. 일을 하면서 보니 저쪽에서 다른 테크니션이 써모스탯 교체하는 작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통상 딜러샵에서는 일을 처음 시작한 테크니션이, 진단을 한 테크니션이 마무리 작업까지 합니다. 그 작업은 처음 일을 할당 받은 테크니션 것으로 당연히 인정을 하는 것이 상식이고, 관례입니다. 다른 테크니션이 그걸 가져갈 수 없습니다. 일하는 것이 바로 돈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테크니션의 일을을 가져가는 것은 그 테크니션의 돈을 훔쳐가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서비스 어드바이저가 제게 와서 다른 사람에게 일을 넘겨도 되겠느냐고 물어보는 것입니다. 저는 목요일까지 일하고 금요일 쉬기 때문에 목요일에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고, 다른 날에도 목요일까지 힘들고 금요일까지 이어질 일이면 제가 진단을 끝낸 일이라도 미련 없이 다른 테크니션에게 줍니다. 그로 인해 제가 이 샵에서 제일 큰 앵무새가 되었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일일 것 같았던 일을 끝내고 나니 아직도 시간이 좀 남았는데, 노트북 화면에 또 다른 일 하나가 더 뜹니다. 이걸 한 시간도 안되는 나머지 시간에 마칠 수 있을지는 아주 애매한 작업입니다. 체크엔진등이 뜨는 문제와 엔진오일 교환이 있는 작업인데, 엔진오일 교환만 하면 마칠 수 있는데, 체크엔진 진단은 그게 무슨 문제인지에 따라 30여분 남은 시간에 마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입니다. 

“내가 하지 않으면 누군가 하겠지.” 생각하고 샵을 가만 둘러보니, 다들 차에 하나씩 달라붙어 씨름을 하고 있는데,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보입니다. 

“모르겠고, 오늘 나의 일은 끝났다.” 정리하고 나갈 생각을 하면서 화면을 보는데, 뒤에서 누가 콕콕 등을 두드립니다. 매니저 조가 왔습니다. 그 뒤에 완전 찌그러진 표정을 한 서비스 어드바이저 크리스가 보입니다. 조가 엔진 오일 교환은 다른 애에게 맡길테니, 무슨 코드가 떴는지만 좀 체크 해봐달라고 합니다.

차를 베이에 들이고 스캐너로 찍어보니, EVAP관련 코드가 뜹니다. 퍼지(purge) 솔레노이드 밸브가 스탁 오픈(stuck open)되는 경우에 뜨는 코드입니다. 아주 흔하게 발생하는 문제고, 대부분의 경우, 퍼지 콘트롤 솔레노이드 밸브를 교체해주면 간단히 수리가 됩니다.

그렇게 진단 결과를 내놓고 있는데, 크리스가 와서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냐고 걱정스런 목소리로 묻습니다. 손님에게 좀 쪼들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차는 많이 오고 샵이 바빠 작업이 하루종일 미루어 지고 있으니, 이른 시간에 차를 맡긴 손님이 자기차를 언제 수리하는지 몰라 안달이 나서 전화로 서비스 어드바이저를 괴롭힐 수 있습니다.

크리스에게 웍오더(work order)를 프린트 한 종이에 purge solenoid valve라고 적어주며 이 물건이 파트쪽에서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라고 주니, 백번을 고맙다고 하면서 신나서 갑니다. 당연히 그 물건은 평상시에 파트에 확보되어 있을 것입니다. 크리스가 다시 오길래 그 물건이 있냐고 하니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 집에 갈 시간이 다 되어 작업은 내가 하지 못하고 다른 애한테 맡겨야 할 것 같다고 하니, 미소 가득한 얼굴로 당연히 그러겠다고 합니다.

조와 같이 왔을 때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표정이었는데, 진단결과를 받고는 마음이 평안을 얻은 표정입니다. 오늘 작업을 끝내지 못하더라도 차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진단 결과를 알려주고 내일 언제쯤 정비가 끝날 것이라고 알려줄 수 있으니, 고객으로부터의 시달림으로부터 해방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만 두 건이나 앵무새 역할을 한 셈입니다.

언덕 위에 사는 인간들이 모두 앵무새가 될 수 있다면, 그 언덕이 사라졌던 에덴 동산이 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믿음이 앵무새보다 못한 인간들. 앵무새는 아무리 베풀고 살아도 주님이 늘 풍성히 주실 것을 잘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믿음 없는 인간들은 자기만의 배를 위하여 끊임없이, 자비없이 욕심을 부리고 가난한 자들의 배고픔과 고통에 대하여 내몰라라 합니다. 심지어는 가난한 자들의 처지를 비웃어가며 갑의 횡포를 부리고 권력의 비호 아래 끝없는 약탈(투자라고 포장하고 돈놓고 돈먹기 하는)을 일삼고 있습니다. 집값을 올리고, 자기만 잘 살겠다고 관세를 때리고, 종이돈을 마구 찍어 인플레이션을 만들어 물가를 올리고,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과 신음 소리는 유사 이래 한 시도 끊긴 일이 없습니다.


[행2:44-45]

44 믿는 사람이 다 함께 있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45 또 재산과 소유를 팔아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눠 주며

[Ac 2:44-45, NIV]

44 All the believers were together and had everything in common.

45 They sold property and possessions to give to anyone who had n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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