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의 꿈
리오의 꿈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에 갔다 왔습니다. 그런 건 아니고, 2006년형, 그러면 20년된 차인가요? 기아의 오래된 조그만 차 리오의 키를 매니저가 직접 챙겨주며, 자기 친구차라고 좀 봐달라고 합니다. 워터 펌프를 바꾸어야 할 것 같아서 타이밍 벨트 키트까지 파트를 다 주문해두었다고 합니다.
GM 딜러에서 일하면서 다른 메이커 차를 봐야하는 게 정말 싫습니다. 그런 속마음을 모르는지, 친구차라고 타 메이커 차만 가지고 오면 왜 저한테만 맡기는지 모를 일입니다.
차를 제 베이로 들이고 나니 뭐가 문제인지를 보여줍니다. 시동을 걸고, 스티어링 휠을 돌리니 워터펌프 풀리가 돌지 않고 벨트가 슬립을 합니다. 그걸 보고 워터펌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타이밍 벨트 키트를 준비한 모양입니다. 리오는 워터 펌프를 교체하려면 타이밍 벨트를 걷어내야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매니저가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왜 워터펌프가 돌지 않고 벨트 슬립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제가 일단 벨트를 걷어내고 상태를 체크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리오에는 3개의 벨트가 있습니다. 파란색 벨트와 오렌지색 벨트는 크랭크 샤프트 풀리에 연결되어 있어서 엔진이 돌 때, 직접 돌려주는 형태입니다. 즉, 파란색 벨트는 위쪽의 워터 펌프 풀리와 아래쪽의 알터네이터 풀리를 돌려주고, 오렌지색 벨트는 에어컨 콤프레서 풀리를 돌려줍니다. 그리고 노란색 벨트는 워터펌프 풀리와 연결되어 위쪽의 파워스티어링 펌프 풀리를 돌려줍니다. 그러니까 파워 스티어링 펌프는 크랭크 샤프트 풀리가 직접 돌려주는 것이 아니고 워터 펌프 풀리를 거쳐 동력이 전달되는 것입니다.
일단 벨트들을 다 들어내고, 워터 펌프 풀리도 걷어냈습니다. 그리고 워터펌프 샤프트를 체크해보니, 유격이나 플레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돌려보면 부드럽게 돌아가는 것이 베어링이 망가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제 직감대로 파란색 워터펌프 벨트의 장력이 약하여 일어난 문제가 아닌가 생각이 되어 매니저에게 보여주고 벨트들을 새 것으로 교체하고 장력을 제대로 조정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파워 스티어링 펌프에 로드가 가해져 워터펌프 풀리에 그 로드가 전달이 되니, 느슨해진 파란색 워터펌프 벨트(혹은 알터네이터 벨트)가 슬립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하고 제 생각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벨트 3개를 새 것으로 교체하고 장력을 잘 조정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동을 걸고 스티어링 휠을 돌려보니, 벨트가 슬립되는 문제가 없어졌습니다. 모든 것이 정상이 되었습니다. 타이밍 벨트 키트 상자는 아직 뜯지도 않아 그대로 반품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소 뒷걸음 치다 쥐 잡는 식으로 가끔 어려울듯 싶은 일을 비교적 간단히 끝내는 어줍지 않은 이런 실력(?) 때문에 친구의 고물차 정비를 제게 맡기는 건지는 몰라도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자기는 좋을지 몰라도 저는 거의 노이로제 상태에 빠집니다. 어쨌든 오늘도 고물차 한 대, 천사의 도움의 손길로 또 쉽게(?) 고치는 기적을 경험했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감사할 줄 알면서 노이로제라고 하는 것은 그 감사가 진심인지 의심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성경은 믿는 사람에게 그런 상투적인 말을 하는 모양입니다. “항상 기뻐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상투적인 이야기가 아니고 인생 살아보면 정말 챌린지가 되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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