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를 찾는 사람들의 심리
딜러를 찾는 사람들의 심리
15년 된 트럭이 문제가 있어 딜러를 찾았습니다. 통상 새차를 사면 워런티가 살아있는 동안은 딜러를 찾다가 워런티 기간이 지나고 새차가 중고차 반열에 들면 많은 사람들이 차를 정비하기 위해 찾는 곳이 딜러에서 일반 정비샵으로 바뀝니다. 딜러에 비해 일반 정비샵이 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트럭은 딱 보아도 팍 삭았습니다. 언제 어디를 돌아다녔는지, 보통 이상으로 노후화가 급격히 진행이 되었습니다. 이런 차를 가지고 일반 정비샵을 찾지 않고 딜러를 찾은 것이 의외입니다. 일반 정비샵에서 좋지 않은 경험을 했을까요? 바가지 경험이 있었던지, 자기네는 고치지 못할 문제니, 딜러로 가보라고 햿던지, 그러면서 그냥 가라고 한 것도 아니고, 고치지도 못했으면서 자기들이 소비한 시간에 대해서는 돈을 청구하는 바람에 이중으로 지출되는 경험을 했던지..
이정도 고물차는 어디가 성한 데가 없을텐데, 그야말로 쓰레기를 가지고 딜러는 왜 왔데? 뭔 문제를 내놓았나 보았더니, 차가 바운싱이 너무 심하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 “after last visit"이라는 부분이 보입니다. 이 말이 주는 뉴앙스가 뭔가요? 자기차는 잘못 없고, 니들이 내 차를 이렇게 만들어놨다는.. 그러니까 뭐 공짜로 차를 고쳐내라 정도의 분위기?
테스트 드라이브를 해보니 차가 정말 바운싱 바운싱합니다. 차를 베이에 들인다음, 차를 아래위로 움직여보았더만 바디가 댐핑이 잘 안됩니다. 보통 차를 눌렀다가 놓으면 한번 바운싱하면서 멈추는데, 앞쪽은 두세번 바운싱되고, 뒤쪽은 댐핑이 거의 되질 않습니다.
차를 올리고 밑을 보니, 원인이 바로 나옵니다. 뒤쪽 쇽업소버의 아래쪽 마운팅이 부서져 있습니다.
양쪽이 다 망가져 있습니다.
이게 딜러 잘못입니까? 일반 사람들이 모르는 게 있습니다. 아예 상식의 논리를 뇌속에서 꺼버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면 자기최면을 그렇게 스스로 억지로 걸어보는 것인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것같습니다.
‘딜러에만 갔다오면 내 차가 새차가 된다.’
딜러에 와서 새차가 아니라 중고차를 사는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같습니다. 중고차를 사면서 자기가 새차를 사가는 것으로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테크니션들은 중고차 인스팩션을 부담스러워합니다. 왜냐면 중고차를 인스팩션하고 필요한 수리를 한 다음, 판매를 했을 경우, 중고차를 사간 사람이 차를 사간지 얼마되지 않아 씩씩거리면서 딜러로 되돌아와 문제를 제기할 경우, 난감한 일이 발생합니다. 그럴 경우, 차주인이 뭘 잘못한 경우가 아니라면 딜러는 무료로 수리를 제공해주는 것으로 일단락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그 차를 인스팩션했던 테크니션은 누가 대놓고 욕은 하지 않아도 스스로도 욕을 바가지로 먹고, 스트레스도 엄청 받게됩니다.
따라서 중고차를 인스팩션 할 때는 대충이 아니라 전력 피칭을 해야 합니다. 오감을 총동원하여 모든 문제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럼 중고차 한대 인스팩션하는데 주어지는 시간은? BMW딜러에서는 신차 인스팩션에 6시간을 줍니다. 중고차가 아니라 신차 인스팩션인데.. 그럼 지엠 딜러에서 중고차 인스팩션에 주는 시간은? 8시간? 이틀? 2시간줍니다. 2시간동안 중고차가 가진 모든 문제를 걸러내야합니다. 심지어는 단기간 내에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있는 문제까지 유추해내야 합니다. 두시간내에..
그런데 말입니다. 중고차 인스팩션이 제게 왕창 몰아지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손님을 받아들이는 서비스 어드바이저 간에 제가 인스팩션한 차가 손님들이 리턴하는 케이스가 거의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이건 제 스스로의 덫에 걸린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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