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과 버섯

10월 13, 2025

첫눈과 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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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아는 여행과 모르는 여행이 있습니다. 모르는 여행은 초행길의 여행을 뜻합니다. 당연히 처음 해보는 여행은 감을 잡느라고 수박 겉핥기 여행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처음 경험하는 여행이니 익사이트한 것은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의 진정한 맛은 아는 여행입니다. 가본 곳을 또 가보는 여행을 말합니다. 이 여행은 여행하는 곳의 구석구것을 알아가는 재미와 새로운 것을 발굴하는 재미가 있고, 아는 곳이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즐기는 여행을 할 수가 있습니다.

캐나다에서의 아는 여행은 당연히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동반하는 여행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액티비티는 트레킹입니다. 자연은 계절 따라 그리고 날씨와 기온의 변화에 따라 항시 모습이 변하고 마주 할 때마다 같은 모습이 아니어서 좋은 곳은 몇 번을 다시 가도 지루하지 않고 늘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놀라운 일이고, 기적같은 일입니다. 그런 것을 경험하고 즐기는 것이 진정한 캐나다에서의 여행입니다.

사는 동안 휴가를 2주 연속으로 받아 여행을 해본 일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9월말에 캐나다에 처음 와보는 친척들과 밴쿠버 일대와 밴쿠버 아일랜드 일대를 여행 했습니다. 밴쿠버에 사는 사람에게는 아는 여행이고, 캐나다에 처음 와보는 분들에게는 모르는 여행입니다. 꽤 유명한 곳들을 들렸지만, 그 기간 가지고는 당연히 가본 곳보다는, 경험해본 것보다는, 가보지 않고,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 훨씬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2주 간의 강행군(?)으로 캐나다에 처음 와본 사람들보다는 그들을 끌고(?) 다닌 사람들이 더 힘들었는지, 그들을 한국으로 돌려보낸 다음에 완전히 뻗었습니다. 혼수상태. 더구나 저같은 경우는 그들을 보낸 다음 날, 바로 출근하여 고장난 차들과 씨름을 하였으니, 휴가 보내고 난 다음 주가 몸과 정신이 정말 고통스러운 일주일이었고, 그 덕에 입술도 다 터졌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이어지는 주의 월요일이 추수감사절이라 월요일 하루 더 늦잠을 늘어지게 자면서 컨디션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습니다. 신경을 더 많이 쓰고 더 힘들었을 아내도 이제야 정신을 좀 차리는듯 보였습니다.

그런 추수감사절 월요일 공휴일, 지난 이틀간 비가 오고 흐린 뒤에 날이 엄청 좋습니다. 기온은 뚝 떨어져 초겨울 날씨인데, 햇볕이 너무 좋은 날입니다. 날 좋고 몸이 다시 움직일만하니 또 마음 속에 바람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배낭에 먹을 것을 대충 챙기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는 여행을, 오후에 당일치기 피크닉을 나섰습니다.

씨투스카이를 타고 휘슬러 쪽으로 향했습니다. 산과 바다 풍경을 즐기면서 달리다 보니, 멀리 블랙 터스크에 첫눈이 내린 것이 보입니다. 가리발디 산에도 하얗게 첫눈이 내려앉아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휘슬러까지 가지는 않고 스쿼미쉬 앨리스 레이크에 차를 대고 스텀프 레이크 쪽 트레일로 들어섰습니다. 비가 온 뒤인지라 버섯들이 어떤 상태인지 탐사 목적도 있습니다.

지난 밴쿠버 아일랜드 여행 때 하나 장만한 모세의 지팡이(?)를 손에 쥐고 아내와 함께 가을과 겨울 사이에 놓인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느 무식한 한국 할머니 때문에 멸종될 뻔 했던 랍스터(lobster) 버섯이 몇 년 동안 자취를 감추었다가 작년에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어떨까 많이 궁금했습니다. 다행히 작년에 수확하지 않고, 가만 놔둔 효과가 있어서 올해 다시 많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수확시기는 놓쳤습니다. 밴쿠버 아일랜드로 떠난 여행 때문에 놓친 것입니다. 이 버섯은 향기가 좋고 맛이 있어서 그런지 동물들이 뜯어먹은 흔적들이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이 귀한 버섯이 이 지역에서 멸종하지 않고 이 숲에 다시 나타나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기분이 좋아지는 일입니다.

브라운 벨벳(brown velvet)이라고 불리는 볼레뜨(bolete) 버섯도 발견이 됩니다. 이 버섯도 식용입니다. 어떤 맛인지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따지 않고 번식을 위해 그냥 놔뒀습니다. 모르는 여행도 익사이트하지만 나이가 들고 몸이 무거워지니, 아는 여행이 여유가 있고, 쫓기는 기분이 들지 않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