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쿼미쉬 나들이

스쿼미쉬 나들이

웨스트 밴쿠버에 둥지를 튼지도 벌써 십년이 되었습니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잠시 살았던 곳이 스쿼미쉬입니다. 스쿼미쉬에 산 2년간은 캐나다에 이민온 것을 제대로 환영받는 듯한 생활이었습니다. 일하는 시간 외에는 스쿼미쉬와 휘슬러 사이의 산속 트레일들을 트래킹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광대한 가리발디 쿼리도어의 이름난 트레일들을 모두 원없이 둘러보면서 대자연 속에 제대로 동화되어본 추억을 만든 소중한 2년이었습니다. 

그런데 밴쿠버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휘슬러는 알아도 스쿼미쉬는 잘 모릅니다. 휘슬러 가는 길에 지나치는 조그만 산골 마을이고 크게 유명한 것이 없으니 그냥 맥도날드에 들려 햄버거만 하나 사먹고 지나치는 곳입니다. 스퀴미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면 당연히 둘러볼 곳도 없고,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게 스쿼미쉬는 너무나 익숙한 곳이고, 들리면 둘러볼 곳도 여기저기 많은 재미있는 곳입니다. 아웃도어 레크레이션 생활을 제대로 한 곳이고, 연어 올라오는 철이면 퇴근 후에 매일 연어 두 마리 잡는 것이 일과였고, 스쿼미쉬 강의 급류를 카약을 타고 바다까지 흘러내려 갔고, 7월에도 눈이 쌓인 산을 올라가고, 그런 곳이었고, 구석구석 모두 꿰고 있으니, 그냥 거기 가면 뭔가 재미있는 곳이 스쿼미쉬입니다.

주말에 아내와 씨투스카이를 타고 스쿼미쉬로 드라이빙을 즐겼습니다. 스쿼미쉬에 도착하니 늦은 점심시간인지라 “금강산도 식후경” 먹을 곳을 먼저 찾았습니다. 구글 검색을 해보니, 베트남 식당이 보입니다. 우리가 살 때는 없었던 식당입니다. 스쿼미쉬 다운타운에 있는 그 식당 앞에 차를 대고 들어가 월남 국수와 돼지고기 구이를 시켜 먹었습니다. 월남 국수에는 기름이 너무 많이 둥둥 떠있습니다.


돼지고기는 좀 덜 구워졌습니다. 다음 날 새벽에 자다 배가 아파 화장실에 세번 앉았는데 아마도 이 월남 식당에서 먹은 것들이 문제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스쿼미쉬 가도 그 식당은 다시는 들리지 않을 곳입니다.


식당에서 내다본 스쿼미쉬 다운타운 모습입니다. 정말 소박한 산골마을 모습입니다. 어딜 둘러보아도 산으로 둘러쌓여 산만 보입니다. 그래도 날씨 좋은 주말인지라 식당마다 손님들은 대충 다 차있습니다. 


씨투스카이 하이웨이가 개통되기 전에는 밴쿠버에서 스쿼미쉬 가는 길은 뱃길이었습니다. 페리가 닿는 부둣가에 큰 호텔 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맥주도 제조합니다. 그 집 맥주는 비씨리쿼스토어에 가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바라본 바위산, 북미에서 유명한 스타와무스 칩(Stawamus Chief)입니다. 바위의 크기로는 북미에서 두 번째입니다. 첫번째는 그 유명한 요세미티입니다. 이 바위를 보면 사람 얼굴 하나를 발견합니다. 제 눈에는 너무나 크고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런데 이걸 사람 얼굴로 보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제 눈에는 그 얼굴이 예수님 얼굴 같기도 하고, 목 잘린 세례 요한 얼굴 같기도 하고, 비참하게 죽은 이사야 얼굴 같기도 합니다. 그 얼굴, 보이시나요? 한국에서 꼬맹이 시절, 교과서에 나왔던 큰바위 얼굴이 정말 세상에 이렇게 존재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스퀴미쉬 리버, 수량이 엄청납니다. 둑에서 바라보는 저 위쪽에 모래톱이 많이 있어야 하는데, 지난 며칠간 내린 비로 인해 그 넓은 모래톱들이 거치게 흐르는 흙탕물에 다 덮여버렸습니다. 저 거친 물살을 어떻게 거슬러 올라왔는지, 물개(seal) 한마리가 물살에 몸을 맡기고 누워서 둥둥 떠내려가며 저를 올려다 보는 것이 보입니다. 아직 연어가 올라올 때는 아닌데?


오랜만에 정말 좋은 날씨입니다. 하늘은 높고, 정말 푸릅니다. 바람붓으로 파란 하늘 도화지에 그려놓은 구름이 예술입니다. 두어달 뒤, 이곳에 눈이 내리면 추위를 피하여 독수리들이 먹이가 풍부한 이곳으로 내려와 새끼를 낳고 기르고 강가에서 연어를 잡고 뜯어먹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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