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슈베이의 한인 가게들
호슈베이의 한인 가게들
웨스트 밴쿠버의 서쪽 끝, 바다입니다. 거기서 더 가고 싶으면 페리를 타야 합니다. 웨스트 밴쿠버의 서쪽 끝 땅끝 마을, 호슈베이입니다. 베이의 모양이 큰 배 대기 좋게 말굽 모양으로 생겼다고 동네 이름이 그리 지어졌나봅니다. 거기서 배를 타면 밴쿠버 아일랜드로 갈 수 있습니다. 밴쿠버 아일랜드는 남한의 삼분의 일 정도 크기의 큰 섬이고,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주도인 빅토리아가 있습니다. 빅토리아는 밴쿠버 섬의 남단에 있고, 위쪽으로 큰 도시로는 나나이모와 코목스같은 도시들이 있고, 고속도로로 이어져 있습니다. 섬에 고속도로가 있으니 섬이라고 하기에 좀 머쓱해지는 면도 있습니다.
밴쿠버는 오월부터 시월까지 휴가철입니다. 목숨 걸고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캐나다 각지에서 또 유럽 각지에서, 세계 각지에서 밴쿠버를 즐기기 위해 놀러옵니다. 밴쿠버와 휘슬러까지 둘러본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가는 곳이 밴쿠버 아일랜드입니다. 거기를 가기 위해서 페리를 타는 항구가 밴쿠버에 둘 있는데, 하나는 빅토리아로 바로 갈 수 있는 트와센이 있고, 나나이모로 연결되는 호슈베이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호슈베이에서 배를 타는 사람들은 밴쿠버 아일랜드의 나나이모에 떨어집니다. 나나이모에서 빅토리아로 내려가려면 차로 2시간 정도 잡아야 합니다.
밴쿠버 아일랜드는 그 크기가 남한의 삼분의 일이 되는 만큼 다 구경하려면 평생 둘러보아야 합니다. 더구나, 대도시 몇 빼고는 나머지 대부분의 땅이 원시림이고 또 큰 섬 주변에 경치 좋은 작은 섬들이 즐비하여 정말 그걸 다 보려고 하면 보트도 있어야 하고, 배낭 메고 목숨 걸고 탐험을 해야 합니다. 그런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기기에는 천혜의 요새(?)이고 정말로 그런 미친(?) 사람들이 트레킹을 즐기기 위해 몰려드는 곳입니다. 그리고 매년 조난 사건과 구조 활동이 벌어지기도 하는 그런 별천지입니다.
다시 호슈베이 이야기로 돌아와서, 호슈베이는 웨스트 밴쿠버에 속하는 작은 항구도시지만, 여름철이면 섬으로 가려는 차들과 여행객들로 북적거리는 곳입니다. 페리를 기다리는 동안 비치에 조성된 작고 예쁜 파크에서 멍때리는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주변의 조그만 가게와 식당, 커피숍에서 커피를 들고 나와 어슬렁거릴 수도 있습니다. 비치를 내다보며 식당에서 맥주 한잔 때리는 것도 평생의 추억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한국도 아니고 캐나다의 이 작은 시골 마을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가 무려 4개나 있습니다. 대단한 한국인들 아니겠습니까? 작은 그로서리 마켓도 있고, 스시집도 있고, 도넛 가게도 있습니다. 그리고 식당도 하나 있습니다.
도넛 가게는 올해 오픈 했는데, 장사가 그런대로 잘 된다고 합니다. 도넛이 캐나다 스타일이 아니고 한국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고,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도 장사가 잘 되고 있습니다. 커피를 맛있게 잘 내리는 것이 크게 한몫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게 위치가 페리 터미널 반대편에 있어서 장소에 대한 우려가 좀 되었는데, 의외로 그곳에서의 베이뷰가 너무 좋아 사람들이 가게 밖에 앉아 해피하게 커피와 도넛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위치가 나쁜 게 아니라 기가막힌 곳이 되어버린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올리브앤앵커, 이곳은 정통 양식당입니다. 암투병하다 사망한 탤런트 김자옥씨 언니가 운영을 시작한 곳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김자옥씨가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나이가 드신 분들은 TV에서 김자옥씨를 많이 보고 살았습니다. 그 분의 언니가 식당을 운영하다가 지금은 아들이 맡아서 운영하고 있는데, 항상 손님이 많습니다. 장사가 잘 되는 식당입니다. 며느리가 요리를 제대로 배운 쉐프고 카리스마가 있어 주방의 운영을 제대로 잡아놨습니다.
웹 사이트가 있어서 이 식당의 음식을 주문해볼 수 있습니다.
웹 사이트에서 음식 주문하는 것이 복잡하지 않습니다. 아주 간결합니다.
메뉴에 굴햄버거가 있어서 크램차우더와 함께 주문을 해보았습니다. 햄버거 빵 안에 커다란 굴 세개를 튀겨 넣었습니다. 굴만 꺼내어 먹어보았는데, 맛이 있습니다. 굴먼저 먹고 햄버거 빵을 따로 먹는데도 빵의 품질이 좋고, 햄버거 안에 든 채소와 소스도 맛있어서 굴 먼저 따로 다 먹고 햄버거 빵을 먹어도 그게 또 맛있습니다. 클램차우더도 괜찮고. 재료들이 좋다는 것은 주방의 군기가 제대로 잡혀 있다는 것입니다. 주방안이 밖에서도 보이는데, 쉐프들이 전부 젊은 백인들입니다. 주인 마님(김자옥씨 언니 며느리)은 지금은 주방에서 일을 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가끔 들려 카리스마 뿜으며 정기점검만 한번씩 해도 스무스하게 돌아가도록 만들어 놓은 모양입니다. 밴쿠버 놀러와서 아일랜드로 가는 참에 한번 들려볼만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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