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아침의 비트
비 오는 날 아침의 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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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 되면 밴쿠버 라디오에선 하루종일 크리스마스 송만 트는 방송이 있습니다. 이제 크리스마스까지 사람들은 성탄절을 기대하며 설레임 속에 한두달을 보냅니다. 예수님 이 땅에 오신 걸 믿지 않는 사람들까지 덩달아 설레고 난리블루스를 칩니다. 그 설렘을 물건 사대는 것으로 삶의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도대체 성탄절을 왜 쇼핑과 맞불렸는지, 상업금전자본주의에 찌든 사회가 돈벌려고 블랙프라이데이, 박싱데이를 만들어서 상혼을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영혼이 상혼에 제압 당한 세상입니다.
어쨌든 크리스마스는 좋은 것. 유대인들은 크리스마스와는 아무 상관 없겠네? 그 옛날 예수를 죽였고, 지금도 예수님 믿지 않으니까! 크리스마스 송이 CCM이나 찬송가 같이 성경적인 송도 있지만, 성경과 별 상관없이, 루돌프와 산타가 주인공인 그저 연말에 즐거우라고 만든 크리스마스 송이 많습니다.
유튜브 뮤직에서 좋은 크리스마스 송을 찾다가 여성 보컬이 부르는 CCM을 하나 찾았습니다. 허스키스러운 목소리에 힘이 있고, 쇼크를 조금 받은 것은 타악기의 비트입니다. 화려한 드럼 스킬이 아니라 그냥 탁탁 치는 단순반복적인 비트를 저렇게 간단히 과감하게 도입할 수 있다고?
그걸 보면서 흐리고 비 뿌리는 아침, 저도 강하고 단순한 강한 비트를 하나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을 해온 인생이 전혀 아니고, 음악 좀 한다는 수준도 아니고 오히려 박치에 가까운 수준인데도, 그걸 만들 수 있는 어처구니 없는 베짱이 생길 수 있는 것은 음악을 한번 해보겠다고 마음 먹고, 조그만 키보드도 사고, 모니터 스피커도 하나 사고, 해상도 꽤 괜찮은 모니터 헤드폰도 사고, 오디오 인터페이스도 마련하고, 무려 슈어의 SM58 마이크까지 구입하고, 지난 몇 달간 음악을 독학하면서 키보드를 두드려 대다 보니, 짧은 가락이지만 뭐 아무거나 하나는 내멋대로 해볼 수 있겠네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것입니다.
아래 비트는 그런 어이없는 배포로 이 아침에 느즉히 일어나 MPC2로 만들어본 비트입니다.
Akai MPK mini plus 키보드를 구입하면서 따라온 DAW가 MPC beats였고, MPC2는 MPC beats의 업그레이드 판입니다. MPC2가 업그레이드판이라기 보다는 MPC beats가 MPC2의 축소버전입니다. 큐베이스같은 좋은 DAW가 있음에도 MPC2에 미련이 남아 그걸 공부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아마도 첫사랑에 대한 집착? 생애 처음으로 대한 DAW라는 점, 그리고 아카이 키보드와 물려 최고의 콜라보를 만들 수 있을 것같은 기대감, 아직 공부를 완성하지 못한 MPK키보드와 MPC2에 대한 정복욕, 뭐 그런 것 때문인 것 같습니다.
MPK 키보드나 MPC2를 유튜브 가지고 공부를 좀 하려고 숱한 유튜브를 보았지만, 왕초보를 대상으로 천천히 세심하게 잘 만든 영상을 찾을 수 없습니다. 해서 손가락 기술이 필요한 MPK 키보드보다 마우스로 조작하여 음악을 만들 수 있는 MPC2를 먼저 정복해보기로 작심을 하고, 유튜브 놔두고 매뉴얼을 다시 한 번 끈기를 가지고 한 장씩 넘겨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쉬운 게 아닙니다. MPC2에는 수많은 버튼과 옵션들이 있는데, 매뉴얼과 MPC2 화면을 동시에 보면서 메뉴얼에 따라 MPC2를 조작해가며 한 걸음씩 나가는 것이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매뉴얼에 글은 있으되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를 경우도 있어 더 헤맬 수 있는 요인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AI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좌우지간 지뢰밭에 납작 엎드려 대검을 꼽아가면 지뢰를 체크해보듯 한 줄 한 줄 읽어보며 매뉴얼을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니 배 타고 안개 낀 대성양을 건너다 안개가 걷히면서 신대륙이 눈 앞에 나타나는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MPC2의 기본을 좀 다룰 수 있게 되어 간단한 비트 정도를 만들어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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