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차 고치려면 어디로?

캐나다에서 차 고치려면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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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마린 드라이버를 따라 출근하다 보면 정비 업소들이 몇 보입니다. 칼 타이어(KAL Tire)가 있고, 딜러도 몇 보입니다. 마이다스(MIDAS)도 보였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습니다. 마이다스는 아래 그림에서 A로 표시한 부분, 길목 좋은데 자리잡고 있어서 늘 장사가 잘 되던 곳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게 없어졌습니다. 망했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고, 나중에 보니, B로 표시된 곳으로 옮겼습니다. C는 노스 밴쿠버의 오토몰입니다. 오토몰 안에는 GM, 현대, 토요타, 렉서스, BMW, Ford, 혼다, 아쿠라, 마쯔다 등 여러 딜러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리고 오토몰 주변으로 바디샵과 정비샵들이 여럿 산재해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번호판이 달리지 않은 차를 한 대 받았습니다. 보니 GM차인데 기아 딜러에서 보낸 차입니다. 캐나다에서 정비를 맡길 수 있는 곳은 타이어샵, 개인정비샵, 마이다스 같은 체인점, 그리고 딜러샵등이 있습니다. 당연히 보수가 제일 좋은 곳은 딜러샵이고, 그래서 아무래도 실력이 더 좋은 테크니션들이 딜러에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기아도 딜러인데, 기아차가 아니라고 자기들이 고치지 못하고 GM차라고 GM딜러로 차를 고쳐달라고 보냈습니다.

이런 걸 보아도 기아 딜러샵에 갔으면 기아차를 사고, GM 딜러에 갔으면 GM차를 사는 게 현명한 일입니다. 그리고 기아차 딜러에서 GM차를 샀는데, 문제가 있으면 기아에서 샀다고 기아로 갈 것이 아니라, 정비는 GM으로 다녀야 합니다. 그럴 이유가 있습니다.

전쟁도 현대전은 전자전이라고 했습니다. 정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은 아니지만, 차 고치는 미캐닉들은 거의 흉기에 가까운 쇠덩어리 공구를 들고, 쇠(자동차)와 매일 힘겨루기를 하며 차를 고치고 있습니다. 두드리고, 때리는 소리가 하루종일 난무하고, 녹슬어 쩔어붙은 볼트 너트를 푼다고 산소용접기로 지지고 볶는 모습은 전쟁터만큼은 아니지만 터프한 모습입니다. 정비가 겉모습은 그렇게 몸으로 떼우는 것 같지만, 요즘은 전쟁의 현대 전자전과 같이 최신 정보의 지원이 없이는 사실상 지속적으로 새로운 장치가 추가되는 자동차들을 미캐닉들이 기존에 가진 지식, 머리에 이미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 차를 시간 낭비없이 제대로 고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입니다.

기아에도 뛰어난 미캐닉들이 있겠지만, GM의 미캐닉들이 볼 수 있는 정보를 볼 수 없기 때문에
GM 차를 제대로 고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딜러의 사정이 그럴 정도이니, 개인 정비업소나, 정비 프랜차이즈들도 오래된 차들이나, 혹은 브레이크나 타이어 위주로 정비를 할 수 있는 실정이지, 최신 모델이나, 전기차를 정비할 능력은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기아딜러에 갔으면 기아차를 사라는 말이 그런 이유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기아 딜러에서 고치지 못하여 GM딜러에 보낸 GM차는 2019년형 Equinox입니다. GM의 대표적인 소형 SUV입니다. 2019년형 모델인데도 고치지 못하겠다고 두 손들고 GM으로 보낸 것입니다. 스캐너로 찍어보니, 아래와 같은 코드들이 떠 있습니다. 모두 커런트(current) 코드들입니다.


ECM P2600 00 AUXILIARY COOLANT PUMP RELAY CONTROL CIRCUIT

ECM P2602 00 AUXILIARY COOLANT PUMP RELAY CONTROL CIRCUIT LOW VOLTAGE

ECM U0284 00 LOST COMMUNICATION WITH ACTIVE GRILLE AIR SHUTTER 1 MOTOR MOULE

BCM B0961 06 PARKING ASSIST REAR SENSOR RIGHT CORNER CIRCUIT-LOW VOLTAGE/OPEN.


코드만 알면 미캐닉들이 고칠 수 있는 것 아니냐? 아마도 미래에는 AI도 있고 하니 그렇게 될 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아니고 언제 그렇게 될지도 요원한 일입니다. AI가 의료계까지 도입이 되어 의사들보다 진료 기술이 더 뛰어날 지경이 된다고 하는데, AI를 적용하는 것이 제일 뒤처지고, 심지어는 아직도 그게 될까 싶은 게 아이러니컬 하게도 기름때 묻히는 더러운(?) 정비 분야입니다.

코드라는 것이 어느 콘트롤 모듈쪽에 문제가 생겼구나 정도만 알 수 있는 것이지, 이걸 고쳐라 하고 문제해결 방향까지 제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 그 모듈에서 그 코드가 떴는지를 찾아내야 하는 것은 온전히 미캐닉의 몫입니다. 다행히 TSB(Technical Bulletin Board)라는 것이 있어서 “이런 코드가 떴으면 이 문제와 관련되었을 수 있으니, 그것부터 해보아라.”하는 그런 친절한 정보가 있기는 합니다. 그것은 현장에서 똑같은 문제가 다발하여, GM 연구소에서 대책을 내놓았을 때, 그런 친절한(?) 정보가 뜹니다. TSB가 있는 경우는 정말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쪽집게 해결책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위에 뜬 코드들은 해당 TSB가 없으니 온전히 미캐닉이 처음부터 진단을 맨땅에 헤딩하듯 진단을 시작해야 합니다. GM 정보가 없는 미캐닉들은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입니다. 반면에 GM 미캐닉들은 그 해당 코드와 관련된 정보(정비 매뉴얼)에 인터넷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 정비 매뉴얼을 보면서 찬찬히 따라 진단을 하며 원인을 찾아 나가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이 한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두 시간이 될 수도 있고, 경험 많은 테크니션은 매뉴얼을 보며 5분 안에 바로 고칠 수 있는 아이디어나 영감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위의 코드와 관련하여는 ECM(Engine Control Module: 여기서 모듈은 컴퓨터 전자 장치) 관련 코드를 진단하다 보니, 제일 문제 혐의(?)가 짙은 놈은 엔진룸에 있는 퓨즈박스였습니다. 이거 한 놈이 문제인지, 라디에이터 앞쪽에 있는 액티브 그릴 에어 셔터가 같이 동시에 문제인지 불확실하여 퓨즈박스부터 일단 교체하고 상태가 어떻게 되나 보자고 진단을 내렸습니다.

퓨즈박스를 교체한 다음에 ECM 관련 문제가 클리어(clear) 된다면, 에어셔터는 교체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만약 에어셔터까지 필요하다면 부품 수급 때문에 하루가 더 밀리게 됩니다. 그래서 두 가지 다 오더하여 준비한 다음에 작업을 시작하면, 하루에 다 끝내 버릴 수 있습니다. 딜러가 일반 정비샵보다 유리한 점이 이런 것입니다. 액티브 그릴 에어 셔터같은 물건은 딜러가 아니면 일반 시장에서는 구하기가 불가능한 부품입니다. 그리고 고가품인데, 주문해놓고 필요없어서 반품 해야 할 경우에는 전자제품은 반품이 되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딜러는 박스만 뜯지 않았다면 GM 웨어하우스(warehouse)로 반납할 수도 있고, 가지고 있다가 다른 딜러샵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보낼 수도 있기 때문에 미캐닉이 아임쏘리 이게 없어도 되요 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이런 점이 일반 정비샵과 딜러가 가지는 큰 격차입니다. 일반 사람들은 북미에는 아프터마켓 시장에서도 웬만한 부품을 다 구할 수 있으니, 개인 정비샵도 딜러와 같은 정비능력이 있는 줄 알지만, 그들이 결코 알 수 없는 이런 내용이 있는 것입니다.

각설하고, 새 퓨즈박스를 받아 교체를 했더니, 다행히도 ECM 관련 코드들이 모두 클리어되어 엑티브 그릴 에어 셔터는 필요없게 되었고, 그만치 정비 비용도 절감이 되었습니다. 퓨즈 박스도 애프터마켓 시장에는 없는 부품입니다. 개인정비 샵에서 일하는 미캐닉 중에 전기 문제를 진단하여 퓨즈박스를 바꿔본 사람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딜러 미캐닉들은 다들 퓨즈 박스는 여러번 진단하고 바꿔 보았을 겁니다.

그런데, ECM 코드들은 클리어 되었지만, 하나 있는 BCM(Body Control Module) 관련 코드는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이 코드는 뒤쪽 범퍼 제일 오른쪽 구석에 있는 파킹 어시스트 센서 관련 코드입니다. 차를 올리고 범퍼 안쪽을 가만히 보니, 뭔가 보입니다. 센서로 가는 3개의 선 가운데, 피드백 시그널 와이어가 끊어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커넥터에서 너무 가까이 끊어져 있어 범퍼 와이어가 통째로 필요할지도 모르는 상태인데, 그냥 한번 고쳐 보았습니다. 선을 이어 붙이니, 코드가 없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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