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터 타이어 시즌
윈터 타이어 시즌
늦가을 즈음, 시월이면 딜러 라운지의 널널한 공간은 비좁아집니다. 윈터 타이어들이 꽉 들어차기 때문입니다. 산더미같이 쌓인 윈터 타이어지만, 11월에 눈이 두어번 오면 그 많은 타이어가 거의 다 팔려나갑니다.
지금 11월초이고, 아직 눈이 오지도 않았는데, 노스 밴쿠버에 있는 딜러의 윈터 타이어가 제법 잘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이게 노스밴쿠버니까 벌어지는 일이지, 써리(Surrey)같은 지역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일입니다.
11월초 눈도 오지 않는데, 노스쇼어 지역의 딜러에서 윈터 타이어가 팔려나가는 이유가 뭘까를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첫번째 이유로, 휘슬러로 이어지는 씨투스카이 하이웨이가 웨스트 밴쿠버에서 바로 시작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놀러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씨투스카이를 자주 그리고 많이 타는데, 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씨투스카이를 드라이빙하려면 윈터 타이어를 다는 것이 의무 사항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로는 타운에는 아직 눈이 내리지 않지만, 타운 뒤쪽 산 정상에는 하루 걸러 한번씩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 눈을 보고 있고, 노스쇼어에 3개나 있는 스키장이 문을 열기만 하면 스키장으로 올라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키장에 올라가보면 스키장이 아직 개장하지도 않았는데, 스키장의 스키 렌탈샵은 벌써 문을 열고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키나 보드를 들고 오가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뭔 일이래? 눈이 오고 스키장이 개장하면 바로 눈 위로 올라가려고 이번 시즌 사용할 장비들을 미리 렌트하는 사람들입니다. 스키나 보드를 미리 렌트해두면 스키장 개장한 다음에 사람들 붐비는 속에서 줄서서 힘겹게 렌트하는 불편을 피할 수 있고, 미리 렌트하면 할인도 됩니다. 그리고 자라나는 아이들 장비는 다음 해에는 사이즈가 달라질텐데, 새것을 사서 못쓰게 되느니, 렌트를 하는 것이 현명한 일입니다. 눈만 오면 출동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은 지금 눈이 오지 않아도 미리 서둘러 윈터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여름 동안 쓰던 올시즌 타이어를 떼어내고, 보관해두었던 윈터 타이어를 다는 사람도 있고, 이번 겨울을 대비하여 새 윈터 타이어를 장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좌우지간 타이어 작업이 많아지고 있는 시즌입니다.
타이어 시즌이 아니더라도 평상시에 타이어 작업은 늘상 있기는 합니다. 평소에 하는 타이어 작업은 주로 앞뒤 타이어를 로테이션 해주는 작업입니다. 그러면 단순 타이어 로테이션 작업과 여름동안 사용한 올시즌 타이어를 떼어내어 비닐봉지에 넣어 차에 실어주고, 차에 실려있던 윈터 타이어를 달아주는 작업과 작업에 걸리는 시간 차이는 얼마나 될까요? 단순히 타이어 로테이션 하는 것은 10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비닐 봉지 안에 싸여있는 윈터 타이어를 꺼내고, 다시 올시즌 타이어는 비닐에 담아 차에 실어주고, 두 가지 타이어의 트레드 깊이를 모두 재고 하는 작업은 10분의 두 배 이상 걸립니다. 그러면 윈터 타이어를 교체해주는 작업은 단순 타이어 로케이션보다 테크니션에게 돈을 더 쳐주어야 하는데, 그런 거 없습니다. 정말 억울한 일입니다.
타이어와 관련하여 테크니션의 시간을 보이지 않게 잡아먹는 일은 더 있습니다. 오리지널 휠이 아니라 애프터마켓 휠을 사용할 경우, 휠락(wheel lock)을 사용하고 있을 경우, 작업 시간은 더 지체됩니다. 딜러에서는 이런 경우를 다 감안하여 추가로 걸리는 작업 시간을 테크니션에게 돈으로 환산하여 추가 지불해주지 않습니다. 억울한 일이고, 테크니션은 작업하면서 속 깊은 곳에서 욕이 절로 나옵니다.
아래 그림에 보면 총알같은 것이 보입니다. 웬 총알?
러그(lug) 너트가 총알 모양으로 생겼습니다. 너트가 길고 무거워 오리지널 너트를 떼어내는 것보다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더 걸립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이는 너트는 오리지널 너트인데, 휠은 애프터마켓 알로이(alloy) 휠입니다. 그 휠에 윈터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는데, 오리지널 러그 너트를 장착할 수 없습니다.
애프터마켓 휠의 너트를 끼워넣는 구멍이 작아 오리지널 너트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 애프터마켓 휠용 러그 너트가 따로 있어야 합니다. 센터 콘솔 박스와 글러브 박스, 트렁크쪽을 찾아보아도 러그 너트가 보이지 않습니다. 차 안은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있어 그것들을 뒤지며 너트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또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서비스 어드바이저가 차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두 번째 시트열 왼쪽 쿠션 밑에서 너트를 넣어둔 조그만 박스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윈터 타이어를 장착한 다음에 타이어 공기압 센서를 리런(relearn) 해주려는데, 딜러 장비로 리런이 되질 않습니다. 화면에 센서가 호환성이 없고, 센서가 감지되지 않는다고 나옵니다. 아마도 애프터마켓에서 딜러와 다른, 호환이 되지 않는 공기압 센서를 장착한 모양입니다.
자신도 불편하지 않고, 딜러 테크니션도 고생시키지 않으려면 자기 자동차에는 오리지널 정품만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이 가장 현명하게 자동차를 관리하는 기본적인 요령입니다. 테크니션을 불편하게 해서 좋을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입에서 욕이 절로 나오는 상황에서 그 차를 정성을 다해 정비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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