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있는 곳, 있어야 하는 곳

아름다움이 있는 곳, 있어야 하는 곳

주일에 젊은 친구들이 늦잠 자고, 화면 앞에 앉아 하루 종일 게임에 매달리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어디 놀러가는 것도 아니고, 예배당에 와서 예배 드리고 있는 것은 요즘 같은 시절에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교회로 모여드는 젊은 영혼이 정말 귀하고 은혜로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회에 오는 걸로 멈추지 않고, 예배 중에 귀한 일을 더불어 하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은 더더욱 은혜가 됩니다. 학교다닐 때 공부 잘 하는 애들은 앞에 앉고, 공부 못하는 애들은 뒤를 좋아합니다. 사실 저는 교실에서 늘 뒷자리에 앉았습니다. 공부를 못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 당시는 키 순대로 자리를 배치해서 앉았기 때문입니다. 아마 키가 작아 앞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면 공부를 훨씬 더 잘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쉰소리!

주일이 되면 가는 노스 밴쿠버의 작은 한인 교회, 앞자리 앉지 않으려고 예배당에 일찍 갑니다. 오른쪽 뒷자리에 앉아서 예배를 드리다보면, 앞에서 봉사하는 젊은이 둘이 보입니다. 왼쪽에 앉은 1번 친구는 강대상 앞 스크린에 화면을 띄우는 빔 프로젝트 담당입니다. 아주 중요한 일을 실수없이 예배 시간 내내 잘 수행합니다. 젊은 시절의 소중한 시간을 예배에 참석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쓰며 헌신하고 있습니다. 이 친구의 모습이 은혜가 되는 순간은 찬양을 할 때입니다. 찬양할 때, 성도들은 앞의 자막에 뜬 찬양가사를 보는데, 저는 이 친구의 발을 보게 됩니다. 찬양의 박자에 따라 발이 까닥까닥 박자따라 움직이고, 머리가 앞뒤로 끄덕끄덕 하는 모습이 너무나 은혜가 되고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2번 젊은이, 이 친구는 1번 친구 옆에 앉아있지만 뭘 하지는 않습니다. 보지 않는 사이에 비밀스런 뭔가를 하는 건지, 아니면 사수에게 뭔 일이 있을 때 사수 대신 빔 프로젝트를 맡을 임무를 띤 조수인지 부사수인지 모르겠지만, 사수가 늘 멀쩡하니 도대체 옆에 앉아 뭘하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제 눈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젊은이 둘이 그렇게 나란히 예배 시간에 앉아 있는 것이 너무나 보기에 좋습니다. 혼자 앉아있는 것보다 옆에 같이 앉아주는 것이 둘이 서로 얼마나 위로(?)가 되고 가슴 따뜻해지는 일이겠습니까? 늘 변함없이 그 시간에 그렇게 누군가의 옆자리에 앉아주는 성실성, 그것 하나만으로도 감동입니다. 그리고 이 친구는 찬양할 때, 머리와 상체가 찬양 박자에 맞추어 좌우로 흔들흔들 합니다. 사수는 잎뒤로, 부사수는 좌우로. 그 모습이 정말로 은혜가 됩니다. 주님의 축복이 그 인생에 넘칠지어다!

왜 큰 교회 다니지 않고?

그렇습니다. 이 교회는 참 작은 교회입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제일 가까운 큰 교회는 아마도 아이언워커 브릿지 건너 첫번째로 나오는 밴쿠버 순복음 교회가 아닐까 합니다. 그 교회에 몇 주전 예배에 같던 아는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혀를 찬 일이 생각납니다. 예배 시작할 때 어느 장로님의 대표기도가 있었는데, 기도 내용 중에 우리 시대의 순교자 같은 전광훈 목사를 위해 기도합시다라는 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한국의 골통 보수 태극기 부대를 이끄는 전광훈, 그게 목사입니까? 사기꾼이지. 박근혜, 그게 대통령입니까? 살면서 제일 시원했던 소리는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한다.”라는 여판사의 판결문 낭독하는 소리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군사독재의 잔해가 말끔히 청소되는 상징적인 선언이었습니다. 소신있는 판사가 그런 소리할 수 있을만큼 한국의 법기강이 잡혀있었다는 것도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런 박근혜를, 그녀의 아버지 군사독재 정권 박정희를 지지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원하는 국민들을 빨갱이로 치부하는 한국의 보수 골통의 앞잡이 전광훈이를 위해 교회에서 기도하자는 것은 미친 소리입니다. 그런 장로, 그런 기도에 아멘하는 신도들이 있는 교회는 문제가 있어도 큰 문제가 있습니다. 정말 늙은 골통들이 언제 어디서나 문제입니다.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들이 다닐 분위기가 아닌 교회입니다. 

내 눈에 들보 가지고 남 흉볼 일은 아니지만, 밴쿠버의 대형 한인 교회들 예배에 참석하고 좀 다녀보면, 예수님 믿고, 교회 가고, 예배 드려야 하는데, 그 교회를 가야되나 하는 번민에 빠지게 됩니다.

이 작은 교회에서도 모든 것이 다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좋은 것은, 아름다움을 가지지 못한 성도를 다른 성도들이 아름다움으로 덮어주는 인간미(?)가 있어서 입니다. 그게 인간미로 되는 것은 아니지요? 성령의 도움으로 될 일입니다. 마음에 가시가 있고, 입에 가시가 있는 성도가 아파서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면, 잘됐다 내몰라라 하는 것이 아니고, 회복되어 다시 예배당에 그 미운꼴(?) 끌고 나오길 바라면서 병문안도 가고, 먹을 것도 챙겨 가고 하는 그 사랑이 아름다운 교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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