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 데이트

프라임 데이트

오늘은 뒷산 사이프러스에 올랐습니다.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 하고 때로는 우박인가할 정도로 작은 돌풍과 함께 소나기가 잠시 쏟아지기도 하는 궂은 날입니다.

사이프러스에 올라가니 온도가 섭씨로 영상 10도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스키장에서는 눈이 오기 전에 스키장 주변을 업그레이드하고 손님을 맞을 준비로 공사에 바쁜 상황입니다. 10월말, 혹은 11월에 눈이 펑펑 쏟아진다면 밴쿠버 사람들은 흥분할 겁니다. 스키장 개장 소식이 들리자마자 스키장으로 쏟아져 들어갈 것입니다. 올해는 정말로 10월부터 시작하여 11월에도 눈이 펑펑 쏟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트레일로 들어서려는데, 중국인 4명이 하이킹을 마치고 나서는 것이 보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손에 들린 비닐 봉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내가 그거 버섯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대답을 합니다. 그것 먹는 거냐고 하니,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트레일로 들어서니, 다양한 버섯이 여기저기 엄청나게 솟아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저기 버섯들이 뭉개져 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 중국인 4명이 트레일 주변에 있는 버섯을 무차별로 채취를 한 것 같습니다. 먹는 건지 못 먹는 건지 확실하게 알지도 못하면서 일단 비닐봉지에 쓸어넣은 것 같습니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소득이 올라가면서 여행으로, 이민으로 한민족이 세상으로 퍼져 나가면서 개발도상국 국민의 못난 모습을 보여 어글리 코리언이라는 욕을 먹은 시절이 있는데, 지금은 그게 중국으로 넘어간 상태입니다. 프로빈셜 파크(provincial park)에서 버섯 채취를 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노스쇼어(웨스트 밴쿠버와 노스 밴쿠버) 뒷 산은 원시림으로 울창하고, 숲이 깊어 비가 오고나면 숲의 습한 기운에 의해 버섯이 엄청나게 솟아납니다. 울창한 산에 잘 가꾸어진 트레일을 돌다 보면 버섯 구경으로 눈이 참으로 즐겁습니다.

내 생애 최고의 프라임 레이디와 프라임 데이트를 즐기고 집에 돌아오니, 물건이 하나 도착했습니다. 아마존으로부터 온 물건입니다.

아마존 프라임 쇼핑데이, 10월 8일과 9일 이틀동안 아마존이 물건을 싼값으로 파는 날입니다. 갖고 싶은 것을 참고 기다렸다가 이 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마존은 온라인 쇼핑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온라인 쇼핑 부문에서는 크게 돈을 벌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수익을 남기는 부문은 클라우드 서버 서비스입니다. 말하자면 아마존은 리테일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기보다는 IT산업군에 속하는 기업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심지어 이제는 반도체 생산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TSMC와 엔비디아가 잘 나가는 것을 보고 돈을 벌려면 그걸 해야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반도체 제조업체를 인수하여 파운드리 경쟁에 뛰어든 것입니다.

삼성이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에 밀려 잃어버린 10년의 역사를 쓰고 주가가 폭락하는 것과 반대로 아마존은 IT산업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또다른 삼성의 경쟁업체로 등장하고 있으니 삼성이 이 위기와 치열한 경쟁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인지, 일본 기업들 망한 절차를 따라갈 것인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각설하고, 아마존 프라임 데이에 할인폭이 크다면 구입을 고려한 물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신문물 오픈 이어버드입니다. 오픈 이어버드? 그렇습니다. 기존의 이어버드는 귓구멍에 꼽아 이어버드를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면 외부의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그에 반해 오픈 이어버드는 이어버드를 귓구멍에 꼽지 않습니다. 그러면 음악을 듣는 중에도 외부의 소리를 동시에 들을 수 있습니다. 이런 오픈 이어버드가 기존에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미 시장에 몇가지 모델이 나와 있습니다. 좌우 이어버드를 하나로 연결하여 목뒤로 해서 거는 형태도 있고, 귀뿌리 위쪽으로 고리를 거는 형태도 있습니다. 

제가 노리고 있는 오픈 이어버드는 기존의 그런 형태는 아니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등장한 물건입니다. 이 물건을 만든 브랜드는 사운드코어입니다. 코스트코에 가면 전자제품 코너에 전원어댑터와 스피커 제품으로 앤커(Anker) 브랜드제품을 볼 수 있습니다. 그 회사가 만든 스피커, 헤드폰과 이어버드 브랜드 네임이 사운드코어입니다. 사운드코어에서 내놓은 신제품 C30i. 이걸 아내를 위해 구입했습니다. 블랙과 화이트 두 가지가 있는데, 화이트를 구입했습니다.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아내가 귀에 그걸 거니, 마치 진주 귀걸이를 한 모습입니다. 무척 우아합니다.

이걸 디자인한 사람 참 천재입니다. 이걸 귀에 걸면 쉽게 빠질 것같은데, 귀의 구조를 보니, 귀 중간에 걸면 귀의 구조가 바깥쪽은 두텁고, 안쪽은 얇아 일단 이어버드를 걸면 그게 쉽게 빠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귓구멍을 막지 않습니다. 음악은 명쾌하고 크게 잘 들리는데, 옆의 사람은 그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이걸 모르는 사람들은 이어버드를 하고 있는 사람을 보고 그게 이어버드인지 모르고, 그냥 진주모양 귀걸이인줄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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