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두센 가든

반두센 가든

VanDusen Botanical Garden, 반두센 보타니컬 가든, 한국에서 가든하면, 고급 레스토랑이 생각나는 단어입니다. 불고기를 주메뉴로 하든, 노루고기에 앞서 노루피를 에피타이저로 제공하는, 뒷마당이 넓고 연못이 있는 그런 야외 요정같은, 뭔가 높은 분들, VIP 권력가들이 비밀스런 회동을 하는 그런 분위기의 고급 음식점이 상상되는 것이 가든이라는 단어입니다.

밴쿠버에 있는 반두센 가든, 여기에도 레스토랑은 있지만, 레스토랑이 주업은 아닙니다. 가든이라는 이름 그대로 예쁘게 꾸민 정원이 있는, 꽃과 나무 구경을 하는 유료 파크입니다. 주차장 주차비는 착하게도 무료입니다. 밴쿠버시에서 관리하는 가든이다보니, 무료 주차장이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 주차장을 무료로 하지 않으면 주변 동네길에 주차란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내가 며칠 전부터 반두센 타령을 하여 거기로 갔습니다. 전에 한번 들려 돌아본 적이 있긴 한데, 당시 뭐 큰 감흥이 있던 기억이 있는 것이 아닌 터라 큰 기대없이 갔는데, 오늘 둘러본 반두센은 마치 처음 온 것같은, 처음 보는 것같은 모습입니다. 결론적으로는, ‘어! 기대 이상인데, 잘 왔는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심지어는 계절별로 변하는 모습을 보러 계절이 변할 때마다 오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괜찮은 사진도 엄청 건졌고, 잔디 위의 런치 테이블 위에 배낭을 풀고 먹고 마시며 여유를 가지는 시간도 아주 좋았습니다. 아내의 기억이 옳았습니다. 영혼의 인생 파트너와 정말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든을 도는 동안 조그만 친구들이 많이 보입니다. 청솔모도 보이고, 벌도 보이고, 꼬맹이 새들도 많이 보입니다. 운 좋게 벌새가 스마트폰 화면에 잡혔습니다. 벌새, 정말 찍기 힘든데, 그것도 스마트폰으로.


이 가든은 밴쿠버 아일랜드에 있는 부차드 가든(Butchart Gardens)보다 면적은 훨 작습니다. 이러저리 사진 찍으며 돌다보면 2km 정도 걸을 수 있습니다. 화창한 가을을 정말 황홀하게 즐겼습니다.


이 시절에 추수감사절도 있고, 할로윈도 있고 해서, 가든 곳곳에 두 가지 분위기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장식들을 많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사진 찍기 좋은 소재들이 많습니다.


런치 테이블에서 입이 즐거웠던 것은 찐빵과 만두. 한 가지만 먹는 것보다 두 가지를 같이 먹는 것이 맛을 서로 더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인구 밀집 지역에 이런 가든이 박혀 있는 것이 지역 주민에게는 축복입니다.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연간 멤버쉽을 끊고 매일 여길 산책하는 즐거움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어슬렁 거리는 동안 흥미로운 물건을 하나 눈에 들어왔습니다. 누군가의 시를 돌에 새겨놓은 시비(詩碑)입니다. 반병섭 시인, 이 분 목사님입니다. 밴쿠버 한인 문인협회 초대 회장이기도 했던. 이 분의 시가 왜 여기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한국의 위상과도 관련이 있는 건가요? 노벨평화상은 정치적으로 고생한 사람이 있으면 후진국에도 줄 수 있는 것인데, 문학상은 국가의 위상이 좀 있는 국가에 주어지는 상인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설국을 쓴 일본의 소설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도 일본의 위상이 있기 때문에 받을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한국도 드디어 노벨문학상을 받았는데, 그게 한국의 현재 위상과 맞물려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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