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버섯, 사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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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버섯, 사슴 금요일, 평일에 뒷산 사이프러스(Cypress Mountain)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타운에서 보면 산 위에 눈이 내린 것이 보이고 타운에는 아직 비밖에 내리지 않지만 산 위에는 눈이 내렸다 비가 내렸다 하고 있는데, 산 위에 눈이 어느 부분까지 내렸는지를 가서 보고 싶었습니다.  집에서 차로 출발하여 싸이프러스 스키장 주차장까지는 20분 정도 걸립니다. 평일이라 올라가는 동안 우리 차 외에는 오고가는 차들이 한 대도 보이지 않습니다. 스키장에 도착하여 산을 올려다보니 스키 슬로프 위쪽에만 잔설이 남아 있습니다. 트레일로 들어서니 트레일 주변에 잔설이 남아있는 것이 보입니다. 주차장 인근에도 눈이 내리긴 내렸는데, 이내 따라 내린 비 때문에 스키장 베이스에 내린 눈은 죄다 녹은 것입니다. 잔설 옆에 솟아난 조그만 눈버섯(snow mushroom)들이 예쁩니다.  호젓한 산길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중에 터덜터덜 심심하게 도로를 따라 올라오고 있는 엘크 한 마리와 마주쳤습니다. 눈빛과 움직임이 세상 초월한 허무주의 표정입니다. 사슴이 저렇게 의욕없는 몸짓을 하고 있는 것은 또 처음 봅니다. ‘쟤가 전도서를 잘못 읽고 실존주의 철학적 영감을 얻었나?’ 제 블로그 홈페이지를 열면 블로그의 모든 글들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vancouver-story.blogspot.com   https://www.youtube.com/@vancouver-story

배터리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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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블루스 아침에 나갔던 아내가 다시 돌아와서 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가서 확인해보니 배터리가 완전히 죽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전혀 힘없는 기색없이 빵빵하게 시동이 걸리던 배터리가 왜 한밤 자고나서는 그렇게 픽 완전히 맛이 갔는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배터리, 이 배터리 7년 쓴 배터리입니다. 2017년형 코롤라 새 차를 사서 11만 km 정도를 주행을 했고, 이제 2024년 11월이니, 배터리 나이가 일곱살이 된 것입니다. 현재의 직업이 미캐닉인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으로 12V 자동차 배터리의 수명은 5년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배터리는 제가 생각하는 배터리 수명을 2년이나 더 지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터리를 이제나 저제나 언제나 바꾸나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고, 시동을 걸 때 배터리가 힘이 떨어져 조금 털털거리기 시작하면 바로 배터리를 바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프로세스 없이 이 배터리는 그냥 어느 날 아침 갑자기 꼴까닥한 것입니다. 여름보다 겨울에 배터리가 힘을 더 못쓰는데, 초겨울 아침에 사망하신 것입니다. 지난 여름에 그냥 배터리를 바꿀까 생각을 했는데, 그때 그냥 마구 바꾸어 놓았으면 오늘 아침 같은 황당한 일을 겪지 않았을텐데 후회가 되는 일입니다. 배터리를 하루라도 더 쓰려고 아까워 했다가 망했습니다.  이 차를 저만 운전하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아내가 혼자 운전할 일이 자주 있는지라 아내가 혼자 운전하다가 차 때문에 곤경을 당하는 경우에 대비하여 BCAA(미국에서는 AAA, 캐나다에서는 CAA, BC주에서는 BCAA)에 멤버십 가입을 해둔 것이 있습니다. 오늘이 그 멤버십을 제대로 사용할 날입니다.  BCAA에 전화를 걸어 배터리 부스팅을 부탁했습니다. 새 배터리 가격을 물어보니, 260불 정도를 말합니다. 그래서 그냥 부스팅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한 시간 뒤에 BCAA 트럭이 와서 배터리를 체크하고 배터리가 사망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

윈터 타이어 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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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타이어 시즌 늦가을 즈음, 시월이면 딜러 라운지의 널널한 공간은 비좁아집니다. 윈터 타이어들이 꽉 들어차기 때문입니다. 산더미같이 쌓인 윈터 타이어지만, 11월에 눈이 두어번 오면 그 많은 타이어가 거의 다 팔려나갑니다.  지금 11월초이고, 아직 눈이 오지도 않았는데, 노스 밴쿠버에 있는 딜러의 윈터 타이어가 제법 잘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이게 노스밴쿠버니까 벌어지는 일이지, 써리(Surrey)같은 지역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일입니다.  11월초 눈도 오지 않는데, 노스쇼어 지역의 딜러에서 윈터 타이어가 팔려나가는 이유가 뭘까를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첫번째 이유로, 휘슬러로 이어지는 씨투스카이 하이웨이가 웨스트 밴쿠버에서 바로 시작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놀러가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씨투스카이를 자주 그리고 많이 타는데, 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씨투스카이를 드라이빙하려면 윈터 타이어를 다는 것이 의무 사항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이유로는 타운에는 아직 눈이 내리지 않지만, 타운 뒤쪽 산 정상에는 하루 걸러 한번씩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 눈을 보고 있고, 노스쇼어에 3개나 있는 스키장이 문을 열기만 하면 스키장으로 올라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키장에 올라가보면 스키장이 아직 개장하지도 않았는데, 스키장의 스키 렌탈샵은 벌써 문을 열고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키나 보드를 들고 오가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뭔 일이래? 눈이 오고 스키장이 개장하면 바로 눈 위로 올라가려고 이번 시즌 사용할 장비들을 미리 렌트하는 사람들입니다. 스키나 보드를 미리 렌트해두면 스키장 개장한 다음에 사람들 붐비는 속에서 줄서서 힘겹게 렌트하는 불편을 피할 수 있고, 미리 렌트하면 할인도 됩니다. 그리고 자라나는 아이들 장비는 다음 해에는 사이즈가 달라질텐데, 새것을 사서 못쓰게 되느니, 렌트를 하는 것이 현명한 일입니다. 눈만 오면 출동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은 지금 눈이 오지 않아도 미리 서둘러 윈터 타이어를 장착하...

18650 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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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50 배터리 자동차 정비를 하는 미케닉에게는 수많은 종류의 툴이 필요합니다. 풀고 조이고 측정하는 툴 외에 부수적인 것으로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손에 잡는 중요한 툴이 하나 있습니다. 후레쉬입니다. 손전등. 하루종일 켜놓고 작업해도 배터리가 방전되지 않는 손전등은 매캐닉의 드림입니다. 그런데 이런 후레쉬를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통상 두 개 이상의 후레쉬를 확보하여 재충전하며 서로 번갈아 사용합니다. 미캐닉이 사용하는 손전등에 많이 들어가는 배터리는 18650이라는 3.7V 출력의 리튬이온 배터리입니다. 이 배터리의 크기는 통상 사용하는 후레쉬의 굵기에 맞게 AA 알카라인 배터리보다 크고 굵습니다. 그런데 희한한 18650 배터리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통상 배터리를 재충전할 때, 충전기를 사용하는데, 이 배터리는 배터리 자체에 USB-C 잭을 바로 꽂아 충전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입니다. 제 블로그 홈페이지를 열면 블로그의 모든 글들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vancouver-story.blogspot.com   https://www.youtube.com/@vancouver-story

호슈베이에는 트레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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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슈베이에는 트레일이 없다 사이프러스 마운틴으로 올라가다보면 팝업 스토어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거기에 요상한 안내판이 하나 있습니다.  “구글맵이 잘못되었다. 여기에는 이글레이크로 가는 트레일이 없다.”는 내용의 안내문입니다.  정말로 스마트폰에서 구글맵 앱을 열어보면 그곳 팝업 스토어에서 이글레이크로 이어지는 트레일같이 보이는 선이 하나 그어져 있습니다. 누가 보아도 그건 트레일 오솔길로 보지 않을 수가 없는 선입니다. 왜 없는 걸 있는 것처럼 표시해놓았는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사이프러스 마운틴은 웨스트 밴쿠버 뒷산입니다. 2010년 밴쿠버 윈터 올림픽 때, 스노 경기 일부가 개최된 스키장이 있는 산입니다. 그런 미스가 호슈베이에도 하나 있습니다. 호슈베이에 잠깐 머물 일이 있는 사람은 이 멋진 해변에서 잠깐 산책할 수 있는 비치 트레일이 없나 하고 구글맵을 한번 열어보게 됩니다. 그러면 신축한 고층 아파트쪽 해안을 따라 맵에 그려진 트레일을 하나 보게 됩니다. 지도에 보이는 트레일 끝을 목적지로 찍고 네비를 스타트하면 스마트폰의 지도 위에 걸어서 그리로 인도하는 점선까지 나타납니다. 그런데 좋다고 그리 가보면 철조망이 쳐져 있고 개인땅이니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판이 붙어있습니다. 그나마 이건 없는데 있는 것처럼 표시한 것은 아니고 있는데 갈 수 없는 곳입니다. 그런 곳은 갈 수 없다는 표시가 맵에 있어야 AI시대에 어울리는 실력(?)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호슈베이는 웨스트 밴쿠버에서 밴쿠버 아일랜드로 가는 페리가 정박하는 곳입니다. 페리에는 한꺼번에 300대의 자동차까지 실을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2% 부족한 완성도와 실력으로도 떼돈을 벌 수 있는 것이 인간 사회의 실제 모습입니다. 아래 그림은 손목에 차고 있는 핏빗 차지6(Fitbit Charge 6)가 그린 제가 호슈베이에서 움직인 궤적입니다. 차지6가 제 휴대폰의 GPS를 이...

The edge of his clo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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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dge of his cloak 혈루증을 앓는 여인이 병을 낫고 싶은 욕심(소망이라기 보다는)으로 예수님의 옷자락을 찢어질 정도로 혹은 벗겨질 정도로 왕창 움켜잡은 것이 아니라 손을 대기만 했다는 것이 참으로 경이로운 장면입니다.  움켜잡았다면 블랙프라이데이에 원하는 물건을 남들보다 먼저 차지하려고 남을 밀치고 앞으로 뛰어가 물건을 부여잡고 싹쓸이 하는 이기적인 모습이었을텐데, 그 옷자락 끝에 살짝 손만 갖다대었다는 것은 예수님께 기대하면서도 존중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여자의 가녀린 손끝에 보입니다. 누가는 그녀가 옷 가에 손을 대었다고 기록했습니다. 옷 가, 영어 성경은 edge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옷 가장자리, 군중 속에 밀려가면서 혹시나 손끝이 예수님 옷깃에 다다르지도 못할지 몰라, 또 혹시 내가 그 옷에 손대는 것이 너무나 불경스러운 것은 아닐지 죄스럽고 조바심도 나는 마음이 섞여 순간적으로 마음 속에 이는 갈등을 극복하고 마지막 온 힘을 다하여 팔을 뻗었고, 어쩌면 손끝이 옷자락에 미처 닿지 못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극적으로 그 손끝이 예수님의 옷자락을 스쳐 갔습니다. 접촉! 접촉! 그녀의 접촉은 창조주와의 영혼의 접속이었습니다. 접속, 그 뜻은 창조주와 인간의 관계 회복을 뜻하는 것이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할 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오늘 날에도 예수님을 창조주로 믿고, 그 분의 말씀을 듣고 따르면, 이 땅에서부터 구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건 종교라고 이름지어질 것도 아니고, 종교 중의 하나인 기독교로 치부할 일도 아니고, 인간이 당연히 회복해야 할 창조주와의 관계입니다. 이 장면이 감동스러운 것은 천지를 지으신 위대한 창조주가 참 미천해보이는 당신의 피조물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챙기고 있는 사랑의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를 바라보고 원하는 믿는 자에게 베푸시는 그의 사랑을 보면서 내가 진짜 신을 제대로 믿고 있다는 하늘이 주는 평안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눅8:44] 예수의 뒤로 와서 그...

USB 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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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MIC 코비드가 세상을 많이 바꿨습니다. 세계적으로 사람들을 격리시킨 사건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많은 항공사들이 문을 닫았고, 식당들도 많이 망했습니다. 망하는 식당이 많아지면서 살아남은 식당들은 후에 장사가 더 잘되는 대박을 이루었습니다. 세상 각 방면에서 비즈니스 상에 이합집산을 이루어냈습니다.  그리고 이때 가장 크게 뜬 것이 하나 있는데, 줌(Zoom)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사람들간의 직접 대면이 금지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그래도 대화가 필요하고, 학생들은 어쨌거나 수업을 이어가고 졸업도 해야 하는데, 사람 간에 만나지 말라고 하니, 대체 수단으로 등장한 것이 온라인으로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습니다.  사람들이 직접 만나지 않고도 화면으로 서로의 얼굴을 모두 다 볼 수 있고, 목소리도 들을 수 있고, 강의도 할 수 있는 도구로 등장한 것이 줌입니다. 줌이 뭔지도 몰랐던 사람들이, 컴맹들조차도 PC나 스마트폰을 들고, 줌을 사용하는데는 익숙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저는 줌을 사용할 일이 없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이 자동차 딜러고 차 한대에 한 사람 붙어서 일하는 것이 기본이고, 일 끝나면 아내와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며 노는 게 생활의 거의 전부이다 보니, 줌이 뭔지 알지도 못하고 지냈습니다.  반면 아내는 소셜이 강하고 이리저리 만나는 사람도 많고 참가하는 행사나 모임도 많다 보니, 그 모임 중에서 줌을 사용하여 서로 만나는 미팅을 간간이이 하다보니, 줌 사용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줌은 화면으로 상대의 모습이 나타나다 보니, 모임의 시간이 길어지면, 한 가지 자세를 그 긴 시간동안 꾸준히 유지하기 체력적으로 쉽지 않고, 사실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상대방 화면에 나의 모습이 지속적으로 비추어진다면면, 줌 모임 도중에 화면 앞에서 없어지거나 드러눕거나 하기가 곤란합니다. 여기에 아내의 고민이 있었습니다. 자기의 모습이 상대 화면에 어떻게 나타나고, 줌 미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화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