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관한 상식과 환상

자동차에 관한 상식과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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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러의 테크니션들이 하는 일이 뭡니까? 물론 차 고치는 일입니다. 차를 고치기 위해서는 문제가 뭔지 파악해야 합니다. 즉, 인스팩션으로 일이 시작이 됩니다. 고객이 무슨 문제가 있으니 고쳐달라고 하면 다른 문제는 제쳐두고 고객이 제기한 문제에만 집중하는 것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딜러 테크니션이 하는 일 중에 주인이 없는 차를 인스팩션 하는 일이 덤으로 있습니다. 딜러에서 새 차만 파는 것이 아니라 중고차도 팝니다. 딜러에 중고차가 생기는 이유는 중고차를 찾는 수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새차보다 싸고, 잘 걸리면 싸게 괜찮은 차를 구할 수 있으니 중고차를 찾는 수요는 언제나 있고, 끊임없이 있습니다. 

그 중고차 수요에 맞춰 팔아야 할 중고차를 확보하기 위하여 세일즈 쪽에서는 자동차 경매장에 가서 차를 구입해오기도 하고, 중고차를 딜러에 주고 새 차를 구입하는 고객들로 인해 생기는 중고차도 있습니다. 그런 중고차를 딜러가 50불에 사고 천 불에 단번에 팔지는 않습니다. 딜러가 받은 혹은 구입해 온 중고차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확인한 다음에 적정한 가격을 붙여 팔아야 합니다. 개인간 중고차 판매에서도 잘 팔고 사고 나서도 무슨 문제가 있으면 차를 몰고 와서는 물어달라고 하는 일이 발생하는데, 딜러에서 중고차를 사간 사람은 딜러라서 믿고 샀는데 무슨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물어내든지 그냥 무료로 고쳐달라고 하면서 책임지라고 악다구니를 치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딜러에서 중고차를 팔 때는 팔기 전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철저하게 확인하고 기본적으로 고쳐야 할 문제는 고쳐서 팔고, 나머지 문제는 손님과 딜을 하든지, 안전상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문제는 손님에게 알려주지 않고  묻어두고 팔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중고차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알고 파는 것과 모르고 파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테크니션이 중고차를 인스팩션 할 때는 완벽하게 해야 합니다. 테크니션이 찾은 문제 외에는 아무라도 더 이상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테크니션이 모든 문제를 모조리 찾아내어 리포트 해야 합니다. 테크니션이 인스팩션 하고 그 중에 필요한 수리를 한 다음에 팔았는데, 차를 사간 사람이 이런저런 문제가 있어서 되돌아 왔는데, 그 문제를 딜러에서 미처 캐치를 하지 못했다면 딜러 망신이고, 테크니션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 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중고차 인스팩션은 테크니션에게 그리 반가운 작업만은 아닙니다.

중고차 인스팩션 작업에는 그렇게 가문의 영광(?)이 달려 있다 보니, 아무개 테크니션이 인스팩션 한 차가 고객이 리턴하는 비율이 가장 적다 뭐 이런 평가가 저절로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중고차 인스팩션은 저에게 몽땅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거 공차사 아니고요, 그냥 팩트입니다.

워크스테이션(노트북)을 열고 화면에 보면 인스팩션 해야 할 중고차들이 짜드리 리스트업 되어 있습니다. 그걸 보면서 ‘야! 일 많아서 좋다.’라는 생각보다는 저거 언제 다 하고 해방되는 기분을 만끽 하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화면 가득 뜬 중고차 리스트를 보고는 ‘자, 빨리 하고, 싹 끝내보자’ 시작하고 클리어 하고나면 다시 또 쫙 리스트가 뜹니다. 그러기를 서너번, 지난 한 달 동안 처리한 중고차가 마흔 대는 족히 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제 나이들어 나흘만 일하니까, 금요일 날 다른 테크니션들에게 좀 주고 월요일 되면 좀 줄어들어 있겠지 은근 기대를 하고 가서 보면 하나도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있습니다. 이틀 정도 휴가를 보내고 나서 돌아와봐도 하나도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일때도 있습니다. 매니저들이 도대체 다른 테크니션들에게는 중고차 인스팩션을 맡기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나 봅니다.

다른 테크니션들은 중고차 인스팩션을 어떤 프로세스로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저는 제 나름대로의 프로세스가 있습니다. 물론 인스팩션 쉬트를 가지고 체크하면서 보는 것이 기본이지만, 그거 들여다보고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전 과정을 머리 속에 넣고 몸이 절로 움직이게 만들어야 허비되는 시간을 없앨 수 있습니다. 차 한 대 인스팩션 하여 모든 문제를 잡아내는데 얼마 정도의 시간이 주어지면 다 할 수 있겠습니까? 엔진 내부까지 인스팩션 해야된다면, 엔진 해체작업까지 하여 인스팩션 해야 한다면 한 달도 모자랄 수 있습니다. 

엔진이 이상이 있는지는 테스트 드라이빙을 해보며 소리로 진단을 해야 합니다. 저는 중고차 인스팩션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하는 작업은 도어들을 열어 보는 것입니다. 도둑놈이 차를 훔치기 위하여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뭐겟습니까? 차 문들을 열어보는 것일 겁니다. 운종게도(?) 도어 하나가 열려 있으면 차 안에 있는 물건들을 힘들이지 않고 손쉽게 훔쳐 갈 수 있을 겁니다.

통상 테크니션들이 차를 인스팩션을 할 때 그냥 팝(FOB: 리모콘)으로 도어를 열고 인스팩션을 하고 작업을 마치고 나면 팝으로 도어를 락하고 끝낼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어느 도어 하나의 락 장치가 망가져 있다면 그 도어는 잠기지 않았을 것이고, 테크니션은 도어가 하나 잠기지 않는 문제를 놓치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자동차의 모든 스위치와 레버와 다이얼을 실사용 조건을 가상하여 조작해봅니다. 그리고 모든 액체가 새는 것은 없는지에 신경을 곤두 세웁니다. 

궁극적으로는 문제가 너무 많아 도저히 이 중고차를 팔 수 없게 만들겠다는 집념(?)을 가지고 모든 문제를 싹쓸이 합니다. 그리고 문제가 그렇게 많으면 도대체 어디에 어느 정도의 문제가 있는지 개념이 없어 세일즈나 매니저쪽에서 나중에 차를 좀 보자고 하는 문제가 왕왕 발생합니다. 그 귀찮고 시간 까먹고 번거로운 일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저는 스마트 폰으로 문제 부분 사진을 찍고 사진에 나타난 문제 부위에 화살표를 표시하고 설명을 추가하고, 무슨 파트가 필요한지까지 알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런 사진들을 워크 스테이션으로 올리는 리포팅에 첨부해줍니다. 마치 자동차 연구소에서 실차 실험 리포트를 올리는 것처럼 그렇게 해줍니다.

그리고 전자 컨트롤 모듈에 혹시 코드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스캐닝을 하여 코드를 잡아내고 가능성 있는 문제에 대해 언급해놓습니다. 그렇게 차 한 대를 인스팩션 하는데 주어지는 시간은 두 시간입니다. 기존에 있던 배터리 테스터는 시간을 많이 잡아 먹어 두 시간 안에 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는데, 새 기계가 도입되고 나서부터는 두 시간 안에 작업을 끝내는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워크 스테이션에 뜬 중고차 리스트를 클리어하면 또 나타나는 리스트들이 오늘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오전에 중고차 인스팩션을 마치고 오후에는 고객들 차를 정비하는데, 20년 된 고물 뷰익(Buick)을 한 대 받았습니다. 번호판을 보니 근래 그 고물을 구입한 듯 합니다. 미친! 폐차장에 가야 할 차를 구입하여 그걸 딜러에 끌고 왔습니다. 화면에 나타난 스토리를 보니, 히터에서 뜨거운 바람이 나오지 않아 1년 전에 동네 정비소에 가서 임시 조치를 했는데 여전히 히터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히터에서 뜨거운 바람이 나오지 않는 것은 냉각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스팩션 해보니, 냉각수 오버플로우 탱크가 비어 있고, 워터 펌프에서 새고 있고, 인테이크 매니홀드 가스켓에서도 냉각수가 새고 있습니다. 엔진 밑은 흠뻑 젖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차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상식이 없습니다. 일반인들이 차를 모를 수 있습니다. 차를 공부하지 않았는데, 어찌 차를 알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상식이 없는 문제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타이어를 새 타이어로 바꾸고, 브레이크를 새 것으로 바꾸고 엔진오일 교환을 했다고, 고물차를 가지고 딜러에 왔다갔다고 헌 차가 새 차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딜러에 갔다왔어도 언제 어디서 꼴까닥 죽을지 모르는 것이 20년 넘은 고물차입니다. 딜러에 가서 엔진 오일 교환 했다고 딜러에서 엔진까지 새 엔진으로 만들어 준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그런 상식이 없는 것 같습니다.

20년 된 고물차를 딜러에 가지고 와서 새 차 되기를 바란다? 그것 참 그건 어느 나라 사고방식입니까?

이 뷰익의 6기통 엔진은 지엠의 참으로 아픈 손가락입니다. 지엠의 소형차를 망하게 한 엔진입니다. 이 엔진이 들어간 승용차와 밴들이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불명예 제대를 했습니다. 처음 나왔을 때는 이 엔진으로 일본의 소형차에 대적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냉각수가 새는 문제, 밴의 트랜스밋션이 망가지는 문제로 지금은 지엠밴은 모두 다 완전히 단종이 되었습니다.

소형차가 약한 것, 이것이 지엠뿐만 아니라 포드도 함께 미국 자동차 없체들이 근본적이고 가장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소형차라고 하면 코롤라나 시빅급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RAV4와 CR-V급 시장까지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 시장에서 그런 일본차의 디자인과 품질에 필적할만한 미국차는 없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 사람들에게 그 급의 차를 내놓고 선택하라고 하면 제정신인 사람은 전부 일제차를 선택하지 어떤 얼간이가 미국차를 선택하겠습니까?

물론 차 한 대 팔아서 수익을 내자면 픽업 트럭만한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트럭 시장만 잡고, 승용차, 소형차 시장을 죄다 아시안 기업에게 내주고 트럭만 팔아서 기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입니다. F150 전기차 시장을 테슬라에게 뺏기는 것이 두려웠던 것일까요? 포드가 F150 전기차 트럭을 서둘러 내놓았다가 팔리지 않아 엄청난 손해를 발생시켰습니다. 트럼프가 전기차에 대한 혜택을 없애고, 화석연료를 부활시키는 정책과 맞물려 완전히 쫄딱 망했습니다. 

요즘 같이 내일 시장 동향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 시대에는 상식의 불을 잘 켜고 잘 생각해야 합니다. 닛산 같은 망한 회사의 차를 선택하거나 품질은 일제차보다 못한데 비싸기만한 독일차를 선택하든지 하는 바보짓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뭐 돈이 화장실 휴지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야 상관없는 이야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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