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
DEF
제 왼쪽 옆에서 일하는 친구는 에릭입니다. 엄청난 덩치와 괴력을 가지고 있는 백인 젊은이입니다. 저는 트럭 앞쪽 액슬을 두 손으로도 낑낑대며 드는데, 이 친구는 그걸 한손을 번쩍번쩍 듭니다. 그런 엄청난 덩치가 트럭 엔진룸에 틀어박혀 있습니다. 뭐 하는 거지요? 쥐 잡나요?
DEF, Diesel Exhaust Fluid를 일컫는 말입니다. 디젤차에서 배기가스로 배출되는 NOx를 정화하기 위하여 고온 상태의 배기가스에 DEF를 분사하여 정화시킵니다. 가솔린 차에는 연료 주입구가 휘발유 채워넣는 구멍 하나뿐인데, 디젤차는 연료인 디젤 외에 이 DEF를 채워넣는 주입구가 하나 더 있습니다.
DEF 채워넣는 주입구가 엔진쪽에 따로 있는 경우에는 디젤 주입구에 DEF를 채워넣는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적은데 반해, 디젤 주입구와 DEF 주입구가 나란히 있는 경우, DEF를 디젤 주입구에 채워넣는 사고가 종종 발생합니다. 종종이라기 보다는 꽤 자주 발생하는 것을 봅니다. 아래 그림에서 파란색 캡이 DEF를 넣은 주입구입니다.
DEF를 디젤 주입구에 채워넣을 경우, 백프로 트럭이 퍼져 견인되어 옵니다. 디젤엔진은 높은 압력으로 디젤 연료를 엔진으로 보내는데, 고압이면서도 연료공급 루트와 인젝터는 연료가 지나는 길이 아주 미세하고 협소합니다. 여기에 DEF가 들어가 버리면 연료탱크에서부터 연료펌프와 인젝터 모두 DEF 결정체에 의하여 막혀 버립니다. 아래 그림은 에릭이 끄집어내어 밖으로 패대기친 인젝터 라인입니다.
이런 사고가 벌어지면 연료탱크에서부터 인젝터까지 모든 연료라인을 교체해주어야 합니다. 디젤 트럭의 엔진룸을 들여다보면 숨이 턱 막힙니다. 디젤 엔진에서는 디젤을 태우기 위하여 엄청난 양의 공기가 필요합니다. 가솔린 엔진은 점화플러그로 연료를 점화시키지만, 디젤 엔진은 공기를 많이 빨아들여 그걸 압축할 때 발생하는 열로 디젤에 불을 붙이는 것이기 때문에 그 많은 공기를 엔진으로 밀어넣기 위하여 수퍼 차저를 사용하고, 그로 인해 엔진 위쪽에 공기를 엔진으로 밀어넣는 장치가 엔진을 온통 덮고 있어 거의 손넣을 공간도 없을 정도로 엔진부품들이 꽉 들어차 있습니다. 마치 사람 가슴의 대부분을 허풍선이 허파가 차지하고 있는 것과 닮은 꼴입니다. 아래 그림은 사람으로 치면 허파 부분을 들어낸 엔진룸 모습입니다.
엔진 위쪽을 다 들어내고, 연료라인을 교체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새부품도 많이 필요하고 작업 시간도 여러날 걸리는 비싼 작업입니다. 몇 천불짜리 작업입니다. 이게 회사 트럭인 경우, 사고친 얼빵한 친구는 참 스트레스 엄청 받을 것 같습니다. 사장님이 더 열받을 일인가요? 조그만 회사고, 사장이 열받는 스타일이고, 이 친구가 평소에도 사고뭉치였다면, 해고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런데 디젤트럭을 몰면서 DEF를 모르고 사고를 친다는 것은 상식이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식없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도 의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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