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파먹고 양파

감자 파먹고 양파

글의 제목을 보고 골프 치는 사람들은 골프 이야기구나 하고 팍 단번에 감이 왔을 것입니다. 페어웨이나 러프에 떨어진 골프공을 클럽헤드에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뒷땅을 치면서 구멍을 크게 만드는 것을 감자 캤다고 합니다. 노는 날 집에 있을 때,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데, 보는 것은 주로 야구와 축구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코비드 전에는 골프채 휘두르는 재미에 빠져 골프 예능 프로그램도 많이 봤습니다. 골프가 재미있어서 스마트폰에 골프 게임도 깔아 손가락 골프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모르다가 캐나다와 와서 알게 된 것이 많이 있습니다. 망고도 캐나다 와서 처음 보고 먹어보았고, 치즈도 캐나다 와서 이것저것 다양한 치즈를 맛보았습니다. 골프도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는 비싸서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을 캐나다와서 게임도 해보고 골프채도 생기게 되었으니 인생에 이런 출세가 없습니다.

축구와 야구 예능 프로를 주로 보다가 요즘 새로운 골프 예능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전현무와 권은비, 문정현 프로, 김국진이 나오는 골프 예능입니다. 그런데 보기 시작하니 답답합니다. 몸치 전현무와 필드 경험이 전혀 없는 은비가 삑살이를 밥먹듯이 하면서, 또 연이어 감자 캐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 너무나 한심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보고 있는 것은 골프 삐약이들을 가르치는 국진이와 프로의 비법 강습이 볼만하기 때문입니다. 실내 골프장에서 스윙하는 폼을 수정하는 것을 보면서 내 스윙을 잡는 것에 도움이 되고, 필드에서 지형의 변화에 따라 팁을 알려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첫 라운드를 돌면서 현무와 은비 삐약이 둘이 필드에서 플레이하면서 내는 타수는 손가락으로 꼽아 샐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파4홀에서 4번 쳐서 넣으면 파입니다. 한 타 더 치면 보기, 두 타 더 치면 더블 보기, 세 번 더 치면 트리플 보기 입니다. 그래도 볼을 홀에 넣지 못해 한 번 더 치면 파4홀에서 8번을 친 것이니, 규정 타수의 두 배를 친 것입니다. 파 치는 사람이 한 홀에서 두 번 쳐서 파 두번 한 것과 같은 타수가 나왔으니 한 홀에서 파를 두 번 했다고 점잖게 말해 주어 더블 파라고 하는 것입니다. 거기서 더블을 한국말 양으로 대체하여 한국 골퍼들이 더블파를 양파라고 하는 것입니다. 양파, 골프 되게 못치는 것입니다. 그럼 양파 이상의 타수는? 더 이상은 카운팅하지 않습니다. 현무와 은비의 첫 라운드 골프는 전부 양파 이상의 타수니 얼마나 보기 답답했겠습니까?

그래도 계속 보고 있으니, 그 형편없는 실력을 향상 시키기 위하여 국진과 프로가 삐약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이 눈물겨울 정도입니다. 그렇게 강습을 받고 정말로 삐약이들의 실력이 향상이 됩니다. 4회째 가서는 은비가 파4홀에서 무려 파를 기록합니다. 그때부터 이 골프 예능 프로가 볼만해집니다. 

그런데 제가 노는 스마트폰 골프게임에서는 보기를 하기가 되게 힘듭니다. 아니 파를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파3와 파4 홀에서는 버디를 하는 것이 너무나 보통이고, 파5홀에서는 이글을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파3에서 홀인원하는 일이 가끔 일어나고, 파4홀 이글도 자주 나옵니다. 당연히 파5홀에서 알바트로스도 어쩌다 한번씩 나옵니다. 아무리 게임이라고 해도 너무 비현실적인 것 아닌가 싶지만, 사실 스마트폰 게임이 현실 골프와 같이 그렇게 힘들면 다들 스마트폰을 집어던지고 말겁니다. 현실 골프에서 이루지 못한 것을 스마트폰 화면에서 속시원히 채우라고 게임을 그렇게 시원시원하게 만든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을 혼자 기계와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연결되어 다른 누군가와 실시간으로 골프 대결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비현실적으로 비거리가 많이 나오고, 공이 홀에 쉽게 들어가더라도 상대방이 나보다 잘하면 게임에서 지고, 내가 실수를 하더라도 상대방이 더 큰 실수를 하면 어부지리로 게임에 이길 수도 있는 묘미가 있습니다.

아무리 버디, 이글이 많이 나는 게임이라고 해도 이기는 게임을 할 확률이 50%를 넘기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나보다 더 좋은 볼과 골프 클럽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상대방이 나보다 강하게 불어대는 바람을 더 잘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노는 스마트폰 골프 게임은 스코틀랜드의 게임 회사 플레이데믹(Playdemic)에서 만들고 미국의 거대 게임 회사 EA가 수백억을 현찰로 주고 인수한 골프 클래쉬(Golf Clash)라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게임 안의 게임이 많아 재미를 더 합니다. 매주 토너먼트 게임도 열리고, 최근에 생긴 게임 안의 미니 게임은 체크포인트 챌린지(Checkpoint Challenge)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냥 1대1 게임에서나 토너먼트 게임에서는 자기가 확보한 골프백의 골프채와 골프공을 가지고 게임을 할 수 있는데, 체크포인트 챌린지에서는 정해진 골프채만을 이용해야 합니다. 다만 공은 자기가 가진 공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좋은 공을 가지고 있으면 게임에서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이 공보다 골프채(클럽)의 영향을 더 크게 받기 때문에 체크 포인트 챌린지에서는 클럽의 영향을 배제하고 손가락 기술과 경험치만에 의해서 승부를 낼 수 있습니다. 

이 체크포인트 챌린지는 한 경기 끝나고 깃발을 뽑으면 보상이 주어집니다. 하나짜리 경기 깃발 다음에는 두 경기를 잡아야 깃발을 뽑고 보상을 받을 수 있고, 마지막에는 세 경기를 연속으로 잡아야 체크 포인트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이 체크 포인트 챌린지의 묘미는 두 게임을 연속으로 이기기가 쉽지가 않고, 세 게임을 연속으로 이기는 것은 정말 운까지 따라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주 체크 포인트 챌린지에서 제가 마지막 체크 포인트까지 도달했지 말입니다.


마지막 체크 포인트에서 얻은 체스트(chest)를 열어 얻은 것 중에서 가장 쓸만한 것은 시즌 토큰과 클랜 포인트입니다. 클럽은 더 이상 업그레이드 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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