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프러스 숲속의 요정들
사이프러스 숲속의 요정들
7월 1일, 공휴일입니다. 공무원도 놀고, 일반인도 놀고, Costco도 문닫는, 노는 날입니다. 캐나다 데이입니다. 거리에서 캐나다 국기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날입니다. 지금은 캐나다 국민이 되었지만 태생이 대한민국인지라 새로운 내나라가 내나라인 기분이 아직도 어색한 것은 인간이 과거를 잘 잊지 못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필요한 것은 잘 잊어버리고, 쓸데없는 것은 지지리도 잘 기억해내는.
뭐가 되었건 노는 날은 보통스럽게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에게는 땡잡는 날입니다. 직장이 있는 사람은 일하지 않고 놀면서 휴일 수당을 받는 기분 좋은 날입니다. 그런 날, 어떻게 잘 놀아야 휴일 보내고 나서 후회하지 않게 될지를 걱정하는 것 또한 찌질이 보통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휴일을 보내고 백프로 후회하지 않는 솔루션으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배낭에 마실 것과 먹을 것 조금 넣고 산으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자연을 헤매고 오면 절대 후회하는 일이 없습니다. 아웃도어 액티비티의 천국, 밴쿠버에서 캐나다를 즐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그것이고, 그것을 하지 않으면 캐나다에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걸 아는데, 그러면 어디를 가야될지 또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름이면 가야할 곳이 대충 정해져 있기에 2차 고민은 그다지 고통 받지 않고 바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집 뒷산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집 뒷산, 사이프러스 산입니다. 여름에 그곳에 올라가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분명한 목적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자연산 블루베리입니다. 아직 수확기가 되지는 않았지만 나와바리 관리 측면에서 한번 미리 올라가봐야 합니다.
차를 세우고 숲으로 난 트레일로 들어서니 바로 너무 좋습니다. 동네에 비하면 숲속 트레일은 천상계입니다. 밖은 뜨거운데, 숲은 시원합니다. 그리고 공기가 다릅니다. 너무 신선하고 스윗합니다. 그리고 숲을 헤매다 보면 운동은 절로 됩니다. 그리고 덤으로 얻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숲속의 요정들을 사진으로 담는 즐거움입니다.
이즈음, 트레일을 따라 산으로 올라가며 계속해서 볼 수 있는 첫번째 요정은 번치베리(bunchberry)입니다.
이 조그만 요정이 정말 온 산을 점령했습니다.
크로스 칸츄리 스키 하우스쪽 트레일에서 홀리번 마운틴쪽으로 난 트레일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마운틴 블루베리숲이 나타납니다. 블루베리가 계곡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작심하고 여기서 수확을 한다면 평생 먹을 수 있는 야생 블루베리를 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번치베리가 만개한 후 한 달 뒤면 마운틴 블루베리를 수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멋진 피부를 가진 더글라스 퍼의 위용이 대단합니다. 그 옛날 공룡들이 어디가 가려울 때, 이런 나무에 대고 몸을 비벼대었을 것 같습니다.
더글라스 퍼의 질감과 어우러진 bunchberry의 모습이 한 그림하고 있습니다.
이른 봄에 겨울잠에서 깬 곰이 밖으로 나와 먹을 것이 없을 때, 우걱우걱 먹는다는 스컹크 캐비지의 모습이 예쁩니다. 시기가 지났는데, 이렇게 예쁘게 막 피어난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는 이곳의 고도가 높고, 그동안 추운 날씨가 계속 되었기 때문입니다. 곰은 이걸 먹지만 사람이나 개가 이걸 먹으면 즉사합니다. 사진만 찍고 건드리지도 말아야 합니다. 요정이라고 다 좋은 놈은 아닙니다.
높은 산 작은 연못가에 핀 꼬맹이 요정 디어 케비지(Deer Cabage)의 모습도 참 예쁩니다.
인디언 포크(Indian Poke)도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게 식용인 것같이 생겼다고 먹었다가는 큰일납니다. 죽을 확률 80% 이상, 이걸 따서 러시아군 큰 짠밥 솥에다 부어넣고 밥 만들어 먹이면 1개 사단 정도 몰살 시킬 수도 있겠습니다. 누가 산에서 채취한 나물이라고 하여 주는 걸 받아먹으면 절대 안됩니다. 고맙다고 하고 받고는 나중에 몰래 쓰레기통에 버려야 목숨을 보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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