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에 돈을 쓰는 시대

보이지 않는 것에 돈을 쓰는 시대
-재미에 더 많은 돈을 쓰는 시대


전화비, 통신비


스마트폰은 손으로 만질 수 있고, 포켓에 넣고 소유할 수 있는 것이지만, 통화료나 인터넷 사용비는 그냥 남는 것 없이 증발하는 돈입니다. 요즘 돈으로 스마트폰 한달 사용료 정도면 20년전에 여름 내내 매일 큰 수박 한통씩 사먹을 수 있는 돈 아닌가요?


스마트폰 사용료로 한달에 얼마를 지출합니까? 저는 제 스마트폰 통화료로 매달 11불 20센트를 씁니다. 10불은 실제로 통화비로 탑업( top up)하는 돈이고, 1불 20센트는 10불 통화권을 구입할 때 붙는 세금입니다.



10불이면 한화로 만원 정도인데, 한국에서 그 정도 전화비로 한달을 버틸 수 있나요? 그런데 밴쿠버에 사는 저는 한달에 그만치를 다 쓰지도 못합니다.


직업이 전화를 많이 써야하는 영업직같으면 어림도 없을 일이지만, 직업 자체가 하루종일 말 한마디하지 않고 쇳덩어리에 붙어 씨름하는 일이다보니 전화 쓸일이 없습니다. 가족과 친구들과의 연락은 메시지나 카톡으로만 하고 정 다급한 일 아니면 음성전화를 쓸 일이 거의 없으니 그게 가능합니다.


카톡은 공짜 와이파이 가능 지역에서만 합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에서 보내는 메시지는 매달 5불을 내면, 수신 메시지는 무제한이고, 보내는 메시지는 한달에 250통까지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메시지를 한달에 250통까지 보내본 일이 없습니다. 메시지용 이 5불은 10불에 더하여 내는 것이 아니고 10불에서 까는 것이기 때문에 음성통화는 5불로 쓰면 됩니다. 그런데 통화를 주로 메시지로 하다보니 그 5불마저 한달에 다 쓰지 못하고 남아버립니다.

 


그런데 전화 어카운트(account:계정)를 유지하려면 매달 미니멈(minimum) 10불은 무조건 내야하기 때문에 다 쓰지 못하고 남은 돈은 다음 달에 이월되어 어카운트에 돈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실정입니다.



인터넷 비용


스마트폰은 그렇게 제일 저렴하게 쓰는 방법을 찾아 쓰고 있지만 집에서 써야하는 인터넷 비용은 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집에서 쓰는 인터넷 비용은 현재 한달에 45불 정도 나갑니다. 스마트폰 사용비용보다 4배 이상 비쌉니다. 인터넷 속도는 다운로드 기준으로 25Mbps입니다. 3대의 기기로 동시에 유튜브를 보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데이타 사용량은 무제한입니다.


그런데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달에 250기가 바이트로 데이터 사용량을 제한 받으면서도 80불 정도의 사용료를 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보니 경쟁업체에서 가격인하 상품을 내어놓나 그걸로 갈아타려고 해제 신청을 했습니다. 그랬더만, 손님 뺏기길 싫어해, 가격인하와 함께, 데이터 무제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잡는 바람에 훨 저렴해진 비용으로 인터넷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통화를 스마트폰으로 하면서 꽤 긴 시간을 이야기 했습니다. 해서 스마트폰에 고이고이 쌓였던 돈이 쑥 빠졌을 것으로 생각하고 확인해보니? ‘어, 웬걸!’ 돈이 그대로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스마트폰 통신 회사와 인터넷 서비스 제공회사가 같은 회사이고, 수신자 부담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통화를 했으니 사실 돈이 빠져나갔으면 그게 이상할 일이었던 셈입니다.


좌우지간 요즘은 그렇게, 입에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닌 것에 엄청난 돈과 시간을 낭비(?)하면서도 가슴을 치고 땅을 치며 억울해 하지도 않고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교통비


옛날에는 이동하는데 돈을 쓰지 않았습니다. 짚신을 말아신고 스스로 직접 옮겨다녀야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동하는데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버스를 타건 기차를 타건 돈을 내야 합니다. 돈을 내도 내 입에 들어오는 것, 내 손에 들리는 것이 없습니다.


이동하는데 좀 더 편해지고 싶은 욕망이 생기면 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그 대가로 자동차라는 참 신기하고 편리한 물건이 생겨서 엄청 좋기는 하지만 이 물건을 잘 다루어야지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 십년 넘게 타면 눈물을 머금고 그만 버려야 합니다


자동차는 쓰는 도중에도 어마어마한 돈이 지속적으로 나갑니다. 휘발유는 한방을 손에 묻히지도 않았고, 한모금 마신 것도 없는데 어디로 갔는지 모두 그냥 사라져버립니다. 그게 그냥 없어지기만 하는 것이면 그래도 덜 억울하겠건만, 이게 공기를 오염시키고, 미세먼지를 발생시키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되기도 합니다.


전기료


그 옛날 전기가 없던 시절에는 호롱불 밝히는데 돈을 얼마나 썼나요? 지금은 전기로 어마어마한 것들을 돌리고 있습니다.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전기가 필요하지만 정작 엄청난 돈을 낸 전기는 만지지도, 맛도 보지 못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잘못 만졌다가는 비명횡사할 수 있습니다.


영상, 컨텐츠


사람들은 왜, 어떻게 스마트폰을 하루종일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일까요? 스마트폰 디자인이 너무 예뻐서 그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건가요? 아니지요? 절대 아니지요!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나는 영상에 혼을 쏙 빼앗기고 있는 것이지요.


한국은 삼성과 LG에서 열심히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을 만들면서 천만금의 돈을 벌지만,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과 헐리우드와 디즈니를 가지고 있는 미국은 만질 수 없는 허상을 가지고 전세계 시장에서 억만금을 벌고 있습니다. 소련, 유럽, 일본, 중국, 한국을 다 합쳐도 미국 하나 당해낼 재간이 없는 상황이 그런 것 때문입니다.


금융, 돈


예전에는 엽전, 동전, 지폐, 이런 손에서 손으로 건네주는 것이 있어야 거래가 가능했는데, 이제는 주머니에 현금이 없는 상태로 돈과 물건이 오가는 시대입니다. 도둑질하고 있는 게 아닌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어마어마한 사기와 도둑질과 강탈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권력과 정보와 금융운영망을 장악한 “있는 자”들과 현대판 노예 계층으로 전락한 “없는 자”들의 빈부격차와 신분격차가 마치 시계가 거꾸로 돌아 현대판 중세 시대로 돌아가는 느낌을 줍니다. 국민들은 정말 뼈빠지고 허리 휘어지게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뭣이 어찌되었다고, IMF라는 보이지도 않는 철퇴를 맞으면서 국민들의 장롱 속에 있는 금들을 강탈해갔습니다. 그게 요즘 세상의 요지경 모습입니다. 국가 대 국가의 강탈도 횡행하고 있는 세상입니다.


모르겠습니까? 최저임금, 비정규직, 청년실업, 이런 말들이 내 피부를 떨게하고 있다면, 내가 돌아온 그 중세 시대의 노예가 이미 되고 있다는 것을! 인간의 더러운 탐욕이 역사를 역행시키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탐욕, 권력이 인간을 배고프게 하고 망가지게 하고, 죽음으로 몰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지배하는 세상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 중에서, 탐욕과 죄악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들 중에서, 무엇을 회복시켜야 우리가 잃어버린 세상을 되찾을 수 있늘까요? 우리가 뭘 잊어버려 좋은 세상을 잃어버린 것일까요? 이제 우리가 잊어버린 “사랑”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요? 사랑과 배려와 나눔이 그 어느 때보다 그리운 시대입니다. 아니 절박한 시대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있는 자와 힘 있는 권력자들이 솔선수범 하지 않을 때는 소망이 어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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