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형 벤쳐 라디에이터


2002년형 벤쳐 라디에이터

 2002년형 쉐비 벤쳐(Chevrolet Venture)가 지엠 정비샵을 찾아왔습니다. 냉각수가 새어서 차주인이 냉각수를 계속 보충하고 있다는 문제입니다. 어디서 새는지 여기저기 찾아보고 있노라니, 라디에이터 주입구 넥(neck)으로 연결된 오버플로우 탱크에서 오는 가느다란 호스에서 물이 똑똑떨어지는 것이 보입니다. 호스가 새나? 연결부가 덜 조여졌나? 호스를 조금 끊어내고 새 클램프로 클랭핑을 해도 여전히 물이 똑똑떨어집니다. 보니, 라디에이터 주입구 부근에 크랙(crack)이 생겨 그리로 샌 물이 호스를 타고 흐르다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플라스틱으로 된 부분에 크랙이 생겼습니다.

해서 라디에이터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교체를 할건지 말건지 기다리고 있는데, 서비스 어드바이저에게서 회신이 없습니다. 기다리다 가서 물어보니, 교체를 할 것이고, 새 라디에이터는 다음 날 아침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차주인에게 좀 빨리 연락을 하고, 빨리 피드백을 해주었다면, 한 시간 공치지 않고, 라디에이터 뜯어내는 작업이라도 하고 있었을텐데. 라디에이터를 뜯어내려고 하는데, 보니 퇴근시간이 되었습니다. 멍청한 서비스 어드바이저 덕분에 한시간이 의미없이 날아갔습니다. 다들 퇴근하고 텅빈 샵에서 혼자 라디에이터를 뜯어낸 다음에 퇴근했습니다

지금은 생산되지 않는 이 밴의 라디에이터를 교체하는 작업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두 개의 엔진 고정 브라켓을 풀러 뒤로 제쳐놓아야 하고, 배터리와 에어필터 하우징도 들어내야 비교적 편하게 작업이 가능합니다.

아래 그림은 라디에이터 팬까지 들어내어 라디에이터를 들어낼 공간이 확보된 모습입니다. 라디에이터에 연결된 트랜스밋션 쿨러라인도 분리해야 합니다.

에어컨 라인도 분리하면 작업하기가 훨 수월한데, 라인을 마운팅하는 볼트가 쩔어붙어 있어 억지로 풀려고 하면 뭔가 부러질 것같아 건드리지 않고, 에어컨 컨덴서를 차에 남겨두고, 라디에이터만 들어내느라고 고생을 좀 더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와보니, 라디에이터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언제 도착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해서 다른 차를 받아 이 베이 저 베이 빈 베이를 찾아가며 작업하자니 참 번거롭기 짝이 없습니다. 그렇게 몇 대 다른 작업을 하는 중에 드디어 라디에이터가 도착을 했습니다. 라디에이터를 교체하고나니, 냉각수가 새는 문제가 없어졌습니다.

옆자리의 테크니션(어플랜티스)는 오늘 처음으로 타이밍벨트 교체 작업을 받았습니다. 연신 제게 물어보며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매뉴얼 따라 해보겠다고, 밸브커버를 벗겨내려고하는데, 그것 벗겨낼 필요없다고 코멘트해주어 시간을 줄였고, 밸브커버를 벗겨내지 않으면 타이밍 마크 맞추기가 곤란하다고 하여, 타이밍 벨트와 풀리들에 표시를 해서 교체하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렇게해서 처음으로 하는 타이밍벨트 작업을 무사히 끝냈는데, 작업을 마치고나서 시동을 걸지를 않고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왜 그러냐고 하니, 시동을 걸어보기가 무섭다는 것입니다. 작업이 잘못된 것이면 엔진이 다 망가지는 것 아니냐며, 두려움에 몸서리치고 있는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해서 제가 시동을 걸어주었습니다. 시동이 걸리더만 푸륵푸륵하고는 이내 시동이 꺼져 버립니다. 보니, 어플랜티스의 머리속이 하얗게 변하는 모습을 그 표정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제가 어디 버큠이 새는 것 같은데?”라고 하니, ‘아차!’ 눈을 희번떡 뜨더만 PCV 호스를 빼놓았던 것을 찾아 연결합니다. 밸브커버를 벗겨내려고 할 때, 분리해놓았던 것인데, 밸브커버를 벗겨내지 않게 되면서 그 호스를 빼놓았던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걸 연결하고 다시 시동을 거니, 엔진이 샤방샤방 잘 돌아갑니다. 불쌍한 어플랜티스가 순간 지옥과 천국을 오갔습니다.

어플랜티스가 이번에는 다른 차를 끌고 들어오더니, 파워스티어링 플러쉬를 어떻게 하냐고 묻습니다. 이 큰 지엠 딜러샵에 파워스티어링 플러쉬 머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완전 수동으로 해야 하는데, 그 방법을 묻는 것입니다. 단순히 오일을 다 빼내고 다시 채우려면 기어박스 쪽에 라인 하나를 풀러서 오일을 다 빼낸 다음, 오일을 채우는 방법이 있다고 하니, 표정에 난색을 표합니다. 좀 더 편하고 간단한 방법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리저버의 리턴 라인을 분리하여 낡은 오일이 밖으로 빠지게 하고, 리저버의 리턴 포트를 막은 다음, 새 오일을 부어 엔진을 클랭킹시키면서 계속 새오일을 부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리저버로 연결된 리턴 호스를 어찌 빼낼까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그걸 빼내면 리저버 안에 있는 오일이 엔진 위로 왈칵 쏟아질까 겁을 먹은 겁니다. 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스포이드와 비이커(월마트의 주방용품 섹션에서 구입했던)를 주어 리저버 안에 있는 오일을 뽑아내게 했습니다. 그리고 리저버의 포트를 틀어막을 플라스틱 덮개와 리턴 호스에 길게 연결하여 차 밖으로 더러운 오일을 빼낼 수 있는 투명 호스도 연결해주었습니다. 이건 뭐? 밥해서 상 차려서 숟가락으로 밥을 입안에 밀어넣어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리저버에 새오일을 집어넣고, 크랭킹을 하니, 리턴 호스를 통해 슬러지들이 하고 쏟아져나옵니다. 그나저나 이 작업을 왜하냐? 차주인이 원했냐고 물어보니, 차주인의 불만인즉슨, 차 안에서 하는 파워스티어링 소리가 크게 들린다는 것입니다. 밖으로 나오면 안들리는데, 차 안에만 들어가면 그 소리가 들린다는 것입니다. 해서 그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플러쉬를 해보는 거라고 합니다. 실제로 플러쉬를 마치고 테스트 드라이빙을 해보니, 그 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건 대박입니다. 보통 파워스티어링 노이즈라고 하면 펌프를 교체하는 것이 솔루션인데, 이 기가막힌 하이테크 어플랜티스는 펌프를 교체하지 않고, 오일만 플러쉬해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플러쉬를 어찌하는지도 몰랐던 어플랜티스가 플러쉬를 하여 노이즈 문제를 해결한 것입니다. 대박 사건입니다. 소가 뒷걸음질하다 쥐 잡은 건가요? 아마도 하고 터져나왔던 슬러지가 오일 통로를 막으면서 압력변화가 있었고, 그것이 이상진동과 노이즈를 만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그냥 드레인하여 오일만 교체했다면 문제가 고쳐지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리턴 호스를 분리하고, 새오일을 넣고 펌프를 돌려주었기 때문에 슬러지들이 터져나왔고, 문제가 치유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이 단순무식한 완전수동 플러쉬가 라인을 분리하지 않고, 플러쉬 기계로 하는 플러쉬보다도 더 확실한 방법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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