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책방들

사라지는 책방들

하루하루 사는 게 정신없는 와중에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한국 사람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내가 살아 생전 그럴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 일을 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고 언론이 묘사를 하는 것을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는데, 이유인 즉슨, 노벨 문학상을 받은 문인의 이름이 한강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한강, 그 분이 또 서점을 조그만 서점을 운영한다고 들었습니다. 이제는 서점을 운영해서 버는 돈보다 팔리는 책에서 들어오는 인세 수입이 훨씬 더 많을 것 같습니다. 밴쿠버에 살고 있는 제가 웨스트 밴쿠버 도서관에 찾아가 한강 작가의 소설을 찾아보니, 한글판과 영어판 모두 다 이미 대여되어 책을 볼 수가 없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한강 작가의 책을 읽어보려는 인구가 대단할 것 같습니다. K팝, K문화하더만, 결국에는 노벨문학상으로 정점을 찍어버립니다. 미친 한국.

책과 서점, 도서관 이야기가 나오니 요즘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책을 읽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종이 제본으로 나오는 책과 함께 요즘은 타블렛이나 스마트폰, 컴퓨터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이북(ebook)이 나오는 시대지만, 이북과 종이책 모두 합쳐도 독서 인구가 늘어난 것은 아니고 줄어들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독서 인구의 감소는 서점의 쇠락을 가져왔습니다. 웨스트 밴쿠버에 살면서 간혹 들리던 곳은 마린 드라이브에 있는 인디고(Indigo)라는 서점입니다. 써리에 살 때는 서리 남쪽, 화이트락 가까운 곳 몰에 있는 인디고였습니다. 그 시절 인디고에 가면, 당시 아웃 도어 취미 생활을 시작했던, 낚시, 카약, 카누에 대한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볼 수 있었고, 구입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고 나서 인디고에 가면 서점 안에 진열해놓은 책들의 종류와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서점안의 책숫자만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노스 밴쿠버 마린 드라이브에 있던 2층짜리 큰 인디고 서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게는 심히 충격이었습니다. 거길 들리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는데, 그게 없어진 것도 아쉽지만, 그리 큰 서점이 문을 닫는 사회적 현상, 독서 인구가 감소하고, 서점을 찾는 인구가 준다는 것도 쇼킹한 일이었습니다.

집 가까운 곳에서 지금 들릴 수 있는 인디고 서점은 파크 로열몰에 있는 인디고입니다. 이곳에 가보면 지금은 그 옛날 보이던 아웃도어 관련 그 화려한 책들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책의 종류와 숫자 모두 엄청 줄어 별로 볼 책들이 없습니다. 명색이 서점인데, 서점 안에 책이 차지한 공간은 절반 정도이고, 절반은 소소한 생활용품을 파는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서점이 망해가는 이유가 독서 인구가 주는 이유도 있지만, 또 다른 원인은 이북의 등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공 서적이나, 교과서는 학교 서점에서 살 것이고, 공부에 필요한 서적은 학교 도서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일반 서점에서 팔리는 책은 잡지와 소설 정도일 것인데, 요즘은 구글이나 아마존에서 이북을 종이책 보다 더 싼 가격으로 사서 스마트폰이나 타블렛에서 볼 수 있으니, 서점은 그야말로 사면초가, 쇠락의 길로 들어설 수 밖에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파크 로열몰에 있는 인디고에 들려 책을 구경하다가 눈에 띄는 책을 한 권 꺼내 들었습니다. 연대기로 보는 성경, 뭐 그런 제목인듯 합니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 눈에 매우 거슬리는 그림 하나가 보입니다. 이집트로부터 나온 이스라엘 민족이 시나이 반도 안에서 광야생활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잘못된 그림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홍해를 건너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넘어갔습니다. 시내산도 사우디아라비아에 있습니다. 그런 잘못된 그림이 책에 버젓이 나올 수 있는 이유는 기독교 서적을 만드는 사람들조차 성경에 나오는 기적을 믿지 못하고, ‘어떻게 바닷물을 갈라?’라는 생각으로 홍해를 건넌 것이 아니라 시나이 반도 안에서 돌아다녔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를 건넌 것은 사실일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홍해를 건너지 못하고, 시나이 반도 안에 머물러 있었다면, 뒤쫓아 온 이집트 군대에 의해 이스라엘 민족은 죽임을 당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홍해 바닷속에서 발견되는 이집트 병거가 홍해가 정말로 갈라졌다는 증거입니다. 

서점이 쪼그라들고, 망해가는 현상은 책을 사랑하고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슬픈 소식입니다. 그러면 정말 세상의 서점이 몽땅 문을 닫게 되는 일이 일어날까요? 그러면 책을 만드는 출판사도 모두 없어질까요? 문 닫는 출판사가 늘어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출판사 몇은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이북이 나와도 학교에서 책이 필요하면 학교에서 필요한 책을 출판해줄 출판사가 필요할 것이고, 자기의 책을 출판하고 싶은 사람들이 아직 세상에 꽤 많이 있으니, 그런 사람들을 위해 출판사 몇은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경 관련한 몇 가지 책과, 그래픽 디자인과 관련된 몇 가지 책을 보고 싶어 웨스트 밴쿠버 도서관에서 찾아보니, 원하는 책이 하나도 없습니다. 웨스트 밴쿠버는 나름 꽤 많은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데도, 원하는 책이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해서 이 책들을 구입해달라고 도서관에 인터넷으로 요청을 했는데, 답이 없습니다. 

도서관은 왜 제가 원하는 책을 사주지 않는 것일까요? 제 추측으로는 제가 원하는 책을 사놔봐야 그걸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읽겠느냐라는 생각으로 시예산을 집행하고 싶지 않은듯 합니다. 학생들이 필요한 책은 학교 서점이나 도서관에 있을 것이고, 동네 도서관은 특별한 책은 필요없고, 그저 베스트셀러 소설책이나 많이 가지고 있으면 된다 그런 생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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