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맥주 시음기
독일맥주 시음기
인생, 버텨내기가 결코 녹록치 않은 것이 인생입니다. 전쟁 중인 나라도 있고, 자연재해에 시달리는 지역도 있고, 인재에 넘어진 인생들도 있습니다. 예기치 않은 걸림돌에 걸려넘어져 좌절하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소용돌이 와중에 그냥 하루를 사는 것은 거의 은혜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먹을 것 있고, 숨쉬기 좋고, 아픈 데 없으면 천국을 더 찾을 필요도 없을듯, 인생이 소풍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 오비나 크라운 맥주 말고 다른 맥주를 마신 일이 있나 싶습니다. 미국 마트나 코스트코에서 그 흔한 버드와이저조차 한국에서는 보이지 않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 한국이었는데, 요즘은 세계 각국의 맥주들이 한국으로 수입이 되는 모양입니다. 요즘 한국에서 제일 잘 팔리는 독일 맥주가 하나 있는데, 파울라너라나? 그게 이곳 밴쿠버에도 있나 찾아보았더만, 있습니다.
미국 사람이 캐나다 놀러 와서 제일 황당해 하는 일 중의 하나가 술과 관련된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맥주 생각나면, 월마트에 가도 되고, 코스트코에 가도 됩니다. 그런 생각으로 미국 사람이 캐나다 국경을 넘은 다음, 호텔에 들어가 맥주 한 잔 할 생각으로 술 사러 캐나다 월마트에 들렸는데, 어라 술이 없다? 그렇습니다. 밴쿠버에서는 술 파는 곳이 따로 있습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BC Liquor Store에서만 술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는 캐나다 술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수입된 온갖 술들을 볼 수 있습니다. 술을 일반 마켓에서 살 수 없는 불편한 점은 있지만 일단 비씨 리커스토어 안에 들어가면 반짝거리는 각종 디자인의 술병들과 병에 붙은 알록달록한 라벨들이 한 구경거리를 제공합니다. 그걸 구경하며 가격들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 합니다. 미국은 세븐일레븐 같은 곳에서도 술을 구할 수 있지만 밴쿠버에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저녁술을 위하여 술을 구하려면 이른 시간에 서둘러 구해 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비씨리커스토어 웹사이트가 있습니다. 거길 들어가보면, 리커스토어가 어디에 있고, 원하는 술이 그곳에 있는지, 있으면 몇 병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파울라너가 있나보니 동네 리커스토어에 있습니다.
130개 있습니다.
독일맥주, 생각난 김에 작심하고 비씨 리커 스토어에 들려 찾아보니, 냉장칸에 있습니다. 그 옆에는 슈나이더도 있습니다.
버거집에 들려 버거도 사고, 캔 맥주 4개를 사서 해변으로 나갔습니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공기 좋은 해변에 앉아 음주가무(?)를 즐기니 극락이 여기네. 어라 근데 이게 뭐시기여? 독일 맥주캔 뒷면을 보니, 온통 한글로 도배, 수입원 진로하이트맥주? 독일 맥주를 한국이 수입? 그걸 다시 캐나다가 수입? 내가 시방 마신 것이 코리아 맥주여? 독일 맥주여? 그냥 캐나다에서 산 맥주여? 그것이 뭣이 중헌디? 오늘 시음한 세 가지 맥주, 아일랜드 기네스, 독일 파울라너와 슈나이더 중에 목구멍으로 제일 잘 넘어가는 맥주는 셋 중에 값이 가장 싼 슈나이더였습니다. 술가격도 그걸 마시는 인생의 가격과 어찌 그리 잘 들어맞는지?
남은 맥주들을(캔 4개도 앉은 자리에서 다 마시지 못하는 실력? 아니면 아껴먹기 신공?) 배낭에 챙겨넣고 바닷길을 따라 어슬렁 걸으며 보니, 밴쿠버에 정박했다가, 알래스카로, 하와이로 떠나는 크루즈도 보이고, 휴대용 숯판에 고기 올려 제대로 맛을 탐하는 아저씨도 보이고, 인생들이 가지가지 모습으로 각자의 오늘 하루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이 흐르는 시간들의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습니다.
맥주 4캔을 나흘에 걸쳐 네 차례 마셨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한번은 햄버거 안주로, 한번은 치킨 안주로, 한번은 바비큐 안주로, 한번은 부침개 안주로, 그렇게. 맥주는 첫번째 한 모금, ‘캬!'하는 맛이 최고의 맛이라고 생각하고, 두 번째 샷부터는 마실 의미가 없다는 주당(?)의 철학이 만들어 낸 술버릇 때문에 술 소비가 늘 그렇게 더디고 느립니다. 이 정도면 거의 술 마실 줄 모르는 놈. 술 공장 사장님 눈에는 천하에 재수 없는 놈.
술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미국 목사들이 캐나다 목사들보다 술 사기가 더 쉽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캐나다에서는 목사가 리커스토어에 들어가면 바로 발각이 되지 않겠습니까? 캐나다에서는 목사들에게 술 선물이 최고의 선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술 선물한 것을 무덤에 들어가고 나서도 절대로 입밖으로 발설하지 않을 자신 있을 때 선물해야 합니다. 목사한테 술 선물 한 것을 떠벌리고 다니면 인간 쓰레기입니다.
그런데 천주교 주교들은 술 내놓고 마시는데, 목사들은 왜 술 마시면 안돼? 신약시대에 보면 다들 와인 마시고 있는데. 목사는 다 같은 사람 아니야? 왜 시원한 맥주 한잔, 고기 자르면서 와인 한잔 같이 마시고 싶지 않겠어? 그 교리가 맞는 것이여? 성경은 절대 맞되, 교리는 잘 알아서 포도씨 발라내듯, 수박씨 발라내듯 잘 발라낼 필요가 있는듯, 인간이 만든 것은 뭐든 허술하고, 편파적이고, 고집불통이고. 그래서 난 교리는 별로야. 냄새가 별로 좋지 않아. 개신교 애들이 천주교는 벌레 보듯이 하면서, 예배 시간에 천주교 애들이 만든 것같은 사도신경, 중 염불 외우듯 그걸 중얼거리고 있는 것도 내 스타일 아니야.
내가 제대로 믿고 있는 걸까? 주님이 창조주이고, 천지만물을 창조하시고 나의 삶을 주관하시는 것을 믿는데. 그 분만이 내 삶의 치유자이고, 구원자임을 믿는데, 나는 왜 내 믿음에 자꾸만 회의를 느끼는 것일까? 남 인생 별 관심없고, 자기 살기 바쁜 목사들이야 예수님 믿으면 구원받는다고 단순무식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소리도 이제는 질색이고.
헬라어로 쓰여진 신약성경에서 헬라어가 말하는 믿음의 의미가 뭔가를 정말 다들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헬라어의 믿는다는 소리가 가진 의미는? 믿음=신실+행동. 내가 주님을 믿는다는 것은 내가 신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신실한가? 주님의 말씀을 그대로 인생에 적용하면서 살고 있는가? 그런 내 자신을 돌아보면 매일 내 믿음에 회의를 갖게 되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의, 아니 죽으면 숙제와 같은 그 회의와 갈등을 접을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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