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노보 품질

리노보의 품질

나이가 드니 때로 집중력이나 주의력이 떨어지는 것을 자주 경험합니다. 뭐 젊어서도 머리가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일하다 샵포맨(shop foreman) 사무실로 향하는 중 칠판에 쓰여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거 언제 이런 게 적혀있었지? 8월 28일이 언제야? 오늘이 며칠이야?’


마침 칠판 가까이 어플랜티스(apprentice)가 있어 그의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오늘이 며칠이야? 오늘이 28일이야? 오늘 아침에 샵미팅이 있었어? 나 지각하느라고 그 시간에 없었는데? 미팅했어? 미팅 목적이 뭐야?” 물어보니, 젊은 놈 둘이 배실배실 웃으며, “아침에 미팅 했어. 매일 늦지 말고, 일찍 와서 8시부터 정확하게 일하라는 거야. 그런데, 넌 스페셜 해서 괜찮아.”

‘헐!’ 정신이 없어도 그렇게? 미팅 공지를 보지도 못했고, 늘 하던 것처럼 지각도 아낌없이(?) 또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개의치 않고, 심지어는 매니저도 아무런 표정이 없습니다. 은퇴한 놈이 계속 일하고 있으니, 아주 열외로 제껴 놓았습니다. 그냥 노트북에 뜨는 일 하나하나 잘 처리하면서 고장난 차 내보내면 뭐라 와서 들여다보거나 간섭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투명인간? 그런데 이런 상황이 너무나 자유롭고 편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에서 대기업 다닐 때는 지각 한번 하면 그날 무서운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장님 앞에 불려가 잔소리 듣고, 시말서 쓰고, 진급 누락되는 빌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시절에 비하면 이건 직장 환경이 천국입니다. 10만불짜리 미국산 스포츠카, 북미인들의 로망 픽업 트럭, 그런 장난감 같은 쇳덩이와 씨름하며 하루를 보내는 일이 노쇠한 몸이 계속 견디고 있기에는 버겁지 않은 일이 아니긴 하지만, 좌우지간 아직도 이 정신 가지고 헤롱헤롱 버티고 있는 게 감사하고 신기할 뿐입니다.


지엠 딜러샵은 오래전부터 테크니션들이 1인 1노트북으로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노트북에 뜨는 작업 화면이 도스베이스였는데, 이게 최근들어 윈도베이스로 바뀌었고, 때에 맞춰 CPU가 인텔 i7인 노트북으로 업그레이드 되어 새로 지급이 되었습니다. 노트북 브랜드는 리노보입니다. IBM 노트북을 삼킨 중국업체 브랜드입니다. 북미에서 많이 팔리는 노트북입니다. 


제가 집에서 쓰는 노트북은 HP것입니다. 그런데 보니 리노보 제품 품질이 HP보다 못한 면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엠차에 들어가 있는 여러 컴퓨터들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하는 작업을 자주 하는데, 작업장에 와이파이가 되지만, 자동차 컴퓨터 업그레이드 중에 서버와 노트북간에 통신이 끊어지는 장애를 방지하기 위해 노트북에 LAN을 직접 연결합니다. 노트북 포트 중에 인터넷 선을 연결하는 포트에 두 개의 클립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부러져 나갔습니다. 


그로 인해 LAN 케이블이 노트북쪽 단자들과 접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선을 받치고 무거운 걸로 누르고 해야 선이 제대로 연결이 됩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부분인데, 성의없이 부실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매일 지각하고, 언제 그만 둘지 모르는 놈인데, 매니저에게 들고가서 새 노트북 내놓으라고 하기가 무색해 그냥 그렇게 이상한 모습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리노보, 별로 추천하고 싶지도, 사고 싶지도 않은 PC입니다. 평생 제 구매 대상에서는 제외시켜 버렸습니다. 지금 쓰는 노트북 말고 또 구매하게 된다면, 아마도 또 HP이거나 애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플은 아직 경험해본 적이 없지만, 평생 언젠가 한번은 써봐야 되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마음에 두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두고 볼 일입니다. 지금 쓰는 새 HP가 너무 좋아 앞으로 10년은 족히 쓸 것 같은데?


제 블로그 홈페이지를 열면 블로그의 모든 글들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vancouver-story.blogspot.com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태양이 뿔났다

아일랜드로 – Kinsol Testle, Sooke, French Beach, Pothole Park, Rathtrev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