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마인드

비즈니스 마인드

2024년이 열리고 벌써 2월이 시작이 되었습니다. 1월말에 대기의 강이 온다고 하여 잔뜩 긴장을 하였습니다. 밴쿠버도 캘리포니아 처럼 동네에 물이 넘쳐나고 집들이 쓸려나가는 일이 발생하나 걱정했는데, 그냥 겨울 밴쿠버에 늘 그렇듯이 비만 줄기장창 내렸고, 물폭탄이 떨어지고 물이 거리를 휩쓸고 지나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웨스트 밴쿠버는 뒤가 높은 산이라 동네마다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들이 많습니다. 그 계곡들마다 물이 성난듯 세찬 물살을 일으키며 흘러내렸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습니다. 워낙 산이 광대한 지역에 펼쳐져 있고, 산마다 원시림이 울창하여 어지간히 내린 비도 숲이 너끈히 다 흡수, 수용하여 큰 재앙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토요일 오후 3시께, 호슈베이(Horseshoe Bay)에 볼 일이 있어 갔습니다. 호슈베이는 웨스트 밴쿠버 끝자락에 있는 페리 항구입니다. 그곳에서 타면 밴쿠버 아일랜드, 보웬 아일랜드, 썬샤인코스트로 가는 페리를 탈 수 있고, 차를 가지고 갈 수도 있습니다. 아래에 있는 위성 사진을 보면 F가 페리 뱃머리이고, P가 페리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자동차들입니다. 밴쿠버 아일랜드나 썬샤인코스트로 가는 페리는 한번에 350대 가량의 차를 실을 수 있습니다.

호슈베이, 웨스트 밴쿠버 끝자락에 위치한 아주 조그만 동네입니다. 여름이면 지역 주민보다 여행객들의 수가 더 많아지고 북적거리는 어찌보면 관광마을입니다. 밴쿠버의 여름은 모든 사람이 휴가 분위기라고 보면 됩니다. 여름 주말이면 페리를 타기 위한 여행객으로 붐비고, 밴쿠버나 캐나다 사람뿐만이 아니고 세계각국의 사람들이 모여 우글거립니다. 차를 끌고 와서 페리를 타기 위한 주차장에 차를 세운 다음 시간이 넉넉하게 남았으면 호슈베이 동네로 들어와서 커피도 마시고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해안에 있는 파크에서 배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을 보냅니다. 그래서 여름에는 호슈베이 가게들의 매출이 폭발합니다.

장사의 첫번째 공식은 자리입니다. 아래 지도에서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샵은 페리 터미널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브렌즈(Blenz) 커피숍입니다. 가게 위치로는 명당 중의 명당입니다. 큰 길가 제일 잘 보이는 곳, 그것도 페리터미널과 버스 정류장 맞은 편이니, 신이 내린 장소입니다. 거기를 차지하지 못했으면 차선책으로는 베이(Bay) 스트리트 선상에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합니다. 베이 스트리트가 해안가 파크를 접하고 있고, 파크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이 길가의 가게들을 한눈에 다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자리잡고 있는 대표적인 샵이 스타벅스와 트롤즈(Troll’s)입니다. 스타벅스는 아시다시피 커피샵이고 트롤즈는 레스토랑입니다. 트롤즈 레스토랑은 비수기에도 저녁늦은 시간까지 넓은 식당 안에 사람들이 꽉 차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트롤즈 옆의 올리브앤앵커도 레스토랑인데, 얼마전에 생을 달리한 탤런트 김자옥씨 언니가 운영하다가 지금은 아들이 물려받아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식당은 스파게티 만드는 솜씨가 좋습니다.

베이스트리트 선상의 가게들에 비하여 이면도로, 뒷길에 있는 가게들은 눈에 띄지 않아 아무래도 찾는 손님들이 수가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페리 기다리는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시간에 쫒기는 기분이기 때문에 여유있게 뒷길까지 수색(?)할 여유는 없는 것입니다. 

뒷길에 있는 가게 중에 쉐프가 피쉬앤칩스를 잘 튀기는 레스토랑이 하나 있습니다. 아래 위성사진에 화살표B로 표시한 C-Lovers Fish & Chips입니다. 가게 이름이 너무 요란합니다. 가게 이름은 외우고 전하기 쉽게 짧고 간단해야 합니다. 이 가게 쉐프는 생선튀김을 정말 깨끗하고 정갈하게 잘 합니다. 그런데 매니저 마인드가 가게장사를 아주 망치고 있는 레스토랑입니다. 트롤즈는 늘 북적거리면서 장사가 잘 되는데 반해 이 집은 늘 파리만 날리고 있으니 조급한 마음이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매니저가 너그러움과 친절함이 없습니다. 한번은 저와 아내가 들어가 피쉬앤칩스 하나만 시켜서 먹고있는데, 둘이 들어와서 하나 시켜서 둘이 그걸 나눠먹으면 안된다면서 둘이 먹고 있는데 바짝 다가와서 거의 윽박지르듯이 그러는 것을 보고, 먹던 걸 싸달라 해가지고, 먹다말고 쫓겨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싸준걸 보니, 어디 플라스틱 용기에 싸준 것도 아니고, 종이에 둘둘말아 싸주어서 먹다 남은 것을 먹는데, 종이에 기름이 범벅이 되고, 튀김은 눅눅해지고, 어디 거지가 얻어먹다 쫓겨난 기분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식당에 들어가 하나밖에 시키지 않는 우리 죄가 크기에 뭐 더 토를 달 것은 없는데, 이 가게는 쉐프의 좋은 솜씨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은 위치, 매니저의 범상치 않은 비즈니스 마인드, 다른 사람도 겪었을 것같은 불친절함으로 인해 장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가끔 지나면서 보면 트롤즈에는 손님이 북적거려도 이 피쉬앤칩스 레스토랑은 볼때마다 파리만 날리고 있는 형편입니다. 물론 한 여름 휴가 피크때는 사람이 워낙 많이 밀려들어 이 집도 한철 장사는 되지만, 비즈니스 마인드만 좀 개선한다면 비수기에도 더 장사를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트롤즈도 피쉬앤칩스 투고(To-Go) 주문을 받는데, 종이가 아니고 용기에 잘 싸줍니다.

마지막으로 화살표 C로 표시한 가게, 그것도 레스토랑입니다. 종목은 스시. 한국인 노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코딱지만한 스시 레스토랑인데, 장사? 물론 잘 되지 않고 있습니다. 가게 안에 손님이 있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투고(To-Go) 스시 하나 시켜보면 정말 인색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런 시골에서 가게를 찾는 사람들을 보면 아주 부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보통 서민들 혹은 가난한 여행객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베푼다고 생각하고, 푸짐하게 싸주면 정말 소문이 좋게 나서 지역주민들도 두배 세배로 매일 찾게 될 것입니다. 이 나라 사람들이 의외로 스시를 참 좋아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이 가게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레스토랑이라고 해서 손님 오면 스시를 쌀 생각을 하지 말고, 손님이 와서 보고 바로 집어갈 수 있게 푸짐하게 싼 스시팩을 만들어 놓고 진열해놓으면 정말 장사가 잘 될 것입니다. 팁 바라지 말고, 손님이 팁 걱정하지 않고 들어와 진열된 스시팩을 바로 사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스시팩을 더 여유있게 만들어서 주변 가게들 진열대에도 올려놓아 팔게 하면 인심도 얻으면서 더 큰 수익도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가게를 하나 장만할 수 있다면 라면집을 하고 싶습니다. 돼지 고기 삶아서 라면 위에 크게 두어점 올려주고, 석박지 큰 거 한 조각, 밥 한 공기 같이 내주고 12불 정도 받으면 대박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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