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의 최저임금


밴쿠버의 최저임금

-밴쿠버의 정비공은 얼마나 버나?

 

밴쿠버의 공식 최저임금은 $11.25입니다. 한화로 대충 1만원 정도입니다. 한국보다는 제법 높은 수준이지요? 그런데 최저임금을 15불로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별천지인 밴쿠버 시티 공무원들은 시급 20불대를 받는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쇠덩어리 자동차와 매일 땀삐질 흘리며 생고생하는 밴쿠버의 정비공들은 얼마나 벌까요? 같이 일했던 한 테크니션이 자기가 받았던 시급을 고백한 일이 있습니다. 당시 그는 아직 자격증을 따지는 못했고, 어플랜티스(apprectice)인 상태였습니다. 어플랜티스라는 것은 말하자면 인턴이나 견습공 정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격증을 따기 전까지 견습공 기간은 통상 5~6년 정도 걸립니다.

 

경험없는 젊은이가 일을 시작할 때 바로 어플랜티스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플랜티스가 되기 전에 세차맨이나 랏맨(lot man)으로 먼저 시작을 합니다. 그러다가 매니저의 눈에 띄면 정부에 어플랜티스 과정으로 등록을 시켜줍니다. 이 친구도 역시나 어플랜티스로 바로 시작한 것은 아니고, 세차맨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맨땅에 헤딩한 친구들보다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태였습니다. BCIT에서 2년 과정의 정비를 공부했습니다. 해서 타이어 작업 정도는 너끈히 할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세차맨이지만 세차만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이어 작업도 하면서 시급 12불로 시작을 했습니다. 바지런하고 붙임성 있고, 일 습득 속도도 빨라 1년 뒤에 시급 15불로 점프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어플랜티스 사인을 하고 어플랜티스로 등록이 되면서 시급이 18불이 됩니다. 그리고 매니저가 바뀌면서 다시 임금 조정이 되어 시급이 20불로 뜁니다. 아주 가파른 임금상슴이고,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 정도 받을 자격이 있을 정도로 일도 참 잘했습니다. 어플랜티스 3년차가 되면 제일 빠리빠리하게 일 잘 할 수 있을 정도로 일이 손에 붙게 됩니다. 이 친구는 어플랜티스 3년차를 패스하면서 시급 24불을 받게 됩니다.

 

그러면 캐나다 정비 자격증을 따고 나서는 시급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자격증이 있는 상태에서 토요타 딜러에서 일하다가 지엠 딜러로 옮겼습니다. 토요타에서는 시급 25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엠으로 옮겨가면서는 시급 30불로 시작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엠에서 받는 시급은 스트레이트(straight)가 아니라 플랫(flat)으로 바뀌었습니다. 플랫이라는 것은 물리적인 시간, 2시간 일하면 2 시간분의 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일한만큼 받는 시스템입니다. 자동차 정비 작업에는 하는 작업에 따라 작업시간이 매겨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차의 앞쪽 브레이크 패드를 교환하는 작업시간은 1.6시간이고, 또 다른 어떤 차의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하는 작업은 2시간짜리 작업, 그런 식으로 작업하는 것에 따라 작업시간(labor time)이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손이 빨라 2시간짜리 작업을 한 시간만에 마칠 경우, 일 한 시간은 한 시간이지만, 임금은 두 시간 분의 임금을 줍니다. 두 시간짜리 작업을 마쳤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유로 2시간짜리 작업을 3시간만에 완성했다면 그래도 두 시간분의 임금 밖에 받지 못합니다. 한 시간을 손해보게 되는 셈입니다. 그런 시스템이 플랫 레이트입니다.

 

2013년에 30불로 시작한 시급이 2015년에 $32.9불로 인상이 됩니다. 그리고 5개월 뒤에 다시 $33.4불로 재차 인상이 됩니다. 그리고 다시 2016년 말에 $33.81불로 또 인상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입니다, 시급을 그렇게 받아도 100%의 일을 한다면, 즉 주 40시간 일을 해서 40시간 분량의 레이버를 번다면, 아니면 그 이상을 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샵이 지나치게 한산하여 아니면, 고약한 일에 꼬여 작업 시간을 백프로에 미치지 못하게 채웠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실제 일한 시간은 40시간이지만, 해낸 일의 분량은 20시간 밖에 되지 않으면 어찌 될까요? 벌어야 할 돈의 반 밖에 벌지 못한 돈으로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하여 오너가 개런티를 제시합니다. , 레이버를 최소 70%는 보장해준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벌어들인 레이버(labor)70%가 되지 않아도, 물리적으로 일한 시간의 70%선의 임금은 보장해준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테크니션에게는 좋은 소식이기는 하지만, 정상적인 조건에서도 테크니션의 효율성이 70%에 지속적으로 미치지 못하면 해고사유가 됩니다.

 

시급 $33.81에 개런티 70%였던 시급이 2017 4월에 36불이 됩니다. 더욱 괄목할만한 것은 70%였던 개런티가 90%가 된 것입니다.

 

이 시급 체계는 정부에서 정해주는 것도 아니고, 딜러별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테크니션 시급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라고 봐야 합니다. 정부는 미니멈웻지(minimum wage:최저임금)만 정합니다. 이 샵이 새로 정한 시급 규정은 이렇게 변했습니다. 일단 자격증을 가진 테크니션의 시급은 35불부터 시작을 합니다. 그리고 지엠 마스터 테크니션이 되면 $35.50이 됩니다. 지엠 그랜드 마스터 테크니션이 되면 $36불이 됩니다. 그래서 저의 시급이 $36불이 된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일하는 효율이 105% $36.25, 110% $36.50, 115% $37, 120% $37.50을 줍니다.

 

시급이 1, 2불 차이가 나니 별 것 아닌 걸로 느껴지지요? 그런데 시급이 1불 오르는 것은 큰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시급 1불 차이면 하루에 8불이고, 5일이면 40, 한 달이면 160불이 됩니다. 줄잡아 14만원이 되게 됩니다. 이러니 시급이 일년에 1불 오른다고 하면 없는 살림에 엄청난 임금 상승이 되고, 오너에게도 꽤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시급 인상 체계를, 상한선을 정해 놓고, 1년에 50센트씩 올리는 방법으로 임금 규정을 정한 딜러도 있습니다.

 

그러면 플랫 시스템의 시급을 받는 테크니션은 실제 벌이가 얼마나 될까요? 캐나다 테크니션은 임금을 월급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2주마다 임금을 받습니다. 매월 15일에 한 번 받고, 말일에 한 번 받습니다. 아래 그림은 샵이 상당히 한가한 편인 3월초 일하고 받은 2주간 임금입니다. 사람들이 연말에 돈 다 쓰고, 새해가 되어 세금 신고하고 아직 정산금을 받지 못해 지갑에 돈이 텅텅 비어있는 때라 샵에 정비하러 오는 차가 팍 줄어든 시기입니다. 3월말이 지나면서 돈이 들어오고, 스노타이어도 올시즌 타이어로 바꾸게 되면서 샵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위의 임금정산표를 보면 토탈 2천불 정도 벌었습니다. 하지만 이것 떼고 저것 떼고 실제로 받은 금액은 $1232.10입니다. 작업 효율은 81.7%였습니다. 시급이 $33.81일 때의 2주간 임금입니다. 집 월세가 천사백불인데, 이 돈으로 월세를 내려면 이백불이 모자랍니다. 이러니 통장에 마이너스가 늘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이천불 벌었으니, 2백불을 십일조로 내야합니까? 그러면 사르박 과부의 기적이 제게도 일어날까요?

 

밴쿠버에서 사람들이 정말 얼마나 힘들게 벌어먹고 있는지 목사들이 이해하지 못합니다. 주로 돈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목사님들이 적지 않습니다. 큰 교회 목사님들은 한 달에 평균 만불 정도를 씁니다. 교회가 사택을 마련해주고, 활동비, 연구비, 차량유지비, 자녀교육비 등을 따로 지출해주고, 월급까지 따로주니, 담임목사에게 나가는 돈이 한 달에 줄잡아 만불 정도가 되는 것입니다. 어느 직장인보다도 풍족한 것이 밴쿠버 대형 교회 목사님들입니다. 작은 교회 목사님들도 형편은 저보다 낫습니다. 저는 임금 받은 것에서 세금을 떼는데, 목사님들은 세금을 교회에서 내주는 식으로 지출을 담당해줍니다. 상황이 이런데, 십일조를 제대로 내지 못하면 교회에 나가서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돈 있는 성도들은 복을 바라며 교회에 나가고, 돈만 보고 목회하시는 일부 목사님들 때문에 기독교가 힘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아래 그림은 시급이 $36불이고, 샵이 좀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작업효율이 110%를 넘겼을 때의 5월 중순의 2주간 임금입니다. 총 삼천육백불을 벌었는데, 실제로 손에 쥔 돈은 이천이백불입니다. 떼어도 너무 많이 떼어냅니다. 국가가 세금으로 엄청 뜯어내고, 회사에서는 보험 명목으로 엄청 뗍니다. 딜러가 자회사로 보험회사를 세워서 빈대의 간을 베어먹습니다. 그걸 떼지 말라고 하면, 아마도 회사를 나가라고 할 것입니다. 이게 민주주의의 법칙이고, 돈 가진 자들의 권력이고, 없는 자는 신노예제도 세상의 신노예들입니다. 누가 이런 상처 받은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나요? 인간이 인간을 위로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하늘만 바라보고 살 수 밖에 없는 세상입니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태양이 뿔났다

영혼을 움직이는 찬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