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조림

고등어 조림

그게, 수퍼 스토어였는데, 어디 수퍼 스토어였는지는 생각이 가물가물,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 그때 그날 저녁 느즉이 거기에 들려 저녁거리를 좀 사가지고 나오는데, 나이가 좀 든 백인 남자가 우리 카트에 든 무를 보면서 그걸 어떻게 해서 먹냐고 묻습니다.

‘무를 어떻게 요리해서 먹느냐고?’

그 질문을 받고 입에서 무슨 대답이 나오는 대신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동치미, 깍두기, 고등어 조림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걸 어떻게 쉽게 설명하지? 그런 생각을 혼자 순간적으로 심각하게 하고 있는데, 머리보다 입이 더 빠른(머리가 더 빠르니까 입이 그렇게 순발력 있게 움직이는 것일 테지만) 아내가 쉽게 대답을 해줍니다. “샐러드 해서 먹는다.”

그 대답에 백인이 금방 수긍하며 총총 수퍼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 사람이 무를 사갔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저는 못내 고등어 조림에 대해 알려주지 못한 아쉬움을 크게 가슴에 담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뭐 진드기 떼어내듯 무성의한 대답으로 상대를 날려버린 아내의 성의(?)가 좀 아닌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뭐 좌우지간 어쨌든 그럴 때는 제가 바보 쪼다 윤석열이 된 기분입니다. 역시 흙으로 만든 남자보다, 더 고급 재료인 뼈로 만든 여자가 뭔지 웬지 가끔씩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스쿼미쉬에 살 때 여름이면 , 토요타 딜러에서 일하고 퇴근하면 바로 낚시대 들고 강가로 나가 매일 핑크 연어 두 마리를 잡아오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핑크 연어는 딱히 결정적인 요리 방법이 없습니다. 치눅(chinook)은 구이로 제격이고, 코호(coho)는 회로 최고인데, 핑크는 기름이 엄청 많아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좀 난감합니다. 한번은 고등어 조림을 생각하고 조림을 해봤는데, 별로입니다. 연어 요리, 북미에서는 연어 요리를 고급 요리로 치지만, 어떻게 해서 먹어도 연어가 고등어보다 맛있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한국인들을 위하여 노르웨이가 고등어를 열심히 잡아주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노르웨이는 바다에서 오일을 캐서 부자가 되었고, 산업은 그렇게 발전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노르웨이 고등어잡이 배는 정말 대박입니다. 조그만 어선이 아니고 엄청 큰 배로 고등어를 잡고, 잡힌 고등어는 배 위에서 차차착 다듬어져 뼈까지 발라진 다음에 포장까지 끝내버립니다. 그것도 사람 손 하나도 대지 않고, 콘베어 벨트 위에서 전과정이 자동으로 처리됩니다. 어떻게 그런 장치를 개발했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노르웨이가 잡은 고등어, 캐나다 한인 마트에서도 괜찮은 가격으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그걸로 아내가 고등어 조림을 만들었습니다. 이 기가막힌 맛, 조림에 들어간 무가 맛있나, 고등어 뱃살이 맛있나? 정말 이 맛이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맛, 이 맛을 그 백인 아저씨에게 가르쳐주지 못한 것은 평생 내 기억 찌꺼기에 남은 끝내 풀지 못한, 못할 숙제. 

“니들은 이 맛을 모르고 인생을 무슨 재미로 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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