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어링 기어 교체

스티어링 기어 교체

지난 주에는 비싼 부품을 교체하는 작업을 몇 개 했습니다. 그 중에 트럭의 파워 스티어링 기어 모터를 교체하는 작업이 하나 있었습니다.

전기차가 나오기 전부터 먼저 전기화(?) 된 것들이 있는데 파워 스티어링도 그중 하나입니다. 스티어링(steering) 기어에 모터가 달리기 전, 파워 스티어링은 유압식이었습니다.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은 엔진에 파워 스티어링 펌프가 달려 벨트로 그걸 돌려 유압의 힘을 빌어 운전자가 핸들을 쉽게 돌릴 수 있도록 도와줬습니다. 그런 시스템이기 때문에 유압 펌프, 오일을 공급하는 리저버와 오일을 식혀주는 쿨러가 필요했고, 오일 파이프들이 엔진 주위를 돌았었는데, 이게 전기모터로 바뀌면서 아래 그림에 보이는 것처럼 모터만 하나 달리는 간단한 구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비 측면에서는 간단하지가 않게 되었습니다. 스티어링 기어에 모터가 달리면서 좁은 엔진룸 공간에서 이걸 교체하는 작업이 쉽지 않게 된 것입니다.

스티어링 기어가 앞쪽 타이어를 돌려주는 역할을 하다보니, 기어가 양쪽 너클 사이에 길게 놓여있기 때문에 이 길쭉한 기어를 빼내려고 하면 서스펜션 암에 걸려 순탄하게 빼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정비 매뉴얼에는 오른쪽 타이로드 인너 볼 조인트를 해체하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면 테크니션은 고민하게 됩니다. 매뉴얼 대로 할 것이냐? 좀 더 간단한 방법을 모색해 볼 것이냐?

스티어링 모터에 바짝 붙어있는 앞쪽 액슬 때문에 스티어링 모터를 빼낼 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크게 제약을 받습니다. 액슬을 붙잡고 있는 양쪽 브라켓을 분리하여 액슬을 물리고 공간을 확보하면, 스티어링 기어의 인너 볼조인트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번거로움보다 편할 것 같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대신 인너 볼조인트가 아니라 타이로드 앤드 하나는 분리를 해주어야 합니다. 뭐 그건 아주 간단한 겁니다. 그렇게 해서 간단하게(?) 스티어링 기어를 교체했습니다. 

스티어링 기어를 교체한 다음에 모터 내부에 있는 콘트롤러를 리프로그래밍해주고, 앵글센서를 런(learn)해주니 문제 코드와 경고 메시지가 사라지고 정상이 되었습니다.

나름 간단한 작업이라고는 했지만 신경은 꽤 쓰였던 작업입니다. 우선 부품이 엄청 비싸다 보니 이걸 교체하고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말 난감한 일입니다. 매뉴얼을 따라 진단한 대로 내린 결론을 가지고 작업에 착수한 것이긴 하지만 그런 우려를 전혀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입니다. 그런 작업이 잘 마쳐지니 이번에도 천사의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고 믿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

그리고 이 작업이 건강에도 참 좋습니다. 이게 사진에 보기에는 별 것 아니게 보이지만 모터 무게가 있어 꽤 무겁습니다. 이걸 어깨 위로 들어올려 좁은 공간 사이로 빼내고 우겨넣다보면 정말 한 땀 삐질 납니다. 한번에 잘 들어가지 않으면 무거워서 버틸 수가 없어 땅에 내려놓고 근육이 좀 회복될 때까지 숨좀 돌렸다가 다시 시도 해야 됩니다. 다행히 두번째 시도에 새 기어가 좁은 틈을 비집고 잘 들어가주어 운동을 더 심하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일 하면서 땀빼고, 일 마치고 사우나 가서 땀빼고, 여기가 천국입니다. 일이 재미있으니 정신이 붙어있는 날까지는 버티고 해야 할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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