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피자, 사우나

눈, 피자, 사우나

오늘, 이번 겨울 들어 타운에 첫눈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한시간 동안 함박눈이 퍼부었습니다. 작년 11월, 12월, 비만 오고 춥지도 않더만 오늘 1월 11일, 기온이 갑자기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더니, 기다리던 눈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산 위 스키장에는 눈이 많이 쌓였을 것 같습니다. 

이 눈이 오기 전까지는 겨울이어도 영하의 날씨가 아니었습니다. 한자리 수의 영상 기온이었습니다. 영상이어도 한자리 수 기온은 그래도 겨울이라고 느끼기에는 충분히 추운 기온입니다. 그런데 오늘 영하로 떨어지고 거기에 바람까지 부니 “우와 영하 30도, 40도면 죽겠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추위가 장난이 아닙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차 위로 눈이 엄청 쏟아지고, 와이퍼를 돌리지 않으면 차 앞유리창에 금방 두텁게 눈이 쌓입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피자를 찾아 집으로 향하지 않고 웨스트 밴쿠버 수영장으로 향했습니다. 일기예보에 앞으로 한시간 정도 눈이 온다고 하니 그곳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수영을 하면 차에 더 이상 눈이 쌓이지 않고 쌓여있던 눈도 녹아내릴 것입니다.

수영장으로 향하는 동안 피자를 한입 베어물었습니다. 기가막힌 맛입니다. 피자는 역시 피자헛입니다. 그만한 게 없습니다. 수영장 안 사우나에 들어가 느긋하게 앉아 땀을 빼니 너무 좋습니다. 땀 빼고 푸카푸카 수영까지 하니 여기가 바로 천국입니다.

캐나다와 미국 두 군데를 오가면서 살아보니 캐나다가 미국보다 좋은게 하나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크게 좋은 것입니다. 바로 수영장입니다. 캐나다는 동네마다 시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이 있는데, 미국에는 그게 없습니다. 캐나다는 어디 멀리 캠핑을 가도 그곳 수영장에서 사우나도 하고 수영도 할 수 있습니다. 캠핑장에도 더운 물이 나와 샤워를 할 수 있는데, 차 타고 조금만 나가면 어딜 가나 수영장이 있으니 미국에서 사우나 못 한 여행자들은 캐나다 캠핑 와서 때 빼고 광낼 수 있습니다. 

캐나다에 동네마다 시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이 있는 것은 캐나다의 의료체계와 관련이 있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공짜로 의료보험을 제공하다보니, 나이들어서 병원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걸 어떻게 좀 줄여볼 수 있는 대책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내놓은 것이 동네마다 수영장을 설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로 노인들이 수영장을 찾아가 사우나도 하고 운동도 하니까 병원을 찾는 빈도가 확 줄었다는 것입니다.

아침 이른 시간이나 일이 일찍 끝나 수영장을 찾으면 수영장 사우나나 핫텁에 둘러앉아 룰루랄라하는 노인네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다들 천국에 사는 노인네들입니다.

눈이 온 다음 날에는 문틈으로 흘러내린 물이 얼어 베란다로 나가는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헤어드라이기로 녹여 문을 여니 여전히 추위가 매섭고 산위에는 눈이 많이 쌓였습니다. 겨우내 눈이 많이 쌓여야 올 여름에 산불을 줄일 수 있습니다. 

눈은 하늘이 주는 선물, 피자는 음식, 인간이 아무리 잘난 것같아도 그 존엄성은 한입 먹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하루이틀만 먹지 못해도 인간의 존엄성은 땅에 떨어집니다. 음식, 그것 역시 하늘이 주는 은혜입니다. 사우나, 그건 인간 스스로 만든 최고의 호사입니다. 이 모든 것을 누리며 살 수 있으니 여기가 천국입니다.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그러나 감사한 마음이 마냥 편치 않은 것은 이 추위에 홈리스들은 어찌 견디고 있나 하는 마음이 생겨서입니다.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 (마25:40)

미국을 비롯한 소위 좀 산다고 하는 나라마다 망쪼가 보이는 것은 것은 분별없는 자유와 상업자본주의의 병폐가 만연한 것 때문입니다. 돈이 있으면 더 부자가 되고, 돈이 없으면 겨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에 바쁘니 빈부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돈 있는 사람들이 나눌 줄 모르고, 자기만을 위해 호의호식하는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지도계층까지 물질만능주의에 쩔어 있으니 희망을 가져볼 대상도, 기대해볼 인물도 없습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돈있는 사람들의 표를 의식하여 돈있는 사람쪽에 붙어 그들만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미래가 희망이 아니고 좌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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