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4백통
이력서 4백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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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사는 한국인 블로거가 만든 동영상의 내용이 흥미롭습니다. 흥미롭다기 보다는 처절하다는 표현이 더 맞는 말일 것 같습니다. 자동차 공장이나 조선소 같은 노가다 산업 시설, 공장 같은 곳에서 일하려면 두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엔지니어로 들어가든지, 기능직으로 들어가든지 해야 합니다. 엔지니어는 뽑는 수가 상대적으로 적으니, 남보다 뛰어난 옵션을 가져야 높은 경쟁을 뚫고 큰 회사에 입사를 할 수 있습니다. 남보다 유리한 옵션이라는 것이 공대의 경우, 해당 분야의 기사 1급 자격증을 가지거나, 박사학위를 소지하거나, 유명 대학의 우수한 성적표를 가지고 있거나 그런 것입니다. 기능직은 용접 기능사 자격증 같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 입사에 유리할 것입니다.
동영상의 내용 중에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졸업생이 이력서 4백통을 돌렸는데도 부르는 회사가 없다고 하는 대목이 캐나다에서 젊은이들의 취업 상황이 보통 심각한 게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은 아마도 토론토 쪽 동부 지역의 대학에서 공부를 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캐나다에서는 동부에 많은 제조업체가 있습니다. 미국과의 국경 너머에 디트로이트 같은 회사가 있어서 자동차 관련 산업도 많이 있습니다.
한국의 산업 부흥기에는 매년 취업 시즌마다 대기업에서 수백명씩 신입 사원을 채용해도 사람이 계속 더 필요하여 매년 수백명씩 모집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대학만 졸업하면 줄서서 그냥 대기업에 들어가는 시대였습니다. 저같은 바보도 그런 환경 덕분에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자동차 검사기사 1급 자격증을 가졌다는 죄목(?)으로 현대 그룹에 입사하여 그룹사 교육을 받은 다음에 현대 자동차 연구소로 일할 곳을 배정 받아 18년간 일에 취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캐나다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그 사람은 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일까요? 제가 일자리를 찾을 때는 한국은 선진국이 아니었습니다. 중진국으로 GDP 성장률이 매년 두 자릿수를 내는 산업부흥기를 겪었기 때문에 쉽사리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캐나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진국의 특징은 GDP 성장률이 두 자릿수가 될 수가 없습니다. 한 자릿수이고, 그것도 보통 5퍼센트 미만입니다. 선진국이 5퍼센트 성장률만 되도 엄청난 성장률입니다. 그런 상태에서는 모든 산업에서 일자리 수가 거의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에서도 필요할 때는 많은 수의 인원을 모집했다가 그 분야의 맨파워가 포화 상태가 되고 심지어는 해당 분야가 쇠퇴하고 다른 분야가 등장하면 필요없는 인원을 정리하면서 대량 해고가 나타납니다. AI 개발의 역사에서 그런 일들이 극명하게 나타났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는 빅테크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세상이니, 전기공학 같이 이미 포화상태인 하드웨어 산업 쪽의 맨파워 포화 상태는 새로운 인력을 받아들일만한 여유가 전혀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전기공학이나 기계공학 같은 공부를 하기 위하여 대학에 들어갈 필요는 없어진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산업이 포화 상태라고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은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새롭게 확장되는 사업이 있는 기업에서는 새로운 사람이 필요하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수는 옛날처럼 많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뽑힐 수 있는 조건, 즉 앞서 언급한 자격증이나 좋은 대학, 우수한 성적, 뭐 그런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럼 그렇게 우수한 1%에 들 수 없으면 기업에 입사할 기회는 전혀 없는 것인가? 제가 세상사를 다 알 수는 없는 일이고, 다른 한 가지 대안이 있다면, 사람을 뽑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필요 사항을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제가 이민 와서 기술을 배우기 위하여 BCIT에 들어가 공부하면서 보니, 캐나다에서도 유명한 좋은 대학인 UBC에서 공부한 학생이 UBC를 나와서 BCIT에 다시 들어와 공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가 그렇게 했던 이유는 관광 도시고, 큰 공장이나 산업이 거의 없는 밴쿠버에서 UBC를 졸업해봐야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하여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하기 위하여 BCIT에 들어와 공부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밴쿠버 자동차 정비 분야에서 일할 목적을 가지고 BCIT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한 것인데, 한국의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자동차 검사 기사 1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현대 자동차 연구소에서 18년간 엔지니어 일을 한 경력을 가지고도 캐나다에 적응하기 위하여 다시 공부를 시작했는데, 이력서 4백통 내었다는 그 친구는 경력 없이 전기공학만 공부한 경력을 가지고 취직하기가 결코 만만치 않았을 것입니다. 캐나다에 전기공학 분야에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이민온 이민자들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러면 그 친구는 정말 취업을 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없을까요? 솔직히 말해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친구의 사례를 보면서 캐나다에서 대학에 들어가 공부하려면 그 공부를 마치고나서 캐나다에서 취업이 가능한 분야가 있을까를 먼저 잘 찾아보는 일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전기공학 공부하면서 배우는 과목들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렇게 어렵게 공부하고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산림업이나 임업 쪽 공부를 하고 국립 공원 관리 쪽에서 일할 수 있다면 평생을 놀듯이 일하면 공무원으로 일하는 것이니 그런 쪽 길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전기공학은 인도같이 이제 산업이 마구 일어나려는 그런 나라에서 취업하기 좋은 종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BCIT에서 전기쪽 공부를 하여 취업을 할 수 있는 학과가 있습니다. 그걸 공부하는 교실에 들어가보면, 교실이 아니라 복잡한 배관과 장비들이 벽에 꽉 들어차 있는 공장 같습니다. 공장의 밸브같은 하드웨어를 전기 솔레노이드 같은 것으로 콘트롤 하고 그 컨트롤을 사람 손이 아니라 컴퓨터가 제어하도록 만든 시스템을 가지고 이론과 실습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즉, 요즘 첨단 산업 공장에서 기계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걸 제어하는 장비들을 만들고 수리하고 관리하는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거기에서 공부하면 공자에 취업하여 어리버리한 것이 아니라 바로 실무로 투입할 수 있으니 채용하는 쪽에서도 이쪽 공부를 한 학생을 대환영합니다. 그리고 캐나다 국가 자격증도 단계별로 구성되어 있어서 높은 단계의 자격증까지 모두 획득하면 임금도 획기적으로 올라갑니다. 대학의 명성만 보고 큰 대학교의 공학부에 들어갈 생각을 하는 것보다도 BCIT에서 그런 실무와 관련된 학과를 찾는 것이 공부한 후에 취직 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생각해봐야 될 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자연계열의 이런 학과가 아니라면 인문 사회 계열의 공부 중에 취업을 할 수 있는 공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회계는 장차 AI가 커버할 수 있는 일자리인가요? 아니면 사람의 손이 여전히 오랫동안 필요한 일일까요? BCIT에는 공학과 산업계 쪽의 일뿐만이 아니고 의료나 교육, IT쪽의 과목들도 있습니다. 현 사회가 요구하는 기능과 기술이 뭔가를 파악하여 실질적인 학과들이 개설이 되고 있기 때문에 BCIT 웹사이트에 들어가 꼼꼼히 들여다보며 해법을 찾아보는 것이 취업을 위한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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