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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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배터리 테스트, 이것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작업인데, 아따! 시간 아깝게 정말 많이 빼앗아 먹는 작업입니다. 배터리 테스터가 일하는 동안 정작 진짜 일해야 할 테크니션은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

GM딜러에서 쓰는 배터리 테스터는 고가의 장비입니다. 그런데 그 장비들을 쓰면서 느끼는 것은 정말 돈값 못하는 장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배터리 테스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입니다. 혼자 2시간을 테스트 하면서 테크니션은 정말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그 큰 테스트 장비를 배터리에 연결하고 정비할 차를 들어올리려면 배터리에 연결한 테스터의 선이 너무 짧아 이동식 선반 같은 것에 올려서 그 위에 놓아야 하고 그렇게 난리블루스를 치다가 장비를 넘어뜨려 망가뜨리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고,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나온 신상 버전은 그간의 불만 요소들을 전부 수합하여 일거에 개선한 물건인 듯 싶습니다. 개선된 내용들은 대충 이런 것들입니다.


  1. 아래 그림에 보이는 대로 배터리로 연결하는 선이 무척 길어져 배터리에 연결한 채로 정비할 자동차를 높이 들어올릴 수 있도록 선이 충분히 길어졌습니다.

  2. 배터리 포스트에 물리는 클립의 장력도 새어지고 잘 물릴 수 있도록 모양도 개선이 되어 배터리 연결선이 길게 늘어져 있어도 배터리 포스트에 연결한 것이 풀려나지 않고 꽉 잘 물고 있습니다.

  3. 테스트를 위한 데이터를 입력하기가 완전히 편해졌습니다. 무선 바코드 리더로 빈(VIN)을 찍으면 자동차와 배터리 정보가 자동으로 입력됩니다. 바로 이전 버전의 장비도 바코드 리더가 있었는데, 잘 작동하지 않아 포기하고 수동으로 입력했고, 바코드 리더가 작동할 때도 GM 자동차 밖에는 데이터를 읽어 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새 버전의 장비는 GM뿐만 아니라 북미에서 굴러다니는 자동차라면 메이커와 차종 가리지 않고 모든 차의 데이터를 읽어 들입니다. 이거 정말 편합니다.

  4. 수동으로 입력하는 경우에도 디스플레이에 컴퓨터 자판 모양이 나타나 빠르게 입력할 수 있습니다. 구형은 전화기의 전화번호 입력형태로 숫자 버튼 하나에 알파벳 3개가 할당되어 빈(VIN)을 입력하려면 버튼을 수없이 눌러대야 했는데, 그게 개선이 되었습니다.

  5. 이전의 장비는 바퀴가 두 개여서 장비를 옮길 때, 기울여서 끌고 다녀야 했는데, 새로운 장비는 바퀴가 4개입니다. 매우 안정적입니다.

  6. 배터리 테스트 장비에는 선이 3개가 있습니다. 배터리에 연결하는 굵은 선 2개, 110V 전원에 연결하는 파워 케이블 하나. 구형 장비는 이 선들을 수납하는 것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테크니션마다 제 방식대로 쓰고나서 아무데나 둘둘 말아 걸쳐 놓았는데, 새 장비는 선반이 넓직 하게 잘 꾸며져 있어 장비를 쓰고 나서 선들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장비에 거치하기가 쉽고 용이합니다. 이 점은 장비를 보호하는 측면도 있어서 아주 좋은 개선 포인트입니다.

  7. 그리고 가장 큰 변화이면서 가장 큰 개선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배터리 테스트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구형 장비는 배터리 불합격 판정이 너무나 많이 나왔는데, 새 장비는 그 반대입니다. 왠만하면 다 패스입니다. 빨리 테스트하고 합격률 높다. 이것은 딜러에게는 배터리 팔지 못해 손해일지 몰라도 테크니션 입장에서는 일하는 시간 단축하고, 레이버로 별로 돈 되지 않는 배터리 작업 피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입니다. 차 주인은 배터리 때문에 돈 쓰지 않아서 좋고. 그러다 얼마 후에 길 가다가 어디서 배터리 방전으로 자동차를 견인해야 되는 난감한 일이 발생했을 경우, 이 새로운 장비가 부실하게 패스 판정을 한 것과 인과관계가 있는 것인지는 입증하기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여담이지만 배터리 테스트 여부에 연연하지 말고 대충 4~5년에 한번씩 배터리는 교체해주는 것이 국룰입니다. 장비가 설계된대로 움직였을뿐인데, 장비가 내놓은 결과 가지고 왈가불가할 일도 아닙니다. 그리고 배터리 자체가 수명이 어느 정도되면 멀쩡한 것같다가도 어느 순간에 꼴까닥할 지 모를 일이기 때문에 패스 결과를 내놓은 장비를 탓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게 현재까지 인간이 개발한 과학기술 수준!


이 장비를 보면서 누가 만들었을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옛날 같으면 당근 메이드 인 미국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떻습니까? 디자인과 설계는 미국에서 하고 만든 것은 메이드 인 차이나입니다. 미국제이지만 미국제가 아닌 미국제, 그 문제 때문에 미국 무역이 적자가 되고, 미국 정부가 어마어마한 국채 빚더미 위에 위태스럽게 앉아있는 꼴이 되고 만 것입니다. 제조업이 무너진 미국.

메이드인 차이나보다도 메이드인 미국일 때가 더 좋지 않았나요? 메이드 인 미국 물건 하나 가지고 있으면 뿌듯한 추억이 있지 않나요? 새끼 손가락끝이 날카롭게 느껴져 그걸 트리밍 하려고 공구통을 열고 손톱깎이를 꺼냈습니다. 거기에 Trim이라는 단어가 박혀 있습니다. 


그 옛날 트림 손톱깎이가 단연 최고인 시절이 있었습니다. 조그만 손톱깍기이지만, 트림 손톱깎이로 손톱을 다듬고 있으면, 무려 명품을 가지고 노는 우아한 감정에 빠질 수도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손톱깎이는 위아래 날이 정확하게 맞지 않아 손톱이 뜯기듯 잘리는데 반해, 트림은 그런 일이 없이 손톱이 깔끔하게 잘리는 비교 불허의 품질을 자랑했습니다. 트림이라는 말이 뭔 말인지 모르고 그냥 트림했는데, 트림이 뭘 다듬는 다는 의미, 그리고 자동차의 내외장재도 트림이라고 하는 것을 돌이켜보면서 그 오래 세월을 그 트림이 그 트림인 줄 모르고 지난 것에 대해, 그 무식함에 소름이 돋습니다.

조그만 트림 손톱깎이, 안쪽을 보니, 역시 메이드 인 미국입니다. 이 조그만 손톱깎이, 로마 시대에도 손톱깎이가 있었지만, 그때는 청동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무려 스테인리스 스틸입니다. 스테인리스 스틸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금속, 반짝거려서 물러보일 수 있지만, 아닙니다. 무지하게 단단합니다. 쇠톱이 잘 먹히지 않습니다. 강철보다 훨씬 단단합니다. 요즘이 뭐 철기 시대니, 반도체 시대니, 정보 사회니 표현을 쓰지만, 저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주무르는 시대입니다. 요즘 주방기기 명품들은 그 기본이 스테인리스 스틸입니다. 이 단단한 쇠를 주무르는 인간의 기술이 정말 대단한 기술입니다. 그렇게 다루기 힘든 금속을 가지고 이리 조그만 손톱깎이를 섬세하게 만든 기술은 보통 기술이 아닙니다. 경이롭습니다. 이런 걸 만드는 기술의 메이드 인 미국의 제조업이 무너지다니,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미국에 좋은 브랜드가 많습니다. GM에서 만드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고급 오디오는 기본적으로 보스(Bose)입니다. 보스 음향기기는 스피커로, 헤드폰으로, 이어버드로 만들어져 아주 고가에 팔리고 있습니다. 특히 베이스가 미국애들이 좋아하는 한껏 붕붕거리는 소리를 풍성하게 내놓아 딱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제품입니다. 미국애들에게 인기있는 음향기기 브랜드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죄 만든 놈은 차이나이니 어쩌면 좋아, 그 와중에 트럼프는 관세 폭탄이라니, 자기 머리 위에 수류탄 까는 꼴입니다.


스테인리스가 처음 세상에 소개되었을 때는 아마도 금값보다 비쌌을 겁니다. 금은 노란 빛을 발하고, 다이아몬드는 투명한 빛을 발하고, 스테인리스는 백금보다 더 하얀빛을 반사시킵니다. 제가 놀러나가면서 끼고 나가는 병따개 반지도 스테인리스 스틸입니다. 푸틴과 트럼프가 일으킨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한 다음에 긴 빙하시대를 거치고 석기시대가 다시 시작이 되었을 때,  만약 제가 죽은 지역이 발굴되어 제가 끼고 있던 그 스테인리스 스틸 반지를 보고 후대의 인간들이 이런 말을 할 확률 백프로입니다. “여기 외계 문명이 불시착하여 살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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