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IT제품 한글화

첨단 IT제품 한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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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월요일 아침, 느긋합니다. 일하러 가지 않습니다. 공휴일입니다. 캐나다에만 있는 국경일, 캐나다 전체는 아니고 제가 사는 주에만 있는 공휴일입니다. 바로 BC데이입니다. 이 느긋한 아침을 음악으로 시작합니다. M-Audio 스피커와 Audio-Technica 헤드폰, 음악 초짜가 브랜드 네임 있는 메이커의 비싼싼 수준급 오디오 장비를 마련했습니다. 거기서 나오는 소리가 기가 막힙니다. M-Audio 스피커는 비슷한 크기의 모니터링 스피커 중에서는 가격이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합니다. Audio-Technica는 모니터링용 헤드폰으로 이름이 많이 알려진 헤드폰입니다. 이 헤드폰은 음악 작업시에 블루투스로 모니터링하면 레이턴시가 일어나기 때문에 와이어를 사용합니다. 선이 오디오 인터페이스로 연결됩니다. 일반 헤드폰보다 해상도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는데, 좋은 헤드폰을 사용 중이라면 엄청나게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할 듯 싶습니다. 해상도로 따지자면 헤드폰보다는 스피커가 훨씬 현장감이 있습니다.


각설하고 오늘 썰을 풀 대상은 음악은 아니고 첨단 IT 제품입니다. IT라고 하면 Information Technology인데 요즘은 전자제품이면 그냥 싸잡아서 IT제품이라고 하는 것이 통념이 되어 버린 것 아닌가 싶은 생각입니다. 오늘 언급할 타겟은 밥통입니다. 밥통이 IT제품이라고? 요즘은 밥도 정보를 가지고 짓는 것이니, 뭐 기를 쓰고 아니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요.

밥을 앉히고 밥을 지으라고 버튼을 눌러대니(터치 패드를 두드려대니), 이 밥통이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고 그렇게 딱지가 붙어있는데도 북미에서 팔렸다고 영어로 음성 안내가 나옵니다. 밥통이 말을? 이 정도면 밥통이라도 IT인 것 맞지요? 

국산(메이드인 코리아)인줄 알고 굳이 비싼 돈 내고 이 밥통을 산 한국 아줌마들이 느닷없이 영어가 튀어나오는 것을 보고는 기겁을 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배신감도 크게 느꼈을 수 있습니다. 재수없다고 느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니가 영어를 그렇게 잘 해?’라는 열등감까지 기계에 대해 좀 느끼면서 말입니다.  캐나다에 와서도 스마트폰 배경화면을 온통 한글로 도배를 하고 사는 한국 아줌마들이니 그럴 수 있습니다.

아내는 스마트폰 랭귀지를 영어 디폴트로 사용하고 있는데도 한국산 밥통에서 영어가 나오는 것에 대해 ‘오잉?’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래서 이게 한글 안내가 나오게 하는 세팅이 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 밥통 박스 안에 따라온 매뉴얼을 들춰 보았습니다. 북미로 수출된 제품의 매뉴얼이라 그런지, 영어로부터 시작하여 다른 나라 말이 먼저 나오고, 한글은 매뉴얼이 제일 뒤에 붙어 있습니다. 한국 아줌마가 이 매뉴얼을 보면 한국 사람이 한국 제품 샀는데, 차별 대우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 것 같습니다. 매뉴얼을 두 개로 만들어서 하나는 한글 전용 매뉴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해외로 수출된 밥통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이 밥통을 가장 많이 사는 인구가 외국 사람들이겠습니까? 외국에 나와 사는 한국 사람들이 이 밥통의 주고객이지 않을까 싶은데 말입니다.


더구나 매뉴얼에 한국말 안내로 바꾸는 세팅에 대한 내용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구글 AI(Gemini)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혹시나 하고 물어보았는데, 놀랍게도 정확하게 방법을 알려줍니다. 도대체 얘는 매뉴얼에도 없는 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밥통으로 가서 순서대로 터치 버튼(패드)에 손을 대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아무리 터치해도 감감 무소식, 내 손이 인간 손이 아닌가? 그러다 캔슬(Cancel) 부분을 터치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밥통이 밥을 웜(데우고)하고 있는 중인데 웜이 취소된다는 음성 안내가 영어로 나옵니다. 놀라서 다시 웜을 켰습니다. 그런데 혹시? 그걸 캔슬한 상태에서 AI가 얘기하는 프로세스를 시작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다시 캔슬을 터치하고, Time/Setting을 터치하니 그제야 AI가 알려준 대로 밥통이 반응을 시작합니다. Menu/Select를 터치하여 한글 안내를 선택한 다음, Warm를 다시 터치해주니, 그때부터 한글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언어 문제 때문에 이런 해프닝이 벌어졌고, 우리집은 그 문제를 해결했지만, 적지 않은 집들이 이 밥통을 처음 마주 대하고 이러저러한 해프닝을 겪으면서 멘붕에 빠지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터치 스크린(?)이 반응하지 않을 때라든지, 매뉴얼에 한글 안내가 맨 뒤에 있고, 언어 세팅 방법은 찾을 수가 없고 등등. 하루 써보니, 모든 것이 정상이고, 밥도 맛있게 기가막히게 잘하는 밥통인데, 이게 밥통이 아니고 먹통인줄 알고, 반품하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코스트코에 일반 밥솥은 보이지만, 쿠쿠의 압력밥솥은 보이지 않는데, 이걸 한국마트에 가지 않고 아마존에서 살 수 있는 것이 대박입니다.


써보니 정말 좋은 밥통입니다. 밥이 정말 맛있고, 잡곡밥도 미리 불렸다 밥을 할 필요없이 압력모드로 바로 밥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좋은 밥통이 아마존에서는 왜 “자주 반품되는 품목”(Frequently returned item)이란 딱지가 붙어있는 것일까요? 아마도 앞서 제가 언급한 그런 언어적이고, 사용자 직관적이지 않은 터치 패드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요? 밥통 산 아줌마들이 매뉴얼 꼼꼼히 읽어보면서 밥통을 사용하겠습니까? 냉장고, 전자레인지, 세탁기 그 어느 것이든 아줌마들은 매뉴얼 없이 그냥 직관적으로 꾹꾹 누르고, 드르륵 돌려가며 잘도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 밥통은 그런 프로세스에서 약간 벗어난 IT제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쿠쿠는 수출하는 밥통에 이런 점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고민을 좀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글 매뉴얼은 별도로 더 고급스럽게 만들고, 언어 변경과 처음 사용 시에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1장 짜리 퀵 매뉴얼도 한글로 만들어 한국 기업이 역시 한국 사람을 더 우대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면 아마존 같이 물건 많이 파는 곳에서 밥통이 빈번하게 반품되는 일은 많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쿠쿠의 한 괴짜 연구원은 이런 제안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매뉴얼 제일 앞장에 매뉴얼 읽기 싫으면 “남편에게 물어보세요?” 라는 문구를 크게 써 붙이자고. 그게 현실성 있는 이야기입니까? 밥 다 먹고난 밥그릇 안에 지저분하게 밥풀 많이 남기고, 잘 처먹고 설거지도 하지 않고, 자기만 후딱 처먹고는 컴퓨터 앞으로 휙가버리고 쓸데없는 지 일에 바쁜 놈들이 아내의 장비 매뉴얼 봐준다고? 바랄 걸 바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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