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페를 이용한 루프백 녹음
오인페를 이용한 루프백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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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이미 꽤 들었고, 장마 없고, 무더위 없고, 홍수 없고, 전쟁 없는 밴쿠버에 살다보니 지금까지 살아온 그 어느 날 보다도 시간이 많이 남습니다. 자 그렇다면, 일하고 나면 철철 넘치는 이 시간을 그냥 그렇게 구태의연하게 보낼 것이 아니라 뭐 더 재미있고 의미 있게 보낼 방법이 없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럼 뭘 해볼까? 해보고 싶었는데, 정작 본격적으로 제대로 한번 놀아보지 못한 것이 뭐가 있었지? 음악. 그게 쉽지는 않겠지만, 에베레스트 정복이나 남극 정복처럼 목숨 걸고 할 일은 아니고, 돈도 그닥 많이 들 것 같지 않으니 그걸 해보자 싶은 생각이 들었고, 2025년 7월 여름, 행동에 옮겼습니다.
자 그럼 뭘 해야 하나? 악기는 하나 다룰 줄 아는 게 있나? 국민학교(초등학교 이전에 그런 것이 있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음악 시험 때문에 계명으로 외웠던 노래 정도는 오른 손 하나로 칠 수 있는 정도, 피아노 코드는 C, F, G 메이저 코드 정도 아는 수준. 그 정도 실력 가지고 음악을? 그 정도 실력 가지고도 음악을 할 수 있는 게 요즘 환경이라니까.
그럼 그 실력 가지고 음악을 하려면 뭘 어떻게 하나씩 알아가야 할까? 도서관 가서 화성학 교과서 하나 빌려 가지고 화성학 공부부터 시작해볼까? 그러면 며칠 하다가 지겨워 그만둘지도 모르니까? 음악 이론 공부는 틈틈이 하기로 하고, 요즘 애들 장난감 처럼 재미있는 음악 도구가 하나 있다고 하니 일단 그거 하나 장만하면 요이땡, 대장정을 위한 첫 걸음을 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저지른 것이 아카이 MPK 미니 플러스라는 미디 키보드입니다.
아마존에서 미디 키보드를 보내왔고, 그걸 받아 보니, 전자 피아노 같이 전원 꼽고 키보드 두드리면 소리가 쉽게(?) 바로 나오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전자 피아노 같이 전원을 꼽는 것도 아닙니다. 노트북을 켜고 노트북에 USB 케이블로 연결하면 키보드 패드에 LED 불이 켜집니다. 컴퓨터에 연결하고 USB 케이블을 통하여 전기가 들어오는 것 같은데도 키보드를 두드리면 그래도 아무 소리도 나지 않습니다. 이 미디 키보드에는 내장된 스피커도 없습니다.
미디 키보드를 두드려서 소리가 나게 하려면 노트북에 DAW라는 음악 만들기 소프트웨어를 깔고 그걸 다뤄야 합니다. DAW를 잘 다룰 줄 알아야 키보드로 연주를 할 수 있습니다. DAW를 이용하여 가상 악기들을 만들어질 음악 프로그램의 트랙에 로딩하고, 미디 키보드와 드럼 패드로 내고 싶은 음원과 플러그인들을 배정해주면 그제야 키보드를 두드릴 때 각종 신기한 소리들이 나옵니다. 아기가 뒤집고 기다가 첫 걸음을 시도하는 것처럼, 키보드에서 처음 소리가 나오게 만들고, 만든 것을 저장하고, 재생해보는 것까지 가는 것도 우여곡절을 겪어야 합니다. 물론 잘 하는 사람에게 교습을 받으면 한 시간만에도 그게 되겠지만 혼자 맨 땅에 헤딩하다보니 간단한 것도 도대체 쉽게 되는 것이 없습니다.
좀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키보드를 두드릴 때, 소리는 어디서 나느냐? 그 좋은 소리를 빈약한 컴퓨터 스피커로 들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멋진 모니터링 스피커로 소리가 나오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미디 키보드는 USB 케이블로 노트북에 연결이 되었고, 스피커는 컴퓨터에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연결합니다.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쉽게 이야기하여 외장형 사운드카드라고 이해해도 됩니다. 제대로 된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스피커를 연결해야 멋진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스피커를 연결시킨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역시 USB 케이블로 노트북에 연결됩니다. 즉, DAW를 기반으로 미디 키보드로 음악을 생성한 다음에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통하여 스피커로 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왕초보 컴맹 음치가 컴퓨터 음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지만 요즘 환경이 독학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 많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일단 구입한 장비에 따라온 매뉴얼이 있고, 다음에는 유튜브 영상들이 있습니다. 특히 꽤 인지도 높고 유명한 물건을 구입해서 그런지 악기와 DAW에 관련된 유튜브 영상들이 많아 크게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정말 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AI입니다. 구글 Gemini가 정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무식한 질문을 해도 개떡(?)인지 쑥떡인지 개떡같이 잘 알아듣고 상세하게 잘 답해줍니다. 그 질의응답서를 가지고 책을 하나 만들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미디 키보드를 구하여 음악을 하려면 중고등학교 때, 국어, 영어, 수학등 여러 과목들 공부를 동시에 진행했던 것처럼 이 음악도 여러 가지를 병행해서 동시에 습득해가야 합니다. 그 과목은 이렇습니다. 이미 언급한 바 대로, 키보드 그 자체 사용법을 터득해야 하고, 동시에 DAW를 마스터 해야 합니다. 동시에 음악 이론 공부도 병행을 해야 합니다. 하모니(Harmony), 화성학 기초 이론에 대한 책도 틈틈이 재미 삼아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유튜브를 보면서 재미있는 리듬이나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손놀림들을 따라해보는 게 있습니다. 좌우지간 그렇게 여러 과목(?)을 동시에 병행하여 진행하면서 발전을 위한 기술적인 짜깁기를 해줘야 합니다.
이런 과정 중에 귀에 들어온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루프백(loop back)이라는 말입니다. 이게 어떤 상황에 필요한 것이냐 하면, 노래방 같은 상황입니다. 음치라도 노래가 되던 되지 않던 좋아하는 노래가 하나 있어 그 음악이 나오면 한번 마이크 잡고 따라불러 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그런 상황입니다. 유튜브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걸 따라 한번 불러보고 싶은.
그럼 뭐 유튜브 음악 크게 틀어놓고 그냥 부르면 되잖아? 그렇죠. 그런 건데, 그 상황을 녹음하여 음질 좋은 파일로 만들어 재생해서 들어보고 싶다. 이럴 경우, 유튜브 틀어놓고 마구 따라 부르면서 스마트폰에다 녹음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녹음한 것을 재생해보면 스마트폰으로 녹음한 음질이 유튜브에서 나오던 음악의 음질에 비하여 많이 떨어집니다.
그에 반해 루프백이란 것은 유튜브에서 나오는 소리를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컴퓨터로 다시 입력을 시키는 것입니다. 동시에 마이크에서 나오는 소리도 같이 입력시켜 유튜브에서 나오던 사운드 품질과 똑같은 수준으로 저장해줍니다. 그렇게 유튜브 음악과 마이크에 대고 따라 부른 보컬이 하나의 파일이 되어 노트북에 저장이 되었으니, 내가 노래를 잘 부르고 못 부르고는 별개의 문제고 어찌 되었든 유튜브 음악이 데이터나 음질 손실없이 마이크로 부른 보컬과 합쳐져 녹음이 되는 것입니다. 즉, 컴퓨터에서 출력되는 사운드를 그대로 다시 컴퓨터에 입력시키는 그런 기능이 루프백 기능입니다.
제가 장만한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Focusrite의 Scarlett 2i2입니다. 그런데 루프백 기능이란 것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알아보니, 루프백 기능이 4i4부터 지원이 된다는 것입니다. “망했다! 좀 잘 알아보고 살 껄. 반품할까?” 그런 고민을 순간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4세대 제품부터는 전 기종에 모두, 솔로와 2i2 모델까지 루프백 기능을 넣었다고 합니다. 아마존에서 3세대 제품과 4세대 제품을 모두 취급하고 있는데, 4세대 제품을 선택한 게 신의 한 수였습니다.
그 루프백 기능을 활용하여 유튜브 음악을 틀고, 노래를 한 번 따라 불러 보았습니다. 정말로 루프백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여 유튜브 음악과 보컬이 같이 잘 녹음이 되었습니다. 이걸 하려면 몇 가지 세팅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아래 그림에서 루프백 기능을 위한 녹음 시에 필요한 장비 구성이 보입니다. 먼저 노트북이 필요하고,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마이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헤드폰도 하나 필요합니다. 자기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녹음할 때는 혼자 헤드폰 쓰고 작업하면 되지만, 만약 두 사람이 작업하면서 한 사람은 연주나 노래에 집중하고 한 사람이 옆에서 거들면서 장비 조작을 해줄 경우, 두 사람이 모두 헤드폰을 쓰고 동시에 모니터링을 해야 합니다. 그럴 경우, 두 개의 헤드폰을 연결할 수 있는 스플리터가 필요합니다. 그림에 보이는 것은 음악 장비로 유명한 Mackie의 앰프겸 스플리트 제품입니다. 4개의 헤드폰을 동시에 연결하고 각각의 채널에 앰프 게인(gain) 조절 노브가 달려있기 때문에 각각의 헤드폰에서 음질 저하없이 고르게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음악 수준으로 보아 걸음마는 커녕, 아직 제대로 뒤집지도 못하는 주제에 기저귀는 대단한 브랜드 제품들을 장만했습니다. 미디 키보드는 아카이,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포커스라이트, 마이크는 Shure SM58. 두둥!
그리고 헤드폰 앰프/스플리터까지 그것도 브랜드 있는 것으로, Mackie 제품의 로고는 힙한 폼의 사람 모양입니다. Mackie의 스피커를 가지지 못한 아쉬움을 이 물건으로 대신 채웠습니다. 사실 가격 따지지 말고 맘대로 갖고 싶은 스피커 하나 골라보라고 하면 Mackie 것도 아니고 아담입니다. 아담, 독일 브랜드입니다. 독일, 차는 똥차 밖에 못 만들지만, 오디오와 카메라 제품은 좋은 것이 가끔 있습니다.
루프백을 이용하여 컴퓨터의 음악과 마이크로 입력되는 보컬을 녹음하는 기능으로 잘 알려진 컴퓨터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OBS Studio라는 것입니다. 아래 화면에 보이는 것입니다.
OBS Studio에서 입출력 장치를 오디오 인터페이스로 지정해주고 녹음된 파일이 저정될 디렉토리를 설정해주어야 합니다. 오디오 트랙은 하나로 지정하고 인코더 지정하는 쪽은 손대지 않았습니다. 컴퓨터에 있는 것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모양입니다.
루프백 기능은 오디오 인터페이스에서 내부적으로 처리됩니다. 오디오 인터페이스 컨트롤 앱을 열고, “Send Direct Monitor mIx to Loopback”을 활성화시켜 주어야 합니다. 한번의 클릭으로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루프백 모드로 전환할 수 있으니 대박입니다.
아! 오인페? 한국 사람들이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오인페”라고 줄여 말합니다. 그게 멋인가? 난, 개인적으로 줄임말 반댈세! 그렇게 줄이고 싶으면 이름도 줄이시지? 그냥, 개, 소, 똥, 어떠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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