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가무(飮酒歌舞)의 시대 - 웨스트 밴쿠버 홈 스튜디오
음주가무(飮酒歌舞)의 시대 - 웨스트 밴쿠버 홈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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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6 북미 월드컵이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주장인 로드리(Rodri)는 2024 UEFA에서 MVP로 선정된데 이어 2026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받아, 지네딘 지단에 이어 두 대회에서 모두 최고의 선수가 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세인들이 골케터 스트라이커에 주목하는 동안 미들필더를 장악하는 선수를 보유한 팀이 우승한다는 상식을 다시 보여 주었습니다. 한국팀도 손흥민이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가 있고, 김민재라는 걸출한 수비수가 있지만, 중원을 호령하는 세계적인 선수가 없는 것이 한국팀이 안고 있는 숙제이기도 합니다.
한국 축구는 이번 월드컵에 죽을 쑤었지만 한국의 위상이 많이 올라간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시작과 마지막에 나타난 한국의 가무팀들입니다. 심지어는 결승전에서 월드컵을 들고 나타난 두 명 중의 한 명이 한국 사람이기까지 합니다. 한국의 가무가 세계 시장에 먹히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가무하면 웬지 반탱이고, 완전한 모습이 되려면 먹고마시는 것이 붙어 음주가무가 되어야 합니다. 술을 전혀 좋아하지 않고, 음악에 대해서는 음치무치한 제가 인생 내리막길에 음주가무의 신세계를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음악을 할 생각을 한 계기가 된 것은 새 노트북을 구입한 것입니다. 우선 그걸로 글쓰기를 하고 유튜브로 음악을 듣다가 생각한 것이 감히 음악이나 해볼까? 사람이 불알 달고 태어났으면, 학교종이 땡땡이라도 한번 쳐볼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경천동지할만한 어림 한푼없는 생각을 했고, 미친 놈처럼 그걸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집안에 앉아 혼자서 음악을 하려면 뭐가 필요한가 조사하고 아이디어를 정리한 끝에 마련한 것이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미디 키보드입니다.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미디 키보드를 노트북에 연결하고, 오디오 인터페이스에는 모니터 스피커와 모니터 헤드폰을 연결했습니다. 그리고 노트북에는 DAW를 깔고 미디 키보드로 징글벨을 연주하니,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로 징글벨 소리가 뿜어져 나옵니다. DAW를 통하여 세상의 온갖 가상악기들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키보드만 가지고도 재미있게 놀 수 있습니다. 거기에서 한 발 더 나가 기타나 우쿨렐레 치면서 노래하는 것을 투트랙 사운드로 녹음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마이크입니다. 그리고 지름신이 강림하사 일렉트릭 기타까지 진도가 나갔고, 기타 치면서 톤전환을 쉽게 하기 위하여 에어스텝같은 것도 끼워넣었습니다. 키보드 연주나 기타 실력은 젖빠는 수준인데도 인프라 구축만 먼저 거대하게 깔아놓았습니다. 얼마남지 않은 인생이지만, 평생 가지고 놀 장난감을 잘 마련했습니다. 아내는 우쿨렐레와 클래식 기타, 저는 일렉 기타와 키보드를 가지고 노닥 거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술, 술 마시는 것 싫어서, 회식하는 거 싫어 한국을 탈출하여 캐나다로 도망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웬 술소리? 밴쿠버에 와서 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술이 좋아진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술을 많이 마시게 된 것도 아닙니다. 아직도 주량은 음식점에 가서 맥주 한 컵 시키면 둘이 그 한 잔을 다 비우지 못하고, 조금 남길 정도로 많이 마시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밥 먹고 운전하고 돌아와야 하는 점도 있지만, 술을 음식과 어울려 마시고, 음식의 느끼함을 없애주는 그야말로 음식과 겸한 음료수 정도로 대하는 것이지, 술이 사람을 마실 기회는 전혀 주지 않는 그런 라이프 스타일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술에 대한 재미를 더해준 것은 비시 리쿼스토어(BC Liquor Stores)입니다. 캐나다는 미국과 달리 일반 마트에서 술을 팔지 않습니다. 미국은 월마트나 코스코에 가면 술이 있는데 캐나다에는 없습니다. 캐나다에서 술을 사려면 기본적으로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비씨 리쿼 스토어에 가야 합니다. 그런 환경적 특성 때문인지 한국처럼 술에 취해 거리를 비틀거리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습니다.
그럼 술 사러 들어가는 캐나다 리쿼 스토어의 분위기는? 술집처럼 설레고 떨리는 분위기일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거기 들어가면 그냥 술만 사고 얌전히 나와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미성년자는 들어가지 못하게 경비원이 지키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미국처럼 좀도둑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조용하고 분위기 좋습니다. 그리고 세계 각국의 온갖 종류의 알록달록한 술병들이 진열된 공간은 여늬 화랑보다 더 화려하고 휘황찬란한 전시공간입니다. 술병들이 각양각색의 빛으로 반짝거리는 것은 마치 일년내내 크리스마스 트리같은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그 술병들 구경하고 가격표보는 재미가 밴쿠버 리쿼 스토어를 구경하는 재미입니다. 그렇게 실컷 데이트 장소로 활용하고, 나올 때는 캐나다에서 만든 저렴한 십불대 레드와인이나 화이트와인 한병 사들고 나오면서 인생 최고의 사치를 즐깁니다.
그리고 시즌마다 비씨 리쿼 스토어가 내놓는 잡지는 또 술에 대한 상식을 넓혀주는 조그만 팁이 됩니다. 이번에 나온 잡지를 넘기다보니 데킬라에 검은 맥주를 섞은 칵테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웬지 아는 맛일 것 같은.
20불대 브랜디도 보입니다. 소주 좋아하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브랜디는 포도주를 증류한 위스키라고 보면 됩니다.
사과를 이용하여 증류한 것을 칼바도스라고 하고,
체리를 이용하여 증류한 술을 키르쉬라고 합니다.
비씨 리쿼 스토어에 틈틈이 들리면 괜찮은 사은품을 끼워팔기하는 것도 있어서 꽤 실용적이고 재미있는 물건을 득템할 기회도 있습니다. 비씨 리쿼 스토어에 등장하는 술을 모두 알아가는데만도 평생 걸릴지 모를 읿니다. 인류의 긴 역사와 함께 한 것이 술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가나의 혼인식에서 만드신 포도주를 맛보는 날까지 세계적인 한국인의 음주가무 문화는 길이길이.
1세기 팔레스타인의 와인은 지금과 같은 오크통이 아니라 성경에 나온 것처럼 항아리(암포라)에 담아 숙성시켰습니다. 산화를 막고 풍미를 더하기 위해 대추 야자 즙, 꿀, 심지어는 송진, 그밖의 향신료를 첨가했습니다. 알콜 도수는 지금보다는 높지 않은 알콜성 음료로 볼 수 있고, 평소에는 물에 섞어 마셨습니다. 뭐 현재의 와인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은 아니고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미흡한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주신 성의와 시간 내어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밴쿠버의 시원한 바람처럼 기분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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