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데이, 귀신에 홀린 사람들 - 웨스트 밴쿠버
귀신데이, 귀신에 홀린 사람들 - 웨스트 밴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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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에 조그만 초콜릿들이 놓여 있어 이게 뭐냐고 했더니, 아파트 관리 사무실 앞에 놓여 있어서 몇 개 집어왔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고보니 요즘 동네 집들 앞마당에 온통 거미줄이 쳐져 있고, 해골들이 매달려 있고 그렇습니다.
귀신데이, 시월의 마지막 날, 오늘이 할로윈데이입니다. 세상에 별 일이 많고, 윤석열이 같은 바보가 있고, 트럼프 같은 사이코패스 같은 놈들이 있고, 그런 놈들을 따르고 지지하는 또 또라이들이 있는 세상이지만, 그런 세상에 살고 있으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귀신데이를 만들어 놓고 쵸콜릿과 사탕을 나눠주는 해프닝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고, 적응이 되지 않고, 이 깡통 머리로도 도대체 납득이 되지 않는 일입니다. 전통이라고 할 수도 없고, 문화라고 인정할 수도 없는 이 이상한 짓을 사람들은 왜 하고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오래 전에 미국 여행을 하면서 어떤 대형 마트에 들렸을 때, 어떤 또라이가 해골 그림이 그려져 있는 티셔츠를 입고 어슬렁거리며 쇼핑을 하고 있는데 한 백인 아줌마가 그 티셔츠 그림에 홀린듯 쳐다보더니 그 셔츠를 입은 놈에게 그 셔츠 너무 마음에 든다고 진심 어린 톤으로 내뱉는 소리를 듣고는 정말 혼절할뻔한 기억이 있습니다. 아니 나이든 아줌마가 해골이 뭐가 좋아서 그러는지 정말 놀라 까무러칠 일입니다. 어릴 때 그걸 보면서 쵸콜릿 받아먹던 추억이 너무 달콤하고 아련해서 해골이 죽은 자의 귀신 같은 이미지가 아니라 어린 시절 추억을 담은 강아지 인형같은 액세서리로 느껴지기 때문일까요? 그러면 그건 거의 문화이긴 한 것 같은데요? 그래도 저는 귀신데이라고 사람들이 하고 있는 짓들을 보면 진절머리가 납니다.
오후에 패스포트용 사진을 찍으러 런던드러그에 갔더니, 할로윈 귀신 분장을 한껏 하고는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이 보입니다. 졌다!
올해 2026년의 귀신데이는 토요일입니다. 엊그제 연 이삼일 동안 흐리고 비가 오고 기온이 8도 정도로 떨어지면서 밴쿠버의 겨울이 제대로 온 것 같더만, 귀신데이 아침은 햇살이 좋고 화창합니다. 바로 그 순간, 침실의 유리창에 ‘쿵’ 소리가 납니다. 보니, 유리창에 새 깃털이 묻어 있습니다. 화창한 날씨에 햇볕이 쨍하니 남쪽을 향한 유리창에 파란 하늘이 펼쳐져 보이고 그게 하늘인줄 알고 새가 날아가려다 유리창에 꽝한 모양입니다. 밑으로 이층 베란다에 떨어져 헤롱헤롱하고 있는지, 정신 차리고 날아갔는지, 어디 있는지 보이진 않습니다. 세상에 유리가 생긴 이후로 얼마나 많은 새들이 충돌사 했을까요?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 이상 되지 않을까요?
유리창에 묻은 새털을 보다가 옆집 바브라 집 발코니의 화분이 보입니다. 가을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예쁜 화분입니다.
혼자 사는 옆집 백인 할머니 바브라의 문앞 장식이 귀신데이 분위기에 맞춰 바뀌었습니다. 바브라도 귀신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초콜릿만 갖다 놓았습니다. 이 아파트는 전자 팝업 스위치가 없으면 아파트 입구를 통과할 수도 없는, 동네 아이들이 들어올 수 있는 곳도 아닌데, 누가 가져가라고 그렇게 초콜릿을 준비했는지 모를 일입니다. 할머니들끼리 나눠 먹으라고 그런 건가요? 그게 이웃 간의 정이라면 그게 귀신데이의 문화인 셈인가요?
아내는 새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집 입구부터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잘 활용하여 집안을 예쁘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그냥 정리만 하는 정도가 장식이 되고 있습니다. 이십여년 전 밴쿠버에 도착하자마자 제가 집안에서 대공사를 시작했었습니다. 홈디파에 들려 1피트 폭의 나무판을 1피트폭으로 잘라 네모 상자를 수십 개 만든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수백 권의 책을 꽂을 책장을 만든 것입니다. 캐나다에 와서 BCIT에 입학하여 정비공부할 때 생긴 책도 수십권인데 지금은 모두 없어지고, 책장으로 쓰이던 나무 박스가 대신 장식장과 신발장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책장으로 쓰이던 나무박스가 이제는 신발장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죽을 날 받아놓고 사는(그게 언제인지 알고 사는 인생이 없긴 해도) 인생은 어차피 조잘조잘 소꿉놀이입니다. 도자기로 만들어진 놈이 꽃병으로 쓰일지, 요강으로 쓰일지, 그건 쓰는 사람 마음입니다. 책은 읽고 머리 속에 넣으면 되지, 더 읽지도 않을 책 끌고 다니면 뭐하나 싶어 이사할 때마다 버렸더니 지금은 한국에서 가지고 온 책들은 거의 남은 것이 없습니다. 그래도 아쉬운 것 하나 없는 것은 인생에 대한 자포자기인가요? 득도인가요?
잘 만들었던 나무 박스가 좀 흔들거려 왜 그런가 싶어 보니 조립하면서 박았던 조그만 못들이 녹슬어 잡아주는 힘이 약하고 헐거워져 있습니다. 홈디포에서 조그만 통의 아교를 사서 나무틈에 바르고 다시 붙였더니 단단해졌습니다. 시간나는대로 하나둘씩 보완 공사를 할 참입니다. 책들은 죄다 버리고 껍데기 나무 박스 붙들고 씨름하는 것은 또 뭔 또라이 짓인가 싶기도 하고. 사실 요즘은 책을 이북으로 얼마든지 읽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도서관에서 제공하는 이북도 이젠 볼만한 것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없어진 종이책은 수백권이지만, 인터넷으로 읽어볼 수 있는 책은 무한정입니다.
화창한 날, 새 집, 새 티비를 즐기는 시간보다 햇볕을, 아직 즐길만하기에 충분한 지구 환경을 즐기는 것이 더 좋은 일입니다. 밖으로 나가는 것이, 자연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떨 때는 골방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교회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주님과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아파트 주변에는 화단과 뜰 공간이 많고 모통이 돌아서는 곳곳에 화분이 놓여 있어 참 예쁜 아파트 단지입니다. 한 화분에 정말 앙징스럽게 예쁜 곳이 피어있습니다. 뒷산에 연일 눈이 내리고 눈을 훑은 찬 공기가 타운으로 스물스물 내려와 타운 기온이 많이 차가워지는데도 아직 이런 꽃이 보이는 것은 신기한 일입니다. 꽃 모양 그대로 꽃 이름을 잘 지었습니다.
“Hot Lips Sage.”
립스틱 바른 입술 모양인데, 잎을 만지면 상큼달콤한 체리향을 뿜어냅니다. 더울 때는 빨간색이든, 흰색이든 단색을 띠다가 추워지면 흰색과 붉은 색 투톤으로 바뀌는 신기한 놈입니다.
빨간 색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참 예쁜 색으로 보이기도 하고, 혐오스런 색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거 사람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개인의 운명이 바뀌기도 하고, 국가의 미래가 결정되기도 합니다.
[롬8:5-6]
5 육신을 따르는 자는 육신의 일을, 영을 따르는 자는 영의 일을 생각하나니
6 육신의 생각은 사망이요 영의 생각은 생명과 평안이니라
[Ro 8:5-6, NIV]
5 Those who live according to the flesh have their minds set on what the flesh desires; but those who live in accordance with the Spirit have their minds set on what the Spirit desires.
6 The mind governed by the flesh is death, but the mind governed by the Spirit is life and peace.
❤️감사합니다❤️
미흡한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주신 성의와 시간 내어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밴쿠버의 시원한 바람처럼 기분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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