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잘나가 - 밴쿠버 딜러샵 정비 이야기

내가 제일 잘나가 - 밴쿠버 딜러샵 정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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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 밴쿠버에 밴쿠버가 있습니다. 그 밴쿠버는 UBC가 있는 밴쿠버 시티입니다. 그리고 동쪽으로 버나비, 코퀴틀람이 있고, 더 동쪽으로는 깡촌(?)인 랭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남쪽 아래쪽으로는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화이트락과 써리가 있습니다. 그다지 고급진 동네는 아닙니다. 밴쿠버에서 가장 고급진 동네는 밴쿠버의 북쪽 버라드 인렛(inlet) 건너편에 있는 노스밴쿠버와 웨스트밴쿠버입니다. 이 두 동네를 합쳐 노스쇼어라고 합니다. 이 두 동네를 커버하는 자동차 딜러샵이 모여있는 곳이 노스쇼어 오토몰입니다.


이곳 지엠 딜러에 스무명 정도의 테크니션이 일을 하고 있는데, 가끔 한번씩 군기 잡는 시간이 있습니다. 작업장 한 켠에 있는 칠판에 어느 날 점심 시간 미팅이 있다고 공지가 뜨면 그 날이 군기잡는 시간입니다.


군기 잡는 시간인데도 철부지 테크니션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공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점심이라야 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파나고 피자를 잔뜩 먹을 수 있는 날입니다. 음료수와 함께 피자를 먹을 수 있는 게 그리 좋은 모양입니다.


피자를 먹이고는 매니저들이 잔소리 타임을 가집니다. 그 잔소리의 내용이 뭐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그냥 하지 않아도 될 늘상 똑같이 하는 소리들입니다. 그래서 뭔 소리 나올지 테크니션들이 뻔히 알고 있으니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고, 그냥 거의 뭐 친목 도모 시간이 아닌가 싶은 그런 시간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딜러 주인집 아들인 왕매니저가 의외의 소리를 한마디 했습니다. 자기 딜러에서 일하는 테크니션들이 최고의 테크니션들이고 수고에 너무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가 최고라고?”


자격지심인지, 그게 진심으로 하는 소리라고 액면 그대로 믿으면 너무 순진한 것이고,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하는 소리로 일단 받아들였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고, 다시 일로 돌아와 작업을 하는데, 번호판이 달리지 않은 씨에라(Sierra) 트럭을 받았습니다. ‘뭐지?’ 워크 스테이션 화면을 들여다보니, 개인 차가 아니고, 포드 딜러에서 보낸 트럭입니다. 중고차이기는 하지만 2026년형 최신 고급진 사양의 트럭입니다. 서스펜션 수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계기판에 들어와서 지엠 딜러로 고쳐달라고 의뢰를 한 것입니다.


코드를 찍어보니, SUSPENSION CONTROL MODULE에 C103E 64 코드가 떠있습니다. RIGHT FRONT SUSPENSION POSITION SENSOR SIGNAL-NOT PLAUSIBLE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짠밥이 있는 테크니션이라면 단번에 오른쪽 앞쪽 레블링(leveling) 센서에 문제가 있나보다 단번에 촉이 올 수 있습니다.


차를 올리고 앞쪽 오른쪽 바퀴 안 서스펜션을 올려다보니 아니나다를까 어이없게 너무나 쉽게 문제가 눈에 띄어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입니다. 레벨 센서가 어퍼암쪽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덜렁거리며 매달려 있습니다. 다행이 어디에 부딪쳐 부러지거나 망가져 있지 않았습니다.



센서 링크를 어퍼암쪽에 고정을 시키고 코드를 지워주니 문제가 간단히 해결이 되었습니다.



딜러의 테크니션들은 자기 메이커 차종만 정비하길 원하고 다른 메이커 차량 정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일단 타메이커는 정비 매뉴얼부터 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일반 정비업소는 메이커나 차종 구분없이 감히 모든 차를 정비하려고 덤벼(?) 듭니다. 예전에는 그런 시도가 가능했을지 모르는데, 지금처럼 자동차에 조그만 모듈 모양의 컴퓨터가 백 개까지 들어가는 시대에는 메이커의 전문적인 지원없이는 새로운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습니다. 메이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딜러에서도 테크니션들이 정비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상황인데, 메이커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일반 정비샵에서는 정비할 수 있는 범위가 상당히 축소될 수 밖에 없습니다. 즉 마이다스 같은 일반 정비업소에서는 브레이크나 타이어같은 단순한 작업 쪽에 비중을 둘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실력있는 정비업소나 베테랑 테크니션들은 전장이나 전기 문제도 겁내지 않고 달려들어 해결합니다. 요즘 애프터마켓 진단 장비들이 좋은 것이 가성비 좋게 잘 나오기 때문입니다.


중고차 인스팩션을 거의 도맡아 하고 있는 저의 경우도 지엠차 외의 다양한 메이커의 다양한 차종들을 인스팩션 하면서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치고, 해당 딜러 전용 장비와 인포메이션이 필요한 경우만 딜러로 보내는 것을 결정합니다. 


이번 서스펜션 레블링 센서 건도 상식있는 테크니션에게 맡긴 정도로 간단히 찾을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특히 지엠차는 범용 스캐너로 코드를 쉽게 읽을 수 있는 정비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코드만 보고, 그 코드를 따라 오른쪽 앞쪽 서스펜션만 한번 잘 훑어보았어도 굳이 쪽팔리게 포드 딜러가 지엠 딜러로 수리 의뢰를 보낼 필요가 없었을 일입니다.


이 일 때문에 피자 먹으면서 들은 매니저의 “우리 테크니션이 최고다.”라는 말이 그냥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정말인가?”라는 착각에 빠지게 만듭니다. 그렇게 착각하고 산들 뭔 문제가 있겠는가? 사실 자뻑이 사는 맛 아닌가?







❤️감사합니다❤️

미흡한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주신 성의와 시간 내어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밴쿠버의 시원한 바람처럼 기분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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