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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음(倍音)을 통해서 보는 사운드와 노이즈의 세계 - 기타 소리가 풍성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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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음(倍音)을 통해서 보는 사운드와 노이즈의 세계 - 기타 소리가 풍성한 이유
*This blog post was written in Korean. To view it in English, you can use a translation app or select your web browser's translation option to view it in English.
1990년대말, 현대자동차의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때 현대 자동차 연구소 내에서 연구활동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분야가 NVH팀입니다. 그 팀이 뭐하는 팀이냐? 한 마디로 쉽게 이야기하여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소리, 즉 소리 귀신을 잡아내는 팀입니다.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소리는 소리뿐만 아니고 소리를 동반한 진동이 당연히 따라옵니다. 자동차는 서 있는 물건이 아니고 달리는 물건이라 달릴 때 많은 종류의 소리가 생깁니다. 가장 큰 소음원은 엔진입니다. 다음으로는 노면과 직접 마찰하는 타이어가 만들어내는 소리, 그리고 타이어가 받아들인 충격이 서스펜션을 통하여 차체에 전달이 되고 차체 진동은 실내에 부밍(booming)을 발생시킵니다. 각종 부품이 부대끼면서 나는 소리도 있고, 부싱이 만들어 내는 소리도 있습니다.
엔진에서도 각종 소리가 발생합니다. 가장 큰 소음은 연료가 폭발하면서 발생하는 소리와 진동이고, 연료 펌프 노이즈도 있고, 밸브 노이즈와 각종 솔레노이드 등 엔진 내부에서 움직이는 것들이 모두 소음원이 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동력 전달 과정에서 트랜스미션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소리, 그리고 드라이브 샤프트나 엑슬, 그리고 허브에 붙어 있는 베어링에서도 소리와 진동이 발생합니다.
엔진이나 트랜스밋션은 무겁고 단단한 쇠덩이지만, 차체는 얇은 강판으로 만들어진, 자동차에서 어찌 보면 제일 약한 부분입니다. 널뛰기나 시소를 연상해보면 가운데 지지점이 있고, 양쪽에 사람이라는 무거운 하중이 오르락 내리락 널을 뛰는 장면을 연상해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로 두 바퀴 축을 지지대로 하여 엔진룸, 실내의 하중들, 그리고 트렁크 부분의 하중들이 차체 위에서 널뛰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생각하면 차체 자체도 마치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처럼 널을 뛰듯 진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엔진이나 동력 전달계가 만들어내는 진동수와 일치하는 영역이 있으면 그 조건이 맞는 상태에서 차체에서 원인 모를 이상 공진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 뿐만이 아니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윈드 노이즈도 발생합니다. 차 밖에서 발생하는 노이즈를 최소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발생한 노이즈가 조그만 틈을 통하여 차실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틈새없이 방음 대책을 세우고 품질관리를 하는 것도 큰 과제입니다. 트럭의 경우 긴 라디오 수신 안테나가 매끈하지 않고 표면이 나선 형태로 되어 있는 것도 안테나 포스트 자체가 만들어내는 윈드 노이즈를 없애기 위한 것입니다.
좌우지간 수많이 발생하는 원치 않는 잡소리들을 잡아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돈 많이 받을 수 있는 고급차를 만들려면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 조용한 차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구소에서는 NVH팀에게 힘을 실어주어 거대한 규모의 실차 풍동실험실도 들여놓았습니다. 윈도 노이즈를 잡기 위해 풍동실험실은 필수적으로 필요한 대형 장비입니다.
노이즈 때문에 항시 도마에 오르는 것이 NVH팀이지만, 노이즈를 잡고 성과를 발표할 때보면 스타팀이 되는 것도 NVH팀입니다. NVH팀이 연구 결과를 발표할 때보면 파워포인트로 띄운 스크린에 복합한 배음 주파수 파형이 나타나고 푸리에 함수가 나타나고 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엔진룸에서 녹음한 소리 파형을 분석하면서 노이즈의 근원을 추정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것을 보면서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고, 마치 외계인을 고문하여 찾아낸 기술을 브리핑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하면 어지러운 노이즈 같지만 녹음한 소리를 분석해보면 엔진 소리를 중심으로 여러 차원의 배음들을 분리하여 분석해낼 수 있습니다. 그런 파형들의 변화를 들여다 보면서 노이즈의 근원을 추정하고 대책을 세워 노이즈 죽이는 해법을 찾아서 적용해 나가는 것입니다. NVH팀 뿐만이 아니고 여러 분야에서 그렇게 고르게 상승 발전하여 결국 제네시스 시리즈를 만들어 내는 현대자동차로 발전을 한 것입니다.
배음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게 자동차의 노이즈 세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음악의 사운드 세계에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 배음은 배경(背景)이라고 할 때의 그 배자를 쓰는 것이 아니고 두 배, 세 배할 때의 배자를 써서 배음(倍音)입니다. 영어로는 Over tone 또는 Harmonics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기본음의 정수 배(2배, 3배, 4배...) 주파수로 함께 울리는 더 높은 소리들"을 뜻합니다.
기본음(Fundamental Frequency): 우리가 피아노나 기타로 '도(C)'를 쳤을 때 귀에 가장 크게 들리는 기준 소리입니다.
배음(Harmonics): 피아노 '도'를 치는 순간, 겉으로는 '도' 소리 하나만 들리는 것 같지만 실제 현은 2배 빠르게 진동하는 한 옥타브 위 '도', 3배 빠르게 진동하는 '솔', 4배 빠른 '도' 등의 소리를 동시에 미세하게 내뿜고 있습니다.
풀어서 이야기 해보면, 처음 기타 줄을 튕길 때는 줄이 하나의 곡선을 만들지만, 그 진동이 변하여 중간에 사인파의 마디(nodal point: 진폭이 0이 되는 점)가 생기면서 두 개의 사인파가 되고 다시 또 마디가 증가하면서 2차, 3차로 사인파가 증가하면서 하나의 소리에서 시작하여 여러 개의 소리가 생겨나는 것이 배음이고 이것이 기타의 소리를 풍성하게 해주는 원리입니다.
줄을 한 번 튕기면 눈에는 줄 전체가 출렁이는 큰 움직임 하나만 보이지만, 실제 줄 내부에서는 순차적으로 수많은 마디(Node)와 진동 중심점들이 생기면서 여러 파형이 동시에 겹쳐진 채로 움직입니다.
큰 웨이브 1개 (기본음): 줄 전체가 크게 흔들리며 피아노나 기타의 기준 음(예: C)을 만듭니다.
작은 웨이브 2개 (2배음): 줄이 정확히 반으로 나뉘어 가운데에 진동하지 않는 마디가 생기고, 양쪽이 2배 빠른 속도로 떱니다. 진동수가 2배가 되면 음향학적으로 정확히 한 옥타브 높은 음이 됩니다.
작은 웨이브 3개 (3배음): 줄이 3등분되어 3배 빠르게 떱니다. 이때는 1옥타브 위의 완전5도 음(예: 솔)이 발생합니다.
작은 웨이브 4개, 5개...: 4등분(2옥타브 위 도), 5등분(2옥타브 위 미)으로 계속 쪼개지며 수많은 높낮이의 음들이 아주 미세한 크기로 겹쳐집니다.
기타 연주할 때 12프렛 줄 위에 손가락을 살짝 대고 튕기는 '내추럴 하모닉스' 주법이 바로 이 원리입니다. 손가락으로 줄 중간을 살짝 눌러 1번 큰 웨이브(기본음)를 억제하고, 2번 작은 웨이브(2배음)만 남겨서 맑은 한 옥타브 위 소리를 추출해 내는 것입니다.
아무리 복잡하고 미친 듯한 일렉기타 사운드나 오케스트라 소리도, 결국 [1차 기본 진동] + [2차 옥타브 진동] + [3차 5도 진동] + [4차 옥타브 진동]... 형태의 수많은 정수 배 함수 방정식들이 겹쳐진 결과물입니다.
연주자가 손가락으로 줄을 튕기는 것은 거대한 파동의 씨앗을 뿌리는 행위일 뿐입니다. 그 이후 줄이 스스로 쪼개지고, 목재 울림통이 같이 떨고, 공기가 파동을 타고 퍼지며 만들어지는 무수한 배음의 레이어는 자연 법칙(물리학과 수학)이 완성하는 예술입니다.
기타라는 악기가 단 한 대의 목재 울림통과 6개의 줄만으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손안의 작은 오케스트라"라는 별명을 갖게 된 이유가 바로 이 배음(Harmonics)의 풍부함 때문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현대 연구소 NVH팀이 노이즈를 잡기 위하여 하는 연구도 이 배음(Harmonics) 분석인 셈입니다.
기타 줄 하나를 튕기면 기본음 위로 1옥타브 위, 1옥타브+5도 위, 2옥타브 위... 같은 수많은 배음들이 미세한 볼륨 레이어로 포개어집니다. 즉, 줄 하나를 건드렸지만 실제로는 여러 대의 가상 악기가 같은 앙상블을 연주하며 화음을 채워주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배음이 없는 소리는 공장 신호음처럼 밋밋하고 차갑게 들립니다. 반면 기타에서 나오는 배음은 소리에 따뜻함, 공기감, 그리고 꽉 찬 질감을 부여합니다. 특히 전자기타에 오버드라이브/디스토션(Distortion) 이펙터를 걸면, 이 미세했던 배음들이 부스트되면서 록 음악 특유의 웅장하고 화려한 '스크림 사운드'로 변신하게 됩니다.
손가락으로 짚은 줄 외에도, 울림통 전체와 옆 줄들이 미세하게 반응(공진)하면서 오케스트라의 잔향(Reverb)과 같은 자연스러운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통기타는 나무 울림통을 통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짝수 배음(2, 4, 6배음)이 풍부하여 귀에 따뜻하고, 포근하며, 유기적인 꽉 찬 울림을 줍니다. 반면에 일렉 기타는 진공관 앰프나 오버드라이브 페달을 이용하여 미세했던 배음 신호를 물리적으로 이그조스틱하게 일그러뜨리고(Clipping) 배로 튀겨버립니다. 억눌려 있던 고차원 배음들이 폭발하듯 솟구쳐 나오면서 연주자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Guitar Face) 미친 듯한 다이내믹과 소름 돋는 주파수 쾌감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 배음의 원리를 이해하고 기타 소리를 들으면 더 깊은 감동으로 들려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로 자연계의 모든 악기와 목소리는 고유한 '배음의 조합과 비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 배음이 소리의 결, 색깔, 음색(Timbre)을 결정합니다.
바이올린, 전자기타, 성악가의 목소리처럼 화려하고 날카롭거나 꽉 찬 소리는 배음 성분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반대로 실로폰, 플루트, 소리쇠(Tuning Fork)처럼 맑고 부드러운 소리는 배음이 거의 없고 기본음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같은 '도' 음을 눌러도 피아노와 기타, 사람 목소리가 다르게 구분되는 이유가 바로 이 배음(倍音)이 섞인 비율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NVH팀이 오실로스코프에서 노이즈 파형을 보고 노이즈를 분석하는 것처럼 전자음악을 하는 사운드 엔지니어도 사운드 파형을 보며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소리의 3대 요소인 높이(Pitch), 크기(Volume), 음색(Timbre)이 파형의 주기, 진폭, 모양으로 완전히 일치하여 나타나기 때문에 파형만 보고도 소리를 직관적으로 상상할 수 있습니다.
파형의 생김새와 실제 느껴지는 소리의 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파형의 반복 주기 = 소리의 높낮이 (Pitch)
산과 골짜기가 매우 촘촘하게 반복되면 고음(높은 톤), 간격이 넓고 느리게 반복되면 저음(베이스) 소리가 납니다.
진폭(상하 높이) = 소리의 크기 (Volume)
파형의 위아래 폭이 크면 묵직하고 큰 소리, 폭이 얇고 좁으면 작고 섬세한 소리입니다.
파형의 모양 = 음색 (Timbre)
매끄러운 곡선 (사인파): 자극 없이 맑고 부드러운 순음(부드러운 플루트 소리, 시계 알람음)
뾰족한 톱날 모양 (톱날파/Sawtooth): 배음이 풍부하여 차갑고 챙챙거리는 사운드(바이올린 현 소리, 날카로운 리드 신디사이저)
네모난 상자 모양 (사각파/Square): 톡 쏘는 레트로 전자음(8비트 고전 게임 소리, 클라리넷 느낌)
불규칙하고 가득 찬 뭉게구름 모양 (노이즈): 칙칙거리는 셰이커, 치찰음, 드럼 심벌 소리
또한, 소리가 시작해서 사라지는 시간 흐름(Envelope: ADSR)에 따라서도 상상이 가능합니다. 파형의 시작 부분이 망치처럼 팍 치솟았다가 급격히 줄어들면 피아노나 기타 핑거링, 드럼처럼 타격감 있는 소리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두께를 유지하면 바이올린 활을 긋거나 관악기를 계속 부는 소리입니다.
❤️감사합니다❤️
미흡한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주신 성의와 시간 내어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밴쿠버의 시원한 바람처럼 기분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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