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중세 소작농 시대

아직도 중세 소작농 시대 

연말 지나고, 새해를 맞이하고 두번째 주가 시작이 되고 다시 일상이 시작이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은 대형 SUV를 받아 정비를 시작했습니다. 2021년형 GMC 유콘(Yukon)입니다. 이 유콘의 샤시는 하프톤(half ton) 트럭과 같습니다. 뒤쪽 시트들을 접으면 편평한 방이 되고 어른 두 명이 쾌적하게 누울 공간이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캠핑 트레일을 끌고 다닐 필요가 없이 간단하게 텐트없이도 캠핑을 다닐 수 있습니다. 요즘 새 차로 이런 차를 사려면 10만불, 줄잡아 1억을 들여야 합니다. 이런 트럭을 모는 사람은 휘발유값에 신경쓰지 않을 정도로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이 트럭이 오늘 온 이유는 뒤쪽 브레이크를 손보기 위해서입니다. 작업 벤치 위에 있는 노트북으로 이 차의 정비 이력을 보니, 작년 11월에 제가 그 작업을 추천을 했습니다. 이런 어마어마한 트럭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 추천한 그때 바로 작업을 하지 않고 왜 이렇게 뒤늦게 오는 것인지? 작업 지시서를 보니 ‘헐!’ 이해가 되기는 합니다. 뒤쪽 브레이크 패드와 로터 교체하는 비용이 무려 천불이 듭니다. 브레이크 패드가 176불, 로터가 하나 270불이니 두 짝이면 541불, 그리고 인건비는 279불. 조그만 방 월세만큼이나 큰 비용이니, 보통 사람들은 망설일 수 밖에 없는 일입니다. 돈이 엄청 많은 사람은 모를까, 좀 애매한 사람들은 돈 쓸 일 많은 연말에 정비하지 못하고 미루어 두었다가 나중에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수긍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딜러가 고객에게 천불을 받으면 그 돈을 벌게 해준 테크니션에게는 얼마나 큰 떡 고물이 떨어질까요? 사실 일한 것이 테크니션 혼자만은 아닙니다. 그 고객을 받아서 상담과 서류 처리를 해주는 서비스 어드바이저가 있고, 그 차 정비를 위해서 필요한 부품을 수급해준 파트 쪽 담당자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서비스 매니저도 있고, 샵포맨(shop foreman)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층 사무실에 가면 회계를 보는 직원도 있습니다. 오너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이 사람들 임금을 다 주고 또, 전기세도 내고, 수도세도 내고, 샵에 설치한 장비들 임대료도 내야하는 등 나가는 돈이 많습니다. 전기세만 해도 한 달에 억 단위로 나갑니다. 그 돈 다 지불하고, 직원들 임금 주고, 자기는 또 그 누구보다 제일 많이 가져가야 합니다. 그러니, 차 고치러 오는 사람에게 덤태기를 씌우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테크니션은 자기 생각만 하면서 “내가 돈 벌어주는데, 인건비 중에 반은 나한테 주어야 하는 것 아니야?”라고 주장하기는 좀 너무 이기적인 생각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캐나다에서 미캐닉을 하면서 미캐닉이 많이 억울하고, 부당하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되는 이유들이 있습니다. 우선 공구에 관한 것입니다. 정비를 하려면 공구가 필요한데, 이 공구를 미국이나 캐나다나 미캐닉 스스로 구입을 해야 합니다. 테슬라 같은 경우는 공구를 회사가 제공합니다. 그게 정상 아닌가요? 딜러에서 일하기 위해 수만불 어치의 공구를 미캐닉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화자체가 참 부당하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다음은 임금 체계에 관한 것입니다. 미캐닉은 기술로 벌어먹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단순 직업보다 시급이 높습니다. 단순 노동의 시급이 시간당 얼마로 정해져 있다면, 즉 시급 30불이면 8시간 일할 경우, 하루 240불 고정된 임금을 받습니다. 이에 반하여 미캐닉은 플랫레이트(flat rate)라는 시급 체계를 적용 받습니다. 이게 뭔 소리냐 하면, 정비일은 아주 세분화하여 작업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심지어는 메이커에 따라, 자동차 모델에 따라, 연식에 따라 어떤 작업을 하는 가에 따라 작업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 시간표를 만들어 놓은 두꺼운 책자까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차의 브레이크 작업이 두 시간으로 정해져 있다면, 그 작업을 한 미캐닉에게 두 시간 분의 시급을 줍니다. 그 사람의 시급이 60불이면, 120불을 주는 것입니다. 미캐닉이 그 두 시간짜리 작업을 한 시간만에 해치워도 120불을 주고, 뭔가 일이 잘못 되어 3시간이 걸려도 120불을 줍니다. 손이 빠른 미캐닉이 하루 8시간 일하면서 12시간 분의 일을 처리했다면, 그리고 그 미캐닉의 시급이 60불이라면 하루에 60불 곱하기 12시간, 720불의 돈을 버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급 많이 주는 딜러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미캐닉이 나오는 것이 캐나다와 미국 정비 시장(?)의 현실입니다.

하지만 미캐닉에게 장미빛 인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SUV 작업은 일반 브레이크 작업과 좀 다른 면이 있습니다. 뒤쪽 브레이크에 파킹 브레이크가 있고, 그 파킹 브레이크가 일렉트릭 파킹 브레이크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캘리퍼에 내장되어 있는 디자인입니다. 새 패드와 로터를 교체하려면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스캐너를 이용하여 파킹 브레이크를 정비 모드로 세팅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일렉트릭 파킹 브레이크인 관계로 캘리퍼를 들어낼 때, 전기 커넥터를 분리하고 패드 라이프 센서도 교체해주어야 하는 등, 잔손이 많이 갑니다. 이런 작업이야 늘 하는 작업이니 정해진 작업 시간을 쳐서 임금을 지불하는 데 불만할 사항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작업을 마치고 오후에, 미캐닉 미치게 하는 황당한 작업을 하나 맡았습니다. 이런 류의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기 때문에 억울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1998년형 캐딜락 카테라(Catera), 20년 넘은 상고물 차를 받았습니다. 차를 주행을 잘 하지 않고 오래 세워두었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작년에 배터리를 교체했는데, 배터리 테스트를 해보고 필요하면 배터리를 교체하라는 내용의 작업 지시서를 보니, 배터리 테스트 비용으로 89불을 받는다고 고객과 약속을 했습니다.


딜러의 비싼 배터리 테스터 장비를 연결하니, 배터리가 심하게 방전되어 장비가 배터리 테스트를 바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테스트 전에 충전이 먼저 필요하다고 하면서 충전을 시작합니다. 한 시간, 두 시간, 집에 갈 시간이 되도 충전이 끝나지 않아 장비를 계속 켜둘 순 없고 장비를 끄고 퇴근하고 다음 날 아침에 다시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총 3시간 넘게 충전을 마치고 배터리는 테스트를 통과했습니다.

그러면 서비스 어드바이저는 고객에게 3시간 레이버를 청구할 수 있을까요?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 배터리 테스트로 89불 받겠다고 했으니, 한 시간 레이버 조차도 받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배터리 테스트하는데 3시간 썼다고 딜러가 저에게 3시간 시급을 쳐서 줄까요? 절대로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걸 가지고 정당하지 않다고 핏대를 내면서 내돈 내놓으라고 하면 또라이 취급을 받을 것입니다. 자본주의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서민들은 왠지 오늘도 중세시대 소작농인 것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그런 것 말고도 딜러에서는 미캐닉을 어이없게 하는 일은 다양하게 벌어집니다. 일을 진행하면서 일 진행 과정을 노트북으로 리포팅하면서 작업을 하는데, 일을 중간 정리하고, 서비스 어드바이저에게 가보면, 테크니션이 리포팅 한 것을 가지고 신속하게 피드백하면서 일이 스무스하게 진행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지들끼리 히히덕거리면서 이바구 하고 있으면서 고객에게 작업을 원하는지 물어봐야 할 전화는 아직도 하지 않았거나, 골통 고객에게 걸려 한 시간 넘게 전화통 붙들고 씨름을 하고 있거나, 5분만 기다리라고 해놓고는 30분 뒤에 다시 가보면 깜빡 잊었다고 하지를 않나, 그런 일들이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습니다.

딜러에서 일하다보면 테크니션 일하는데, 첫번째로 지원사격을 아끼지 말아야 할 서비스 어드바이저가 테크니션 시간 죽이는 첫번째 원흉일 경우가 거의 매일 벌어집니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마치 아군총 총알에 맞은 기분이 됩니다. “저 놈 때문에 정말 여기서 일하기 싫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군대 고문관 같은 서비스 어드바이저를 향한 말 못할 울분이 미캐닉마다 없는 사람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 속에서는 남 때문에 받는 고통이 있는 것이 기본입니다. 밖으로 부터 오는 폭풍이 폭풍이 아닙니다. 내 마음 속에 폭풍이 일어나면 그게 진짜 폭풍입니다. 세상 사는 것이 그렇게 녹록치 않은 것이기 때문에 매일의 삶이, 순간순간의 삶이 예배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것을 터득하는 것이 찐믿음입니다. “그래도 그 놈을 사랑해라.” 그게 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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