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la vs Bolt

Tesla vs Bolt

테슬라를 정비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했습니다. 그런데 보통, 테슬라를 가진 사람들이 자기차에 문제가 있을 때, 어디로 갑니까? 타이어샵으로 갑니까? 마이다스같은 일반 정비샵에 갑니까? 아니면 포드같은 다른 딜러 정비샵으로 갑니까? 테슬라는 지금까지 보던 차와는 다른, 엔진이 없는 차이고, 뭔가 요상하게 다른 차라서 대개의 경우, 무조건 테슬라 딜러로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구나 테슬라를 가진 사람들이 푼돈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비비용을 줄이려고 테슬라샵이 아닌 다른 정비샵으로 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테슬라 샵이 아닌 정비샵에서 미캐닉(정비공)들이 테슬라를 만질 기회는 거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엠 딜러에서 일하고 있는 제가 테슬라를 여러번 맞닥뜨린 이유는 왜일까요? 세일즈쪽 일 때문에 재수없게(?) 지엠 딜러 미캐닉들이 지엠 아닌 다른 회사들 차까지 만져야 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지엠 딜러에 다른 메이커 차가 생기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세일즈쪽에서 자동차 경매 시장에 가서 중고차로 팔기 위하여 경매차를 구입해오는 경우도 있고, 지엠 아닌 다른 메이커 차를 몰고 다니던 손님이 자기차를 지엠 딜러에 버리고(?), 지엠의 새차를 구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새차든 중고차든 차를 팔아야 하는 세일즈쪽 입장에서는 찬밥, 뜨거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겠지만, 그런 난리블루스 세일즈쪽의 극성에 미캐닉들은 의도치 않은 피해를 입게 됩니다. 

중고차의 경우, 딜러 입장에서는 그냥 바로 되팔 수 없고, 이윤을 남기며 되팔아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지 인스팩션하고 필요한 수리를 해서 팔아야 팔고나서도 욕을 먹지 않습니다. 일은 세일즈가 벌였지만, 지엠 아닌 다른 메이커 차를 인스팩션 하고 수리해야 하는 허드렛일은 몽땅 미캐닉의 몫이 됩니다. 지엠차 고치기도 바빠 죽겠는데, 다른 메이커 차까지 고쳐야 하는 미캐닉의 입에서는 욕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엠차야 늘 손보던 익숙한 차고, 수리에 필요한 정보와 특수공구도 넘쳐나지만, 다른 메이커 차는 일단 서비스 매뉴얼과 전기회로도 확보도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더구나 정비 매뉴얼이나 전기 회로도가 지엠만큼 꼼꼼하고 보기좋게 잘 만들어진 메이커도 거의 없습니다.

전기차 하면 일반 사람들은 먼저 테슬라를 떠올리지만 전기차를 테슬라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전기차를 만들지 않는 메이커가 거의 없지만, 지엠도 옛날부터 전기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볼트라는 차가 지엠이 처음 만든 전기차고, 이제는 다양한 모델의 전기차가 나오고 있습니다. 트럭까지도 전기차로 만들고 있습니다.

전기차면 휘발유차같이 다 그게 그거고 비슷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기차는 생각지도 못하게 다른 면을 경험한 것이 있어서 그걸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테슬라를 다루다 식겁한 경험을 이야기해보자 합니다. 테슬라를 정비 베이에 들이고 호이스트에 올린다음, 차를 들어올리는데, 이 놈이 갑자기 자기 스스로 열린 유리창을 전부 닫더니, 도어까지 모두 락을 시켜버립니다. 도어 언락(unlock) 카드키가 차 안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호이스트에 올릴 때의 약간의 울컥거림을 차량 도난으로 감지하고 스스로 그런 조치를 취한 모양입니다. 정말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테슬라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 어떻게 하면 되겠냐고 하니, 테슬라 딜러에서는 정비하러 들어온 고객으로부터 아예 도어언락 카드를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테슬라 딜러에 오면 자기네들 네크워크가 작동하면서 미캐닉 스마트폰으로 손님차의 도어를 열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 할 수 없이 가장 원시적인 방법, 차 도둑들이 차 문 여는 방법, 꼬챙이를 도어 유리틈 사이로 쑤셔넣고 도어 안쪽의 언락(unlock) 스위치를 건드려 도어를 열었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대두됩니다. 첫째, 도어 언락 카드가 차 안에 있는데도 열린 윈도까지 제 스스로 닫으며 차 문을 다 잠근다? 지엠차는 차 내부에 리모콘이 있을 때, 그런 일이 절대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차 문이 잠기는 일이 있다해도 유리창까지 차가 스스로 올리는 일은 없습니다. 두 번째, 그렇게 도난방지 대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꼬챙이로 도어가 그리 쉽게 열린다? 웃기고 있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리모콘없이 카드를 제공하는 그런 컨셉(concept)이 제 스타일은 아닙니다.

테슬라와 그런 유쾌하지 않은 해프닝을 겪은 경험이 있고, 다른 하나는 지엠 엔지니어와 테슬라 엔지니어들의 설계 감각 차이를 느낀 경험입니다.

휘발유차는 쉬프트 레버를 D로 놓고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차가 슬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후진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차가 움직이는 관성을 느끼며 차를 아날로그적인 감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테슬라는 완전히 감이 다릅니다. 처음에 차를 움직일 때, 쉬프팅을 해도 차가 움직이지 않아 적잖이 당황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테슬라는 휘발유차같이 쉬프팅을 해도 차가 움직이지 않습니다. 악셀 페달을 밟아야 차가 움직입니다. 완전히 디지털적인, 인간적이지 않은 움직입니다. 휘발유차만 운전하다가 처음 테슬라를 운전하게 되면 악셀 페달을 밟으면서 겁을 먹게 됩니다. 잘못 밟았다가 차가 확 튀어나갈까봐 덜덜 떨면서 살살 페달을 누르게 됩니다. 

이에 반해 지엠의 볼트는 전기차임에도 불구하고 엔지니어들이 휘발유차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도록 설계를 했습니다. 지엠 엔지니어링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면이 있습니다.

악셀 페달 관련하여 테슬라에는 급발진 사고 케이스가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미법원은 차에는 결함이 없고, 운전자 잘못이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운전자는 기술적으로 차의 결함을 증명할 능력이 없고, 메이커는 비싼 변호사들 동원하여 자기차에는 문제없다고 악다구니 치면 일반인이 이길 방법이 없습니다. 백번 양보하여 차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급발진 관련 결함 사항이 없다손 치더라도 그 놈의 페달 필링이 문제가 되긴 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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