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와 지엠


대우와 지엠

-지엠코리아의 품질이 지엠의 품질인가?

 

지금은 현대차가 한국에서 최고이고, 대우자동차는 그 이름도 사라져버렸지만, 한국에서 대우차가 현대차를 앞서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찌보면 대우가 좋은 차의 선발 주자고 현대가 후발주자입니다. 승용차에서는 대우가 현대에 앞서고, 승합차에서는 현대의 그레이스보다 기아의 봉고가 앞서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떻게 된 것인지 모두가 현대에 눌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승용차에선 대우의 로열 프린스와 현대의 스텔라가 맞붙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시절 로열 프린스의 묵직한 승차감을 현대의 스텔라가 따라잡질 못해 현대 엔지니어들이 고전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추세가 유지되었다면 현대가 대우를 따라잡지 못했을 것인데, 어찌된 일인지 대우에서는 혁신이 일어나지 못했고,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결국은 현대의 쏘나타가 한국의 자동차 시장을 독식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자동차 시장에서 대우 이름은 사라지고, 대우를 사들인 지엠코리아의 이름이 대신 한국시장에 들어왔습니다. IMF를 겪으면서 대우 자동차의 존망이 위태로울 때, 대우가 어찌될 지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설마 지엠이 대우를 사들일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지엠은 왜 세계 최강인가?”란 책이 붐을 일으킬 정도로 지엠은 세계 최강이고 잘 나가는 기업이었습니다. 토요타도 감히 지엠을 넘보지 못하는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런 지엠이 저품질의 대우를 사들이는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설마했던 일이 정말 일어났습니다. 지엠이 대우를 먹었습니다. 잘 나가던 지엠이 왜 한국에서도 삼류인 대우를 먹은 것일까요? 알고보니, 전 세계를 돌아가니며 망해가는 기업을 사들이며 문어발 확장을 한 것이 지엠 경영진의 경영전략이었습니다. 스웨덴의 사브나 독일의 오펠, 일본의 이스즈도 모두 지엠 것입니다.

 

대우를 사들인 특별한 목적이 하나 더 있습니다. 지엠에 조그만 엔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현대에 재직하던 시절, 현대가 알파 엔진, 시그마 엔진 등 엔진 시리즈를 뚝딱 잘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서 엔진 개발 프로젝트가 그렇게 어려운 것인지 실감하지 못했는데, 새로운 엔진 하나를 개발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은 정말 어마어마 합니다. 그리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트럭이나 SUV같은 큰 차는 잘 만들지만, 좋은 작은 엔진이 없어 북미 시장에서 토요타나 혼다에 작은 차 시장을 속절없이 빼앗기던 지엠의 입장에서 작은 차를 잘도 만들어내는 대우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작은 차 엔진 개발 시기를 놓친 경영진의 실책은 지엠뿐만 아니라 벤츠에서도 일어났습니다. 벤츠에서 현대의 작은 차 엔진 블록을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은 모르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도 아닌 비밀입니다.

 

어제 빨간 조그만 차 한 대가 딜러샵에 서비스 받으러 들어왔습니다. 덩치 큰 백인 남자가 꼬맹이차를 몰고다닙니다.

 

 

VIN 넘버를 보니, 한국산 차입니다. VIN넘버의 첫자리가 K인 것은 한국에서 제조된 것을 의미합니다. 지엠코리아, 옛 대우에서 만든 차입니다.

 

지엠코리아는 옛 대우의 저품질의 오명을 벗고, 미국의 고품질 트럭 수준으로 차를 잘 만들고 있을까요? 휠너트를 풀고 타이어를 떼어내려는데 타이어가 허브에서 잘 빠지질 않습니다. 해머로 타이어를 두들겨 빼어내고 보니, 허브에 녹이 심하게 슬어있는 것이 보입니다.

 

떼어낸 휠의 허브와 물리는 곳에도 허브의 녹이 묻어있습니다. 쇠와 알루미늄이 맞닿아 녹이 슬면 녹이 심하게 슬고 부풀어올라 분리하기가 쉽지 않게 됩니다. 또한 허브와 휠의 간격이 너무 타이트하면 녹이 슬었을 때 작업하기 어려운 일이 당연히 발생합니다. 책상머리에 앉아 이런 재질에 대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도에 수치만 아무 생각없이 기록하는 엔지니어링은 실전의 정비상황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합니다. 휠이 잘 떼어지지 않는 이런 유치초보적인 문제는 토요타에서도 자주 보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설계되고 만들어진 미국 지엠차는 타이어가 휠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 문제가 거의 없습니다. 이런 것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만들어진 지엠차와 한국에서 만들어진 지엠코리아 차는 정비하면서 보면 손맛이 다른 것을 느낍니다. 지엠코리아에서 만드는 차의 품질이 북미에서 만드는 지엠차의 수준으로 올라온다면 지엠코리아의 품질 수준이 현대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트럭의 품질 수준은 지엠이 토요타 수준 위에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차에서는 유독 토요타의 벽을 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요? 지엠의 우수한 엔지니어들이 트럭 부문에 몰려있어서 그런가요? 작은 차 만드는데, 지엠이 지엠코리아에 의지하는 게 너무 심해서 그런가요?

 

녹이 슨 것을 제거하는데 유용한 케미컬이 있습니다. 제가 마법의 액체라고 부르는 페니트레이팅 오일입니다. 녹슬어 쩔어붙은 것을 푸는데 정말 마법과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허브에 페니트레이팅 오일을 뿌린 다음, 그 위에 안티시즈 루부(lube)를 바르면 다음 테크니션이 작업하기가 수월해집니다.

 

아래 그림은 안티시즈 루브를 도포한 허브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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