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회사 트럭 살리기


석탄회사 트럭 살리기

 

밴쿠버에서는 자동차 정비공 즉 테크니션을 미캐닉이라고 비하해서 부릅니다. 북미에는 직업의 귀천이 없다고 합니다. 직업 귀천 의식이 한국만큼은 되지 않겠지만, 사람 사는데 직업의 귀천이 없을 수 없습니다. 미캐닉의 작업복에는 기름이나 그리스 같은 더러운 것이 붙어있기 일쑤이기 때문에 미캐닉을 얕잡아보는 그 선입견 속에는 미캐닉이 더럽다는 인식이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미캐닉이 더 더럽게 된 날이 있습니다. 미스파이어가 심하게 나는 트럭이 견인되어 샵에 들어왔습니다. 노스밴쿠버 부두에 석탄을 배에 싣고내리는 넵튠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그 회사에서 쓰는 차입니다. 그 차가 12명의 미캐닉 중에 재수없게 제 앞으로 배정이 되었습니다.

 

코드를 찍어보니, 8기통의 엔진 중에 왼쪽 부분 즉, 1, 3, 5, 7번 실린더에서만 미스파이어가 나고 있고, 왼쪽의 캐털리틱 컨버터(catalytic convertor) 앞쪽의 오투 센서가 먹통이 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뱁(evaporative emission control) 시스템쪽에 큰 리킹(leaking)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연료압력을 체크해보니 연료압은 정상적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연료를 채취해보니, 연료의 3분의 1이 물입니다. 이런 상태로는 연소실에서 연소가 제대로 일어날 수 없습니다. 그런 연료로 오른쪽의 4개 실린더가 작동하는 게 신기할 뿐입니다. 아래 그림은 채취한 연료를 콜라병에 담은 모습입니다. 물과 연료의 경계선이 명확하게 보입니다.

 

이뱁 시스템의 새는 곳이 어딘가 스모크(smoke) 테스트를 해보니, 연료 주입구 넥(neck)의 파이프가 녹으로 삮아 구멍이 크게 난 곳으로 연기가 새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왼쪽의 오투센서가 왜 작동되지 않는지 오투센서 커넥터와 ECM(Engine Control Module) 커넥터 사이의 와이어링을 체크해보니, 선 하나가 오픈된 상태입니다. 이 트럭을 살리기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오투 센서 와이어링을 수리하고, 연료탱크 주입구 파이프를 교체하고, 연료탱크를 내려 고인 물을 빼어내고, 새 연료를 주입하는 일입니다. 물은 구멍이 난 연료주입구 파이프 구멍을 통해 들어간 것 같습니다.

 

연료탱크를 내리려고 하는데 뭘 건드릴 때마다 석탄가루가 우수수 떨어집니다. 아무리 조심을 하려해도 금방 온몸이 숯검댕이가 되고 맙니다. 아래 그림은 연표탱크 커버를 떼어낸 모습인데 그 위에 굳어져 덩어리가 된 석탄가루가 수북히 고인 모습이 보입니다.

 

연료탱크를 내리면서 연료펌프에 연결된 와이어들과 호스들을 풀러내려고 보니, 연료탱크 위에 석탄가루가 수북히 쌓여 커넥터들이 보이지도 않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머리와 팔과 손을 비집어 넣고 작업을 하는 동안 숯검댕이를 얼마나 뒤집어 썼을지 상상이 될 일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연료탱크를 내리고, 물과 석탄가루가 범벅이 된 연료탱크 내부를 세척하고, 새 연료펌프를 장착한 다음, 퓨얼 레일을 (fuel rail) 들어내고, 크랭킹을 하니, 라인에 남아있던 오염된 연료가 물과 함께 빠져나옵니다. 퓨얼 레일도 플러쉬한 (flush) 다음에 퓨얼 레일을 다시 설치하고 시동을 걸었는데도 문제가 나아지질 않습니다.

 

다시 퓨얼 레일을 들어내고 8개의 퓨얼 인젝터를 교체했습니다. 아래 그림은 새 퓨얼 인젝터의 모습입니다. 연료가 분사되어 나오는 구멍 4개가 깨끗하게 보입니다.

 

아래 그림은 구멍이 석탄가루에 의해 막힌 고장난 퓨얼 인젝터의 모습입니다.

 

퓨얼 인젝터를 새것으로 교체하고나니 엔진 돌아가는 상태가 거의 정상이 되었는데 아직 좀 많이 뭔가 부족합니다. 남겨둔 오투센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왼쪽 앞쪽 오투센서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와이어링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아래 그림은 와이어링 작업을 할 때 참고한 회로도입니다. 오투센서의 A핀 와이어와 ECM 49번 와이어를 체크해보니, 오픈된 것으로 나타납니다. 해서 이 와이어링을 수리했습니다. ‘이젠 끝났다고 기대하고 시동을 걸어보는데, ‘어라?’ 엔진상태의 변화가 없습니다. ‘뭐지?’ 고민을 하다가 혹시나?’하고 확인을 해보니, 역시나! 그게 문제였습니다.

 

ECM 커넥터 정보를 확인해보니, 문제의 와이어핀이 49번 핀의 와이어가 아니라 47번의 와이어입니다. 전기회로도에 번호가 잘못 표기가 된 것입니다.

 

 

문제가 뭔지 찾았지만 그래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ECM X2 커넥터의 모습입니다. 49번이든 47번이든 해당 핀 구멍을 찾을 때, 가장자리 52번 구멍부터 거꾸로 내리세면서 찾는 것이 쉬운 방법입니다. 그런데 커넥터 정보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51번은 와이어가 없습니다. 이걸 고려하지 않고 와이어만 보고 구멍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을 경우 엄한 와이어를 건드릴 수 있습니다. 더구나 47번부터 50번까지는 같은 색 와이어도 두 개씩이고, (TN)과 그레이(GY) 색은 비슷한 색으로 오인될 수도 있습니다. 아주 헷갈리기 좋은 상황입니다.

 

선들을 잘못 건드리면 괜찮았던 오른쪽까지 (bank 2) 이상하게 나올 수도 있고, 괜찮았던 낙센서(knock sensor)까지 이상해질 수 있습니다. 끊어진 왼쪽 앞쪽 오투센서 와이어링을 제대로 찾아 고치고나니 엔진이 이젠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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