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에서 배울 점

폭스바겐에서 배울 점

자동차 메이커 세계탑이 어느 기업입니까? 지엠? 포드? 토요타? 벤츠? 자동차 생산대수로 세계 최강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지엠입니다. 미국이 잠시 휘청거렸을 때, 토요타와 포드가 잠시 1등과 2등을 나누어 가진 적이 있었나요?

토요타가 지엠과 선두를 다투던 시절에 토요타 수장이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토요타는 이제 배울 것이 없다. 폭스바겐에서 조금 더 배울 것을 빼곤. 폭스바겐? 왠 폭스바겐? 독일의 선두 정크카 메이커가 폭스바겐인데, 폭스바겐에서 배울 것이 있다니? 토요타가? 아직도 사람들은 토요타보다는 독일차가 더 좋은 차라고 생각하고 있나요? 왜요? 뭘 근거로요? 비싼 것 때문에? 그냥 독일이라는 이름 때문에?

그런 폭스바겐이 지금 위기라고 합니다. 중국시장에 사활을 걸었는데, 중국시장에서 죽을 쑤고 있고, 전기차 품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합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기계에 강하다고 자타가 공인하고 있습니다. 타가 공인하고 있는 것보다는 독일 스스로의 자부심이 더 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자동차 만들기에서 앞서가고, 디젤엔진도 독일이 최초로 만들면서 산업혁명의 중심에 선 관록이 있기 때문에 독일제품이 견고하고, 디자인 좋고, 품질도 좋다는 선입견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런 독일의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이 휘청거린다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워낙 전통적으로 기계쪽에 강세가 있고, 자부심이 강하다보니, 자동차 회사 조직 내부에서도 기계쪽 설계자가 득세하고 있고, 소프트웨어쪽 엔지니어들은 쭈그리 대접을 받는 모양입니다. 조직의 그런 분위기 속에서 소프트웨어쪽의 목소리가 의사결정에 잘 반영도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전기차가 뭡니까? 좀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스마트폰에 바퀴 달고, 밧데리 달고 모터 달아서 움직이는 게 전기차 아닐까요? 그런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도로에서 기존의 자동차와 같이 안전하게 그리고 성능 좋게 운전하고 다니려면 소프트웨어가 제일 중요한 핵심입니다. 엔진 없이, 트랜스미션 없이, 기존의 차에서 엔진을 콘트롤하고 트랜스미션을 콘트롤하던 로직을 전기차 콘트롤러에 잘 이식시켜야 합니다. 주행 중에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충전하는 기술도 새로운 분야이고, 계속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전기차 소프트웨어쪽에서 터져나오는 문제들 때문에 회사의 존립이 휘청거리는 상태라니, 그게 폭스바겐이라는 독일 기업에 걸맞는 행보인가란 의문이 생기면서 세인들이 놀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그 폭스바겐 그룹의 고급차 브랜드인 아우디 중고차를 오늘 손을 좀 봤습니다. 2018년형 A3 컨버터블입니다. 스위치 하나 누르면 지붕이 접혀져 트렁크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지붕이 덮여졌다가 하는, 여름에 폼 좀 날 것 같은 차입니다. 예전에 컨버터블을 겨울에 한번 몰아본 적이 있는데, 겨울에 지붕을 열고 운전해도 낭만이 있습니다. 히터를 빵빵 틀어놓으면 차가운 공기 속에서 히터의 뜨거운 바람의 따뜻함을 느끼는 굉장한 묘미가 있습니다.


2018년 형이면, 6년전 차인가요? 그런데 운전석 바로 앞쪽 IP에 네비맵(navigation map)이 보이는 과감한 디자인을 했습니다. 밴쿠버에 아우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우디 모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도로에서 운전을 무모하게, 또 굉장히 상식없이 싸가지 없이 합니다. 운전하다 ‘헉’ 하고 놀라면서 보면 십중팔구 아우디 차입니다. 왜 그런 일이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예전에 독일 아우디 공장에 들려 부식 시험하는 곳을 구경한 일이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자동차 기술이 한국보다는 독일이 앞서 갔으니 뭐든 배워야 할 일이었지만. 지금은? 여전히 독일차의 부식 품질이 좋은가요? 다 같은 조건에서 밖에 세워놓았는데, 유독 아우디 차의 로터만 녹이 잔뜩 슬어 있습니다.


녹슨 로터를 떼어내고 새 로터를 장착하려고 하는데, 골 때리는 장면이 보입니다. 박싱도 되어있지 않을뿐더러 로터에 종이 딱지들이 붙어있는 채로 폭스바겐 딜러에서 부품이 배달되어 왔습니다. 종이 라벨을 보니 중국산이 아니고 독일산입니다. 종이라벨을 떼어내보니, 매끄럽게 떨어지지 않고, 찢어지고 끈적한 것이 로터에 묻어나서 칼로 긁어내야 했습니다. 마찰면에 이물질이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허브와 접촉하는 부위에도 종이 조각이 남아 있으면 안됩니다. 종이 조각을 남겨놓은 채로 조립을 해버리면 차에 이상 진동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독일 친구들이 부품 관리를 이렇게 형편없이 하고 있다니 정말 놀라 자빠질 일입니다. 


정비하면서 밑쪽을 보는데 뒤쪽 왼쪽 귀통이에 쇠뭉치 하나가 보입니다. 자동차 업체 연구소마다 어떻게 해서든 자동차 무게을 감소하려고 철은 알루미늄으로 알루미늄은 더 가벼운 플라스틱으로 재질을 바꾸고 구조를 바꾸고 난리법석인데, 그 크고 무거운 쇠덩어리를 혹처럼 차에 갖다붙이다니, 이게 뭔 일인가요?


자동차에는 엔진이 올려져 있고, 그것이 굉장한 속도로 움직입니다. 당연히 진동을 발생시킵니다. 그리고 주행 중에는 바퀴도 돌아가고, 드라이브 샤프트도 돌아가고, 스프링은 계속 노면의 충격을 받아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고, 타이어도 회전을 하면서 쉬지 않고 꿀렁거림을 반복합니다. 주행하는 자동차는 그야말로 야단법석 난리법석 온갖 구석에서 다양한 움직임과 진동을 발생시키고 받고 또 받은 것을 뱉어내고 오케스트라의 온갖 악기들이 바삐 움직이고 다양한 소리를 내면서 아우성 치는 모습과 흡사합니다. 

엔진의 움직임과 충격, 진동이 차체로 전달되는 것을 일차적으로 잡는 것은 엔진 마운팅입니다. 물론 엔진 내부에서도 크랭크 샤프트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잡기 위해 엔진 자체 튜닝을 하긴 합니다. 그런 튜닝을 해도 엔진이 발생하는 진동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엔진 마운팅입니다. 엔진을 비롯하여 주행하면서 자동차 곳곳에서 발생하는 충격과 진동을 잡아주는 것이 엔지니어들이 하는 일 중에 가장 큰 일 중의 하나입니다. 차체 무게가 무겁고 강성이 강하면 충격과 진동에 덜 민감할 수 있겠지만, 자동차 경량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자동차 진동 문제는 엔지니어들에게 더 큰 짐이 되고 있습니다.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튜닝을 잘 하여 운전자가 아무 소음이나 진동을 느끼지 않고 쾌적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한번에 잘 만들면 최고의 엔지니어링입니다. 

그런데 애써 만든 자동차에서 주행 중에 진동이 마구 발생하면 엔지니어는 좌절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계공학과에서 기계진동학을 힘들게 배우긴 하지만, 실제 상황이 모두 계산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진동을 잡기 위하여 엔지니어들이 최후에 사용하는 방법이 댐퍼(damper)를 추가하는 일입니다. 

이 아우디 A3는 어떤 구간에서 무슨 진동이 있어서 이런 대형 쇳덩어리 댐퍼를 달았는지 모를 일입니다. 토요타 회장님, 이래도 폭스바겐에서 아직도 배울 것이 남아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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