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IT에서 수석하는 법

BCIT에서 수석하는 법

한국에 지금도 전문대학이 있나요?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갈 무렵에는 대학교 외에, 전문대학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도 그냥 인문계 고등학교가 있었고, 상업고등학교, 공업고등학교, 심지어는 철도고등학교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당시 대학교는 4년제였고, 전문대는 2년제였습니다. 군사학교도 사관학교는 4년제였고, 3사관학교는 2년제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3사관학교는 편입 형식으로 3학년부터 시작하는 형태이긴 했지만.

밴쿠버에도 대학이 몇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이 UBC이고 빅토리아와 SFU가 있습니다. 이 대학들은 모두 4년제 대학들입니다. 종합대학교이고, 나름대로의 캠퍼스도 갖추고 있고, 특히 UBC 캠퍼스는 관광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크고 예쁩니다. 바다를 끼고 있는 주변이 너무 아름답기도 하고, 여름이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드로 뒹구는 누드비치도 있습니다.

이들 4년제 대학과 달리 한국의 2년제 전문대학에 해당하는대학이 밴쿠버에도 있습니다. 2년제 기술대학이긴 하지만, 밴쿠버에서는 UBC 못지 않는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대학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바로 오늘 이야기하려는 BCIT입니다. BC주 옆에 있는 앨버타 주에도 BCIT같은 성격의 대학이 둘 있습니다. 캘거리에 있는 SAIT, 애드먼튼에 있는 NAIT가 그런 학교들입니다.

토론토는 LA에 견줄 수 있는 메가시티입니다. 토론토 주변에는 자동차 공장들도 있고, 다양한 산업이 있어서 대학을 졸업한 다음에 일자리 찾을 곳이 많고 또 다양합니다. 밴쿠버에서 고등학교 졸업한 애들이 UBC 놔두고 굳이 토론토쪽으로 대학을 가는 이유가 졸업 후의 진로를 생각해서 그러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토론토와 달리 밴쿠버에는 이렇다할 큰 제조산업이 없습니다. 자동차 공장도 없고, 반도체 공장도 없고, 그냥 소상공인 중심의 조그만 리테일 가게 중심의 상업 도시고, 관광도시입니다. 밴쿠버를 벗어난 시골의 주 산업은 벌목 산업이 주 산업이고. 그러니 UBC 졸업하고도 전공을 살려 취직할 곳을 찾지 못하고 밴쿠버에서 필요한 기술을 배워 취직하고자 BCIT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워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모토이다 보니 BCIT에서 배울 수 있는 과목들은 그야말로 실전형 과목이고 커리큘렴도 현장에서 쓰는 장비들을 그대로 들여놓고 가르치는 그야말로 기술 전문학교입니다. 컴퓨터 관련 학과도 그냥 컴퓨터 학과 하나 만들어 놓고 학생들을 받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실질적으로 세분화되어 있어, 그 중에 원하는,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 공부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시대사조 흐름에 부응하여 요즘은 컴퓨터 학과를 세분화하고 학부 과정을 만들어 학사학위도 받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자동차 딜러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서는 정비학과를 만들어 놓았고, 오토바이 좋아하고, 그걸 정비하는 것으로 벌어먹고 싶은 사람을 위해서 오토바이 정비학과도 있습니다. 그리고 목수학과도 집짓는 목수일, 가구만드는 목수일을 구분해놓았고, 토목 관련 일도, 용접, 아이언워커등 여럿으로 세분화시켜놓고 한가지 일에 전문가를 만드는 과정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렇게 자기가 찜해놓은 일을 공부하고 자격증을 따고 경력을 쌓으면 밴쿠버에서 서바이벌 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사회적 툴이 BCIT에 있다고 보면 됩니다. 저도 아무 준비없이, 사전 정보 파악한 것도 없이, 그냥 밴쿠버에 와서 “에휴 정비나 하면서 살자” 작심하고 BCIT에 들어가 공부한 것이 정비입니다. 엔지니어가 테크니션이 되는 역행을 한 것입니다.

오늘, 마흔 넘어 이민온 영어장애자가 BCIT에서 젊고 팔팔한 애들과 섞여 공부하면서 수석한 비법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아무리 정비 공부라지만, 교과서의 수와 책의 두께는 대학에서 기계공학 전공할 때의 책보다 더 많고 더 두껍습니다. 기계공학 전공할 때는 물리, 고등수학, 열역학, 유체역학, 고체역학, 정역학, 동역학, 진동, 기계요소설계, 뭐 이런 과목들의 교과서를 보았는데, 자동차 정비 공부하면서는 엔진, 트랜스미션, 액슬, 브레이크, 서스팬션, 히터 에어컨, 전기, 전자장치진단, 뭐 이런 과목들을 배우는 것입니다. 2년 배우는데, 이론과 실습 각 4학기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걸 공부하면서 매일 숙제가 있고, 그리고 거의 매일, 매주 시험을 봅니다. 그리고 각 단원이 끝날 때도 시험을 봅니다. 이 시험들이야 단기간에 치러지는 것들이기 때문에 그냥 평소 실력대로 보아도 70점을 넘기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걸 어려워하는 애들도 간혹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그때그때 치러지는 시험에서도 만점을 받으려면 숙제 빠뜨리지 않고, 읽으라는 것 잘 읽고, 예습복습 빼먹지 않고 해야겠지만, 수업시간에 졸지만 않아도 대충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험이 이것말고도 학기 중간에 치러지는 것이 있고, 학기말에 치러지는 시험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시험 준비하려고 그간 공부한 내용을 전부 다시 읽어보려고 하면 양이 엄청나서 할 수도 없고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이때를 대비해서 준비할 것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BCIT에서 수석하는 비법인 셈입니다.

각 단원 그리고 각 과목마다 시험에 나올만한 중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매일 보는 시험 중에도 나오고, 단원 마치고 치를 때도 나온 문제들입니다. 공부하다보면 “이거다” 싶은 감이 팍 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평소에 따로 노트북을 마련하고 잘 메모해두는 것입니다. 바로 수석을 위한 마법 노트를 만들어 놓는 것이 마법 아닌 마법, 비밀 아닌 비밀인 것입니다.

과 수석을 결정 짓는 가장 중요한 시험은 마지막에 치러지는 시험입니다. 이것은 지난 2년 동안 배운 모든 과목과 내용을 가지고 치러지는 시험입니다. 이건 그간 자기가 만들어 놓은 마법 노트가 있으면 그것만 한번 가볍게 훑어보는 것으로 시험준비에 만전을 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없고, 이런 요령을 모르는 사람은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시험 준비하려고 책을 보다가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하고 그냥 기억나는대로 시험을 보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시험문제지를 받고 들여다보면 머리 속이 하얘지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아는 건줄 알았는데, 도대체 기억이 나지 않아 문제를 풀 수 없는 황당함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마법노트가 있는 사람은 가볍게 수석을 움켜쥘 수가 있습니다. 개나 소나 아무나 한 명 하는 게 수석이긴 하지만.

세상의 비밀은 모를 땐 신비스럽지만 알고보면 콜롬부스 달걀 같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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