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지의 후예

닷지의 후예

한국전쟁 때, 전장을 누빈 미군트럭에 GM이 만든 지무시가 있었고, 또 다른 하나는 닷지 트럭이었습니다. 지무시는 GM 브랜드 중의 하나인 GMC를 말하는 것이고, 닷지는 지금은 없어진 회사지만 미국의 삼총사 중 하나였던 크라이슬러의 트럭 브랜드인 Dodge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 닷지의 브랜드 네임을 이어받아 지금도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트럭 브랜드가 Ram입니다.

옛 크라이슬러 브랜드의 품질이 형편없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데도 거리에서 보면 램트럭이 상당히 많이 보입니다. 품질이 나쁘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요? 사실 차가 따지고 보면 다 그게 그거입니다. 크라이슬러 차도 운좋게 잘 걸리면 벤츠보다 문제없이 더 잘 타고 다닐 수 있습니다. 

자동차 업체의 제품 제조능력이 모두 상향 평준화된 상황이고 부품들의 수준도 전세계적으로 평준화되어 근본적으로 업체간 엄청난 품질차이를 낼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면 소비자 측면에서 느낄 수 있는 자동차 업체간의 품질 격차란 것은 무엇일까요? 바라스키, 일본말 바라스키, 품질편차를 말하는 것입니다. 열대 중에 열대의 품질이 모두 좋으면 최고의 품질입니다. 이런 업체의 제품은 잘 고를 필요없이 그냥 아무차나 딜러에서 새차를 받아도 품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반면에 열 대중에 품질문제 전혀 없는 차의 비중이 다섯 대 정도라면 품질 나쁜 새 차 받을 확률이 50%나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것 때문에 품질 산포가 산만한 업체의 차는 구입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램, 품질 산포가 들쑥날쑥 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회사의 트럭입니다. 품질이 안 좋은 것 중에서 첫번째는 어디선가 질질 새는 것입니다. 오늘 2021년형 램 트럭을 인스펙션 했습니다. ‘어디 보자 이 놈은 어디가 새는가.’ 없습니다. 새는 곳이 없습니다. 이 놈은 상태가 꽤 좋습니다. 크게 문제되는 점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품질 바라스끼가 큰 회사의 제품인데, 이 트럭은 운좋게 품질이 좋은 상태로 조립이 된 트럭입니다.


테스트 드라이브를 해봐도 감이 좋습니다. 트럭인데 푹신푹신 승차감도 좋습니다. 그런데 차를 베이에 올리고 트럭 밑을 보다가 눈에 심히 거슬리는 것이 있습니다. 엔진 오일 드레인 플러그의 위치입니다. 오일 교환을 위하여 오일 드레인 플러그를 풀어 내면, 오일이 스테빌라이저를 칩니다. 스테빌라이저가 오일 드레인 플러그 바로 앞에 있어서 툴을 사용하기도 살짝 번거롭게 레이아웃이 잡혀 있습니다.


그런데 오일 필터는 한 수 더 떴습니다. 정말 애매한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스티어링 기어박스 위쪽에 자리잡고 있어서 오일 필터를 빼내는 것이 용이하지 않습니다. 지엠 트럭은 오일 드레인 플러그와 오일 필터가 한 스팟에 모여있고 주변에 걸리적 거리는 것도 없어서 작업하면서 별 이슈가 될 것이 없습니다. 램은 어쩌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엔진 레이아웃이 나왔을까요? 

통상 메이커마다 엔진 섥계와 제작은 선행 연구로 이루어집니다. 팀도 별도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앞으로 만들 차가 어떤 디자인일지를 생각하기에 앞서 그냥 엔진부터 만드는 것입니다. 엔진들을 서너 종류 설계하여 만들어 놓으면, 신차 설계 시에 그 엔진에 맞게 엔진룸을 설계하고 다른 샤시나 바디 부품들을 끼워맞춰 조립을 합니다. 

그렇게 엔진 설계는 이미 되었고, 그에 따라 엔진이 제작이 되어 트럭에 올려졌는데, 샤시 설계하는 쪽에서 스테빌라이저를 거기로 가게 만들었고, 스티어링 기어박스를 거기에 갖다 붙였습니다. 엔진과 샤시설계팀 간에 소통과 절충 작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설계화면에 엔진이 놓여있는 것을 보고 샤시설계를 했을텐데 어찌 그런 레이아웃을 만들었는지? 그게 램 설계팀들의 실력입니다.

오일 필터를 교체하면 흘러내린 시꺼먼 오일이 스테어링 기어박스를 덮어버립니다. 오일 교환할 때마다 오일 크린 작업을 추가로 해주어야 합니다. 오일 교환작업이 더러운 작업인데, 더 더럽게 되도록 설계를 했습니다. 은근히 정비하기 힘든 크라이슬러 계열 차들의 전통을 잘 이어가고 있는 트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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