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에서 라면까지

김밥에서 라면까지

미국에서 김밥이 대박을 쳤다는 소리에 놀란 것이 얼마 전이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김밥 찾으러 미국 한인 마트에 몰려들었다고?” 그런 소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건 아니었고 알고보니 미국의 어느 그로서리 체인점이 한국에서 김밥을 만들어 바로 냉동시킨 다음 그걸 미국의 자기 체인점에 들여와서 냉동칸에 진열을 해놨는데, 그게 SNS 입소문(스마트폰 손가락 소문이라고 해야되나?)을 타고 나가 대박을 쳤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게 맛있을까?’

밴쿠버, 코귀틀람과 버나비 사이를 가르는 노스로드 선상에 한인 마트 밀집 지역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표적인 두 한인 그로서리 체인 마켓이 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북미에 대형 체인점을 구축하고 있는, 전두환의 손발들이 만들었다는, H-Mart가 있고, 그 대항마로 한남이라는 마켓이 있습니다. 

먼저 H-Mart에서 그 냉동김밥을 들여와 팔기 시작했는데, 망했습니다. 마켓 푸드코트 주방에서 제대로 된 김밥을 말아 파는데, 한국인들에게 꽁꽁 얼린 냉동김밥이 팔리겠습니까?

노스로드에서 H-Mart와 한남이 막상막하인데, 점점 한남쪽으로 사람들이 더 몰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몇번 두 군데를 번갈아 드나들며 쇼핑을 해봤는데, 몇번 둘을 동시에 경험해보니, 그럴만한 미묘한 뭔가 차이가 있습니다. 한남이 더 열심히 장사를 하고 있는 분위기? 뭔가 더 와글거리고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 각자 직접 경험해봐야 느껴볼 수 있는 그런 분위기, 개인적으로 느끼는 제일 큰 차이는 안쪽 정육 코너에서부터 그 라인 끝쪽 주방까지의 디스플레이와 분위기가 H-Mart와 사뭇 다르고, 잘 살아있다는 느낌. 확실히 H-Mart보다 한남에서 사람들과 더 부대끼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데 보니, H-Mart에서 철수시켰다는 냉동김밥을 한남이 진열을 해놓았습니다. 냉동김밥이라는 것을 처음 봅니다. 모르는 사이에 다양한 업체에서 다양한 김밥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K-Pop 열풍으로 시작된 K문화 열풍이 K김밥까지라니?

그 냉동김밥 맛이 궁금하여 하나 사다 전자레인지에 3분 데운 다음, 시식타임을 가졌습니다. ‘음!’ 뭐 그런대로 먹을 만합니다. 말아서 하루 지난 김밥보다는 맛있지만, 그날 바로 말은 김밥보다는 나을 수가 없습니다. 그냥 김밥의 유효기간은 그 날 하루입니다. 하루만 지나도 밥알이 뻑뻑해서 맛이 없습니다. 하지만 한인 마트에는 그날 말은 김밥이 냉동김밥과 같은 가격 혹은 더 싼 가격으로 항시 진열되어 있는데, 굳이 지금 당장 먹을 수 없고 집에 가서 해동시켜야 하는 냉동김밥을 살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김밥을 사야 쇼핑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바로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미국에서 대박난 냉동김밥이 정작 한인에게는 인기가 없습니다. H-Mart에서는 철수한 냉동김밥이 한남에서는 서바이벌할지 귀추가 주목이 됩니다.

한남의 디스플레이가 H-Mart보다 좋아보이는 코너가 하나 더 있는데, 라면 코너입니다. 그 옛날 삼양라면 하나 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엄청납니다. 라면이 이렇게 대반전을 이루었는데? 밴쿠버에서 스시집은 한국인이 일본인을 몰아내고 정복했는데, 이렇게 좋은 라면들을 가지고 있으면서 라면집은 왜 일본라면집 밖에 안보이지? K라면 레스토랑이 대박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까? 

‘K라면으로 라면 장사 하고 싶다’

함바집이 있습니다. 공사현장을 따라 다니는 아줌마 식당. 거기서 아줌마가 라면 끓이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김장 담글 때 쓰는 큰 다라이에 수돗물을 틀어 항시 넘치게 시원하게 만들어 놓고, 끓인 라면을 거기에 풍덩 담가 한번 휘저은 다음 꺼내면 라면발이 극강으로 쫄깃해집니다. 그걸 라면 국물 사발에 넣고 파와 계란등 고명을 얹어주면 비주얼마저도 극강입니다. 거기에 손맛 좋은 아줌마들이 담근 겉절이와 함께 먹는 라면, 아는 그 맛, 죽이지요. 그렇게 만든 K라면, 밴쿠버에서 통하지 않을까요? 고명을 현지화해서 돼지 삶은 고기 조각을 라면 위에 올리면, 기름 둥둥 뜬 이상한 일본 라면이 아니라 칼칼한 K라면. 한번 장사해보고 싶은 생각이.

작년에 아내가 한국에 다녀온 후에 언젠가 한인마트에 들려 쇼핑할 때 이런 말을 했던 것을 마음에 두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갔을 때, 언니가 멸치 칼국수를 끓여 주었는데 진짜 맛있더라. 그거 있나 한번 찾아보자.”

그러나 밴쿠버의 한인마트에서는 그걸 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도 그 일을 잊어버리지 않고 한인마트에 들릴 때면 멸치 칼국수를 찾았는데 꽤 오랫동안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마침내 그걸 “심봤다!”


그런데 무지 비쌉니다. 신라면보다 두 배 이상입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막상 가격을 보니 선뜻 집어들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그래도 아내가 되게 맛있다고 했으니, 그건 나도 한번 맛보게 하고 싶었던 뉘앙스가 아니었을까? 해서 희망을 가지고 한 봉지 조심스럽게 들어서 가만히 쇼핑 카트에 올리고 아내에게 가서 슬그머니 봉지를 가리키며, “이거” 했더만, 아내의 단칼 한 마디.

“에이, 그거 되게 비싸잖아.”

“응!?”

가만히 원위치, 상황 종료.

그런데 보니, 라면 종류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다양해졌습니다. 라면의 영역에서 머물지 않고 다양한 메뉴로 영역을 확대 했습니다. 음식이 문화라는데 화려한 라면의 다양성을 보면서 이게 K문화와 K팝 문화를 이끄는 한국 문화의 깊이와 다양성을 또다른 면에서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메밀 국수가 라면으로?!


감자 국수도 라면으로.


물냉면이 라면으로?!


비빔 냉면도 라면. “크!”


3개 8불! '멸치 칼국수를 이렇게 팔면 안되나?'


캐나다에 와서 살면서 영어로 쓰여진 상품 포장이 참 세련되어 보이고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보였고, 한글 포장의 한글이 참 촌스럽게 보였던 기억이 있는데, 오늘 한국산 라면들의 포장 디자인들이 세련되 보이는 것은 뭔 일인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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